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 장애 치료 비전, “영유아 뇌 발달 예측 표준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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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장애 치료 비전, “영유아 뇌 발달 예측 표준화에 있다”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4.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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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영유아 뇌 발달 관련 연구 지속 전개
과학적·객관적 근거 쌓아 영유아 발달 컨설팅 및 한국형 정상 뇌 발달 모델 목표
이현주 한양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병원신문.
이현주 한양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병원신문.

“영유아, 소아,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신체 발달의 영역에 대한 성장곡선은 많은 연구와 검진을 통해 정형화돼 있지만 조기 개입 및 치료가 필수적인 뇌 발달의 영역은 체계화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발달 장애 치료의 비전은 뇌 발달 예측 표준화에 있는 만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쌓아 보호자들이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하고 싶습니다.”

출산율의 지속적인 감소에 더해 첫 출산 시기마저 늦어지면서 미숙아의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로 37주 미만 조산아 등 고위험 신생아의 비중은 통계청 기준으로 10년 전 대비 약 1.5배까지 증가했다(2010년 5.8% → 2021년 9.2%).

이 같은 분위기 탓에 부모들은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됐고, 결국 양육 과정에서 아이의 미래를 예측하고 문제가 있다면 임상현장에서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신생아 뇌 영역 발달의 기전, 시기별 뇌 발달의 구조, 뇌 발달 예측지표 개발 등의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이현주 한양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병원신문과 만나 과학적·객관적 기준을 통한 발달 장애의 조기 발견 및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현주 교수는 2022년 한 해에만 △뇌 연결성 문제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Autism Research) △2세경 아이의 인지발달 점수와 망막질환의 연관성(Scientific Reports) △이른둥이 언어 지연과 뇌 신경 회로의 연관 관계(Scientific Reports) △사회성 발달 예측과 인공지능의 접목 방법(Cerebral Cortex) 등의 연구결과를 발표했으며, 2021년에는 태아의 피질 주름과 굴곡에 대한 연구를 하버드대학교에서 시행해 ‘Neuroimage’에 소개하는 등 오래전부터 영유아 뇌 영역 발달과 관련된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현주 교수 연구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뇌 연결성 문제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은 생후 18개월 이전 상호작용을 통한 청각 자극과 호명 반응의 뇌과학적 근거를 제시, 다양한 소아 신경 발달 장애의 정확한 조기 진단 뇌영상 바이오마커로의 사용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2세경 아이의 인지발달 점수와 망막질환의 연관성’ 연구는 미숙아 망막증이 있는 소아는 눈의 영향으로 뇌 발달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으며, 인지발달을 포함해 뇌 발달의 상태를 같이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아울러 ‘이른둥이 언어 지연과 뇌 신경 회로의 연관 관계’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 언어장애, 지적장애 등 신경발달 질환 위험이 미숙아에서 유의하게 높다는 점과 이를 통해 뇌 발달 조기개입 대상을 선별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연구다.

끝으로 ‘사회성 발달 예측과 인공지능의 접목 방법’ 연구는 조산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뇌는 정상 만삭아의 허브 뉴런과 차이를 보이는데, 미숙아 뉴런의 모듈분포가 통합 기능은 떨어지나 뇌 국소 영역의 연결성은 증가 돼 있음을 제시했다.

이현주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뇌 발달과 관련된 최근 연구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병원신문.
이현주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뇌 발달과 관련된 최근 연구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병원신문.

이와 관련 이현주 교수는 “최근 진행한 연구들은 자폐스펙트럼장애 또는 발달 장애 고위험군(미숙아)을 대상으로 뇌 발달 이상과 연관된 특정 영역 선별을 목표로 했다”며 “말문이 트이기 전 언어를 이해하는 뇌 영역의 발달이 중요한데, 돌 전에 시각·청각·촉각 등 적절한 자극과 상호작용이 어우러져 특정 뇌 영역에 인식·저장된 후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점 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각각의 연구들은 분석 대상군과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지만, 발달 장애 증상이 발현되기 전의 신생아 뇌 영상에서 이미 달라진 패턴이 있다”며 “발달지연으로 진단받는 아이들이 점차 늘어가는 만큼 유전·환경적 요인이 아닌 뇌 영상학적 패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부언했다.
 

뇌 발달 기반으로 발달 장애 평가하는 국내 기준 부족

과학적 근거 쌓아 한국형 정상 뇌 발달 모델 구축 목표

이현주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과학적 근거를 쌓아 한국형 정상 뇌 발달 모델을 구축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병원신문.
이현주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과학적 근거를 쌓아 한국형 정상 뇌 발달 모델을 구축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병원신문.

이 교수가 해당 연구들에 집중한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는 신생아 및 영유아 건강검진을 통한 신체 발달 즉, 머리둘레·키·몸무게 등의 성장곡선은 충분히 체계화됐으나 뇌 발달을 기반으로 발달 장애 등을 평가하는 기준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양육 과정 중 조기개입이 필요한 아이들을 선별하는 과정에 대한 체계가 부족하고 적기에 얼마만큼의 비용이 들어갈지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가 없어 보호자들이 우왕좌왕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아이의 발달과 관련해 수준별로 대처할 수 있는 통합적인 지원체계가 시급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가 뇌 발달 연구에 매진하게 된 것도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특히 신생아 및 영유아 발달 장애를 치매처럼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학뿐만 아니라 여러 사설센터와의 유기적 연계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객관적 플랫폼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 교수다.

이 교수는 “뇌 발달의 결정적 민감기는 영유아 시기에 발생하는 성장·발달 지연과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뇌 발달저해”라며 “성인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빠른 예측을 통해 조기 진단 및 개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발달 장애에 종합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여러 검사결과를 한눈에 제시할 수 있는 클라우드 형식의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연령별 바이오마커 등 객관적인 지표를 제시하기 위해 MRI, 혈류량 검사, 후성적 유전자 변화 검사 등을 통해 과학적 근거를 충분히 쌓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즉, 발달 장애 치료의 비전은 뇌 발달 예측 표준화에 있는 만큼 현재 전 세계적인 유행인 ‘국가별 대규모 뇌영상 데이터(developing human connectome project/Baby Connectome Project, DHCP) 구축’처럼 향후 추가 연구들을 통해 ‘한국형 정상 뇌 발달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것.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수에 그치고 있는 영유아 뇌 발달 연구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및 의료진들의 꾸준한 관심이 절실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미 미숙아를 치매 고위험군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태아와 신생아 때부터 성인 발달은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연구자와 의료진의 관심이 뒤따르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발달과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보호자들이 당황하지 않고 한눈에 내 아이의 성장 모니터링을 확인하며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컨설팅도 해보고 싶은 게 개인적인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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