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안전 책임도 없는 플랫폼 업체 초진 요구 양보 못 해”
상태바
“환자 안전 책임도 없는 플랫폼 업체 초진 요구 양보 못 해”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3.17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비대면 진료 초진 환자 허용 요구안 대통령실 전달
의료정책연구소, 국민건강 침해 위험성 높은 비대면 진료 초진 절대 불가
(사진=연합)
(사진=연합)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우봉식, 이하 의정연)가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플랫폼 업체의 초진 허용 요구는 절대 양보 못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은 진술만으로 피의자의 범죄를 확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에 따르면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최근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산업계 생존을 위협하는 재진 환자 중심 비대면 진료 제도는 시대를 역행하는 신규제법으로 정의한다’며 초진 환자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손편지를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은 중개 플랫폼 업체들이 그간 꾸준히 요구한 주요사항 중 하나다.

이와 관련 의정연은 비대면 진료를 통한 초진은 국민건강에 대한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절대 불가하다며, 플랫폼 업체의 주장이 어불성설이라는 점을 3월 16일 성명을 통해 재차 강조했다.

우봉식 소장은 “비대면 진료 초진은 국민건강 침해 위험성이 높고 안전성이 대면 진료보다 낮다”며 “대면 진료 초진과정은 환자가 진료실을 걸어오는 순간부터 환자의 표정, 걸음걸이, 동작, 소리, 냄새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해 시작된다”고 말했다.

즉 대면 진료의 첫 단계에서 의사가 사용하는 기본진찰 방법인 시진, 청진, 촉진, 문진, 타진 등을 통해 환자의 질환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은 후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한 후속 과정으로 의사의 판단과 처방에 의해 의료기기 및 첨단 의료장비를 사용해 혈액검사, 영상검사, 기능검사 등을 시행하는데 비대면 진료의 초진은 이 같은 대면 진료의 기본진찰 방법 중 촉진과 타진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우 소장은 “비대면 진료는 오로지 시진과 함께 제한적 청진, 문진 정도로 환자를 진단하는 데다가 확진을 위한 혈액검사, 영상검사, 기능검사 등이 불가능하다”며 “초진 환자는 오진의 위험성이 높아 환자 건강을 침해하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어쩔 수 없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비대면 진료 중에서도 가장 위험성이 높은 전화 진료 방식을 허용하긴 했으나 추후 비대면 진료 제도화 시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비대면 진료를 오랫동안 시행한 해외 국가에서도 코로나19 이전까지 초진을 허용하지 않았고 현재도 재진 허용 초진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힌 의정연이다.

실제로 프랑스와 호주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한시적으로 초진을 허용했으나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안정화된 이후 다시 초진을 제한했으며, 일본도 초진을 항구적으로 허용했으나 이는 일반적인 초진이 아니라 기존에 대면 진료를 했던 단골 병·의원 의사(주치의)에게 온라인을 통해 진료를 받도록 하거나 거주지 이탈 등 부득이한 경우 단골 의사의 의뢰서를 받아야만 다른 의사에게 초진을 인정하는 방법이기에 완전한 초진 허용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의정연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초진이 비대면 진료의 올바른 형태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고, 비대면 진료에서 초진의 위험성을 인지해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의미다.

우 소장은 “비대면 진료는 환자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고 비대면 진료에 있어서 초진 불가, 재진 환자 위주라는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이 기본 원칙은 절대 흔들리면 안 될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필수 조건이라는 사실을 정부와 의료계 모두 동의한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업체들의 초진 허용 주장은 매우 유감”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은 마치 진술만으로 피의자의 범죄를 확정하는 것과 같은 위험에 직면하는 게 된다”며 “비대면 진료에서 일어날 수 있는 환자 건강에 대한 위험성 부담은 오롯이 의사의 책임인데, 국민건강에 위험을 가할 수도 있는 방법을 책임도 없는 플랫폼 업체들의 요구로 인해 양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