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사망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산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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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 사망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산재 인정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3.03.29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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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질판위, 최근 산업재해 판정 내려
보건의료노조, 산재판정 인정 다행…인력확충 통한 노동시간 단축 촉구

지난해 7월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에 대해 최근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가 산업재해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질판위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조사된 시간보다 많아 보인 점, 교대제 근무를 수행한 것과 책임간호사로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준비하면서 받은 정시적 스트레스로 인해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됐다고 판단되는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참석위원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또한 출퇴시간 기록 등 자료로는 확인되지 않는 재택근무, 교대근무, 인증평가 중압감 등의 개연성을 고려해 이를 산재로 인정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은 3월 29일 성명서를 통해 “고인의 죽음을 다시금 애도하며, 늦게나마 산재 판정이 안정된 사실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인력확충을 통한 야간노동, 장시간노동을 근절하고 노동강도를 낮춰 과로의 위험에서 보건의료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성명서에서 “이렇듯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회를 더 엄격하게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감독해도 모자랄 판국에 정부가 되려 나서 주당 노동시간을 69시간까지 확대를 추진하는 등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이어 퇴근 후에도 재택업무를 해야 하는 현실에서 노동자의 선택권이 가능한 일인가라며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 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이 단체협상을 통해 어렵게 보장될 뿐이고 이마저도 제한적인 현실이며 이런 노조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도 전체의 14% 안팎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노동시간을 더욱 유연화해 사용자들의 입맛에 맞게, 보다 효율적으로 노동강도와 노동시간을 조율하고 싶어하는 사용자의 민원 처리라고 꼬집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출퇴근 시간 기록 범위 바깥에서 벌어지는 초과노동과 장시간노동, 불규칙한 교대근무, 인증평가와 같은 과로로 인해 결국 유명을 달리해야 했던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모습은 우리 시대 모든 간호사들의 모습이자,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노동자의 모습”이라며 “노동시간을 더 유연화하고, 더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심지어 주당 69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도록 허용하자고 하니, 그야말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고 탄식했다.

특히 현행 의료기관인증평가에 대한 문제도 거론했다.

의료기관 인증평가가 평가 기간 동안 인위적으로 신규환자를 줄인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치러지는 데다, 인증평가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평상시보다 훨씬 높은 업무부담을 간호사 등에 전가하는 탓에 국민들에게는 ‘속임 인증’, 보건의료 노동자에게는 ‘편법 인증’을 여태 극복하고 있지 못하다는 게 보건의료노조의 생각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이 의료기관 현장에서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매우 절실함을 다시한번 강조한다”며 “무엇보다도 인력의 부족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과로와 업무의 중압감을 만들어내고 급기야 안타까운 죽음에 산재 인정으로 위안 삼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인력확충을 통한 노동시간, 노동강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서 사람을 살리는 의료 현장에서 보건의료노동자가 죽어가는 현실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주 69시간제처럼 말장난 같은 수준의 노동개악이 아닌 인력을 확충하고 보건의료인력 당 환자수의 비율(ratios)을 규정하는 등의 적정인력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인력확충을 통해 야간노동, 장시간노동을 근절하고 노동강도를 낮춰 과로의 위험에서 보건의료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양질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료기관인증평가로 개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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