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생률은 0.78명. OECD 평균치(1.59명)의 절반도 안된다.
20년전과 비교할 때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우리나라 출생률은 1974년 3.77명을 기록한 이후 매년 낮아지기 시작해 2018년 0.98명으로 1명 미만으로 추락했다.
2006년부터 약 28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끝모를 추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인구소멸까지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출생률 하락은 분만인프라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2003년 1,371곳이던 분만병원은 2021년 487곳으로 쪼그라 들었다.
분만병원의 64.5%가 사라진 것이다.
출생률하락과 분만병원이 없어지는 비율이 일치한다.
산부인과가 없는 전국 시군구 지역은 20곳에 달하고 있고 산부인과는 있지만 분만실이 없는 지역은 43곳이나 돼 산모들은 원정출산까지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웃나라인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본의 경우 2006년부터 2010년사이에 2조500억 원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 분만비용을 현실화하며 분만인프라를 지키기 위해 국가가 나서고 있다.
또한 일본과 대만은 무과실 불가항력 의료사고를 국가가 100% 책임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가 현실화는커녕 분만 의료기관에 과실을 따지기 어려운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도 30%의 책임을 묻고 있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사업의 재원 중 30%를 분만실적이 있는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징수하고 있는 것이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사업은 2011년 의료분쟁조정법 제정과 함께 시작됐다.
논의과정에서 의료계와 시민단체 및 법조계의 이견으로 이 사업을 도입하되, 의료기관도 책임을 분담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로 국가와 의료기관 개설자가 재원을 분담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재원은 2013년 정부가 국가부담금 21억7,300만 원을 납부하고 분만실적이 있는 의료기관 873곳에서 8억7,383만 원을 걷어 총 30억4,657만 원을 마련했다.
이중 20억3,000만 원이 의료사고 피해 85건에 대한 보상금으로 지급됐다.
건당 평균 보상액은 약 2,400만 원 수준.
몇몇 국회의원이 무과실 불가항력 분만사고에 의료기관 개설자가 책임을 분담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책임을 뼈대로 한 ‘의료사고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률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가서 예산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2소위로 회부돼 분만병원들이 상실감에 빠졌다.
출생률 하락을 막기 위해 28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 상황에서 고작 몇 억도 안 되는 예산 때문에 법안 개정을 미룬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 이상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