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반 가치경영으로 환자에게 따뜻한 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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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기반 가치경영으로 환자에게 따뜻한 병원을"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3.04.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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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 ’제13회 종근당 존경받는 병원인상‘ CEO부문 수상
첨단의술 선도, 봉사와 나눔 실천으로 ‘환자 가치 극대화’
하종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병원장.
하종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병원장.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의 출근길은 매일 다르다.

하루는 정문 출입구로 들어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어떤 날은 다른 출입문을 통해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모두 환자나 보호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길이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동선을 좇으며 환자들의 느낌을 실제로 경험하며 개선할 점을 찾는 그 만의 방법이다.

평소 환자들이 말하는 불편 사항에 관심을 갖고, 이를 바탕으로 병원의 현황을 진단하고 개선한다.

물론 한 가지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도 각종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지적된 개선사항은 어떻게 개선됐는지 매주 보고를 받는다.

세브란스병원은 ‘환자들의 불편’을 병원 경영의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불만의 가치’를 경영에 접목한 것이다. 

“환자들이 병원을 통해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는 것은 진료뿐만 아니라 병원의 시설과 인력, 시스템 등 모든 부분이 포함됩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환자가 만족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진정한 환자 중심의 가치를 실현하는 병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종원 병원장이 생각하는 ‘가치경영’이다.

이런 노력으로 세브란스병원은 국가고객만족도(NCSI) 12년 연속 1위, 전체 산업분야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환자경험으로 가치경영 실현

세브란스병원 가치경영의 기본은 환자경험이다.

환자경험팀을 중심으로 병원 전 부서가 환자들이 듣고, 보고, 느끼는 관점에서 출발해 단순한 서비스 개선을 넘어 ‘환자 가치 극대화’를 핵심 경영목표로 서비스 혁신을 이루고 있다.

비대면회진시스템은 세브란스병원의 대표적인 혁신사례다. 

회진은 정해진 시간, 정해진 공간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수술이 늦어지거나 응급환자라도 생기면 회진시간을 제때 맞추기 힘들다.

이런 돌발상황을 환자경험 관점에서 해결했다.

비대면회진시스템으로 환자와 보호자는 담당 교수에게 검사결과나 상태 등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의료진 역시 회진이라는 환자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회진 전에 궁금한 점을 미리 적는 ‘회진질문 게시판’으로 환자는 의료진으로부터 궁금한 내용을 자세히 들을 수 있게 됐다.

검사나 입원 중 불필요한 노출 방지를 위해 커튼을 열기 전에 환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푯말도 부착했다.

환자가 병원에서 잘 치유될 수 있도록 수면환경도 조성했다.

24시간 돌아가는 병동은 밤에도 조명이나 소음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세브란스병원은 각종 상자를 포장하는 테이프를 무소음 테이프로 바꾸고 병실 화장실 변기 뚜껑에도 소음 방지기를 달았다.

환자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꿀잠꾸러미(귀마개, 수면안대, 입원생활안내문)도 제공한다.

하종원 병원장은 “수면 역시 환자의 치유를 돕는 중요한 요소로, 입원환자의 빠른 치료를 돕도록 소음과 조명 등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입원환경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의 이런 다양한 입원 제도는 환자들의 조기회복을 돕고 있다.

위로와 공감을 통한 회복도 지지하고 있다. 7가지 캘리그래피로 만든 희망의 메시지를 발송하고, 수술이나 시술 전 음식물 섭취 제한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를 위해 공복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복탈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 병원장은 환자만족, 존중, 배려 같은 가치를 공유하며, 환자존중문화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환자 대상으로 병실생활 중 다른 환자나 의료진을 상호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도록 병실생활캠페인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모바일로 발송하고 있다.

처음 병원을 방문하는 내원객을 위해 병원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브이로그 형식의 병원 안내영상도 만들었다.

하 병원장은 의료진의 친절 역시 환자의 건강한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가치의 선순환을 경영에 접목했다.

환자를 존중하는 의료진은 환자와 신뢰를 쌓을 수 있고,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환자는 의사를 믿고 더 성실히 치료받게 되며, 의료진 역시 자신을 믿는 환자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는 선순환의 경영방법이다.

그래서 의료진도 이런 존중문화를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웹툰으로 제작해 배포했다.

세브란스병원은 Clinician Awards와 Nursing Hero를 제정해 가치경영에 공로가 큰 의료진을 대상으로 시상도 하고 있다. 

하 병원장은 “환자 진료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내원 환자들에 대한 배려, 환자와 의료진의 상호존중 문화 등 모든 것은 환자와 의료진에 대한 가치를 알기 때문에 세브란스만의 문화로 발전할 수 있었다”며 “의료진은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환자는 의료진을 믿고 따르는 병원은 자랑스러운 병원이 된다”고 말했다. 
 

환자의 경험을 데이터로 측정하다

하종원 병원장은 환자들이 경험하는 모든 병원 프로세스를 데이터로 측정하고 경영에 반영했다. 

입원환자는 퇴원할 때, 외래환자는 외래 진료 후 만족도를조사한다.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응급진료센터 만족도 조사를 카카오 알림톡으로 발송해 의견을 수집한다. 

수집된 의견은 데이터로 전환되고 이는 곧 개선을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된다.

하 병원장은 “환자의 목소리는 병원 발전에 도움이 되는 조언이다”며 “수집된 자료는 담당의사, 간호사, 행정부서에 이르기까지 상시 모니터링하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환자경험을 데이터로 측정해 개선을 하려고해도 현장에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수집된 데이터를 경영지표, 환자흐름지표, 질지표로 세분화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통합해 병원지표분석포털을 완성했다.

통계와 그래프, 인포그래픽 등 시각화된 정보로 제공되는 다양한 데이터는 병원 전 분야의 운영에 상시 대응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포털은 설계단계부터 실무자의 요구사항을 취합해 실사용 지표를 적용하면서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일부 지표는 현장에 즉시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업무 장소에 대시보드 형식의 모니터에 구현됐다.

데이터를 보면서 즉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실제 응급진료센터의 경우 평균체류시간, 응급실 입원대기 현황, 응급실내 병상 배정 필요 환자 현황, 당일 전원 환자 현황 등 다양한 정보가 대시보드에 구현된다.

응급진료센터는 대시보드의 흐름을 상시 확인하며 응급환자 치료에 대응한다.

수술실 흐름 지표에는 수술실별 현황을 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입원환자나 외래환자 등 다양한 흐름 지표들을 활용해 병원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다.

하 병원장은 “병원지표분석포털로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경영진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해졌다”며 “환자흐름관리를 통해 과밀화 해소와 병원자원의 효율적 관리도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Wait-less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진료와 검사 등 모든 과정에서 환자들이 경험하는 병원의 다양한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해 불필요한 대기시간과 혼잡도를 줄여 환자 편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TFT를 구성하고, 예약부터 진료(치료)를 마치고 돌아가는 전 과정을 재정비하고 있다.

각 구간별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방안을 마련해 전 과정에서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 병원장은 “그동안 예약, 진료, 검사 등 각 분야에 대한 부분 최적화를 이뤘다면 이제는 전 부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체 최적화를 이뤄 환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 의술을 통한 자랑스러운 병원 구현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 고정치료실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 고정치료실

무엇보다 의료기술은 병원의 근본이다.

세브란스는 미국에서 처음 개발된 로봇수술을 두경부암, 췌담도, 위암, 부인암 등 다양한 분야에 확대했고, 지금은 개발국인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의료진이 로봇수술을 배우기 위해 세브란스를 방문하고 있다.

세브란스는 전 세계 단일기관으로는 최초로 3만례를 달성하며 로봇수술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지켜오고 있다.

이식분야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간이식 1,500례를 달성했으며, 특히 간이식 중 생체 간이식 1년 생존율은 90%를 넘는다.

신장이식도 5,000례를 달성하고, 고위험 환자군의 5년 생존율을 92.8%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모즈미세도식수술 피부암절제술은 4,000례를 넘어 세계 수준의 의료기술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내 최초로 중입자치료를 시작한다. 

중입자치료기는 X-선 및 양성자보다 2~3배 정도 우수하며, 다른 정상 조직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환자가 겪는 치료 부작용과 후유증이 적다.

중입자치료기는 모든 고형암에 적용 가능한데, 특히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일부 암에서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

중입자치료기 첫 치료 대상은 전립선암 환자로 시작해 췌장암, 폐암, 간암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하종원 병원장은 “첨단 의술을 도입하며 우리나라 의료를 선도해 온 세브란스는 중입자치료기를 통해 고난도 암 치료에 새로운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봉사와 나눔을 통해 세브란스 가치 실현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세브란스병원은 초상급병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될 당시 지역병원 중증환자 진료를 위해 의료진을 파견하고, 보건당국과 협력해 코로나19 거점병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중환자 치료를 위해 98병상의 전용병상을 신설해 1,900여 명의 중증환자를 치료하고,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며 3,000여 명의 경증 환자도 치료했다.

사회 필수인력 약 1만5,000명에 대한 백신접종도 지원했다.

무엇보다 환자와 의료진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선별진료소 시설을 선제적으로 개선하는 등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소비자웰빙환경만족지수 16년 연속 1위를 달성했으며, 하종원 병원장은 의료진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가치공로상을 수상했다.

세브란스병원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매년 연말이 되면 환자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트리를 운영한다.

환자들이 소원트리에 소원을 적으면 대상자를 선정해 소원을 이뤄 주거나 기념품을 제공하는 등 병원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0년 전 소원을 이룬 어린이환자가 성인이 되어 첫 직장에서 받은 월급을 다른 환자를 위해 써 달라며 기부를 하기도 했다. 

하종원 병원장은 “나눔은 받는 사람 또한 나눔에 동참는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세브란스병원의 나눔은 단순히 환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라고 말했다.

환자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가족이나 지인들이 응원할 수 있는 응원 톡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QR코드로 접속해 소원이나 희망의 메시지를 작성하면, 사연이 병원 로비에 있는 전광판에 송출된다. 각각의 메시지는 다른 환자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전 교직원이 참여하는 1%나눔도 실천하고 있다.

1%나눔은 교직원의 급여 중 1%를 기부해 저소득 환자 치료비와 소외 계층을 지원하는 모금캠페인으로, 1%나눔을 통해 환자와 소외 계층을 지원한 금액이 30억원을 넘어 섰다.

세브란스병원은 과거 세브란스 씨로부터 받은 사랑을 주는 사랑으로의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국립몽골의과대학 의술지원, 연세친선병원 교육훈련지원, 에비슨 의료선교 교육기금을 통한 저개발국가의 의료인 연수 지원, 재난지역 긴급 의료지원 등 아낌없이 나눔의 기적을 선물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이 도입한 환자경험 문화는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환자중심의 병원문화는 ‘환자 가치의 극대화’라는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해석돼 세브란스 만의 문화가 됐다.

이런 노력으로 세브란스병원은 전 세계 병원들이 인정한 최고의 병원으로도 인정 받았다.

지난해 국제병원연맹(IHF)은 130개국 2만여 의료기관 중 최고의 병원에게 수여하는 ‘김광태 박사상-금상’으로 세브란스병원을 선정했다.

IHF는 세브란스병원이 데이터 기반으로 지속성장이 가능하며 의료문화를 개척해 의료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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