“췌장·담도 질환 관심 갖는 의사 많아지는 환경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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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담도 질환 관심 갖는 의사 많아지는 환경 마련돼야”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4.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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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췌장담도학회, ‘IPBM 2023 국제학술대회’ 개최하고 최신 술기 공유
이진 이사장, 쌍꺼풀 수술 수준의 수가에도 환자는 계속 늘고 있어 ‘한숨’
인구 고령화 및 식이 습관 변화로 췌장·담도암 급증…‘체험형 부스’ 눈길
대한췌장담도학회는 4월 21일과 22일 양일간 그랜드 하얏트 인천에서 ‘International Pancreatobiliary Meeting 2023(IPBM 2023)’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병원신문.
대한췌장담도학회는 4월 21일과 22일 양일간 그랜드 하얏트 인천에서 ‘International Pancreatobiliary Meeting 2023(IPBM 2023)’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병원신문.

췌장·담도 질환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를 적기에 치료할 의사는 줄고 있어 걱정이라는 전문가들의 한숨이 심상치 않다.

특히 췌장암 수술의 경우 쌍꺼풀 수술과 비슷한 수준의 수가에 머물러 췌장·담도 의사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대한췌장담도학회(이사장 이진,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4월 21일과 22일 양일간 그랜드 하얏트 인천에서 개최된 ‘International Pancreatobiliary Meeting 2023(IPBM 2023)’ 국제학술대회를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췌장담도학회의 설명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 식이 습관 변화 등으로 인해 비만,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성 증후군이 증가함에 따라 췌장과 담도 질환도 덩달아 높아지고 실정이다.

췌장암은 보통 70~75세에 발병하는데 과거에는 평균수명이 발병연령에 이르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기 때문.

실제로 췌장암의 연간 발생 건수는 4~5년 전만 해도 5,000~6,000건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약 8,000건에 육박했고, 올해는 1만2,000건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담도암 환자 역시 마찬가지다.

환자가 늘고 있는 만큼 치료 성적도 좋아지고 있을까.

이준규 국제협력TF팀장(동국대학교일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췌장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10% 미만일 정도로 치료성적은 좋지 않다”며 “단,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생존율 차이가 꽤 크게 난다”고 설명했다.

결국, 췌장·담도 질환에 대한 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한 췌장담도학회다.

이진 대한췌장담도학회 이사장(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병원신문.
이진 대한췌장담도학회 이사장(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병원신문.

이진 이사장은 “국민의 영양 상태가 달라지면서 췌장·담도 질환이 크게 늘고 있어 이제는 국민 스스로 관심을 갖고 노력할 때”라며 “만성췌장염 등 췌장암 발생 비율을 높이는 초기 질환들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고위험군에 대한 선별검사 등이 암 발병률을 낮추고 생존율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심’에 대한 문제는 환자의 ‘관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췌장암 수술은 한 번에 12시간가량이 걸릴 정도로 난도가 높은데, 현재 수가는 쌍꺼풀 수술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 이사장은 “선배 의사들이 자괴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정도로 미래가 없는 힘든 질환을 과연 후배 의사들 중 누가 치료하려고 뛰어들는지 걱정된다”며 “힘든 수술을 하는 의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만큼 외과 질환에 대한 전폭적인 관심과 함께 수가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췌장·담도 질환에 ‘관심’을 갖는 의사가 많아질 수 있도록 충분한 환경 및 여건 마련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진 이사장의 읍소인 것이다.

이진 이사장은 “췌장암에 표적·면역항암제 급여가 전혀 인정되지 않아 엄청난 검사비 및 치료비를 모두 본인 부담인 점,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등을 시행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점, 초음파내시경에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점 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제언했다.

이 이사장은 “이처럼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국내 췌장·담도 분야 의료진의 수준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며 “격년으로 개최하던 국제학술대회를 연례행사로 전환하고, 명칭도 IC-KPBA에서 IPBM으로 변경하는 등 명실상부한 췌장·담도 분야의 최대 전문 학회로서 도약할 때가 됐다”고 자신했다.
 

'체험형 부스' 운영 눈길…28개국 600여 명 참석해 초록 232편 접수

이번 ‘IPBM 2023’은 총 28개국에서 600여 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해 성황을 이뤘으며, 27개국에서 제출된 총 232편의 초록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Plenary 세션’과 6개의 ‘Free Paper 세션’에서 구연 및 E-poster로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국내 내시경 회사들과 함께 성장하는 학회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운영한 ‘Experience Zone(체험형 부스)’는 많은 참가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Experience Zone’은 전시를 통한 수동적인 정보전달을 넘어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부스로, 미국소화기학회(DDW)와 유럽소화기학회(UEGW) 등은 이미 ‘Learning Center’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고동희 대한췌장담도학회 총무이사(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병원신문.
고동희 대한췌장담도학회 총무이사(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병원신문.

고동희 총무이사(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내시경 시술 관련 기기 국내 회사가 췌장 스텐트 장비를 만드는 곳만 10여 개에 이를 정도로 많은데, 제품을 홍보할 기회는 의외로 적다”며 “이 같은 이유로 이번 학술대회에서 췌장·담도 시술이 낯선 의사들에게 8개 회사의 기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만들었고, 사전등록만 20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고 이사는 이어 “이 외에도 Live Demonstration, Symposium, Special Lecture, Luncheon&Satellite Symposium, Product theater, Research Meeting 등 췌장·담도 분야의 다양하고 실질적인 주제의 강의, 새로운 연구결과, 최신 의료 기술 및 팁 등이 큰 호응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나라처럼 췌장과 담도 질환을 함께 연구하는 학회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

오랜 역사를 지닌 미국·유럽·일본의 학회들은 내시경이 개발되기 이전에 생긴 학회여서 전통적으로 담도학회와 췌장학회가 분리돼 있기 때문.

이 이사장은 “대한췌장담도학회는 내시경적역행담췌관조영술(ERCP) 내시경 시술이 대중화될 무렵 만들어졌기에 세계 학회 중 유일하게 췌장과 담도 질환을 같이 연구하는 학회”라며 “이번 국제학술대회 잘 안착한다면 전 세계 췌장·담도 질환을 진료하는 의료진들의 모임으로 크게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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