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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진단기기 판결=‘사법적극주의’+‘삼권분립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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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진단기기 판결=‘사법적극주의’+‘삼권분립 위배’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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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학회·한국의료법학회·대한의료법학회, 공동 토론회 개최
장욱 교수, “입법부 영역 침범하려는 사법적극주의 성격 띠고 있어”
박형욱 교수, “삼권분립 위배하며 스스로 사법체계 후진성 드러내”
대한의학회·한국의료법학회·대한의료법학회가 1월 17일 공동 개최한 ‘환자 보호를 위한 과학적 의료의 정립과 사법부의 역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장욱 교수, 박형욱 교수, 이동진 교수(왼쪽부터).
대한의학회·한국의료법학회·대한의료법학회가 1월 17일 공동 개최한 ‘환자 보호를 위한 과학적 의료의 정립과 사법부의 역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장욱 교수, 박형욱 교수, 이동진 교수(왼쪽부터).

의료계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허용 대법원 판결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특히 이들은 법 해석과 판결에 대해 판례로만 그치지 않고 사법부가 새로운 법률을 적극적으로 제정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일명 ‘사법적극주의’를 경계했다.

아울러 대법원 스스로가 삼권분립에 위배되는 판결을 내려 사법체계의 후진성을 만천하에 드러냈다는 비판도 이어간 이들이다.

대한의학회·한국의료법학회·대한의료법학회는 1월 17일 온라인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환자 보호를 위한 과학적 의료의 정립과 사법부의 역할’을 주제로 공동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지태 대한의학회 회장에 따르면 이날 토론회는 최근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판결을 두고 여러 전문가의 생각과 우려를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의료계 및 법조계에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다.

‘의료인 면허 관련 판례 분석을 통해 본 사법부의 역할과 한계’라는 제목으로 발제에 나선 장욱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 관련 대법원 판결부터 이번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판결까지 최근 의료인 업무 범위에 대한 판례 태도가 과하게 변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장욱 교수는 “의사와 한의사 면허범위를 통합한 면허제도를 창설하고자 하는 의도”라며 “양·한방 이원화 의료체계를 떠나서 일원화로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는 양·한방 면허 체계의 구분이 뚜렷한데, 이를 고려하면 의사와 한의사 의료행위의 범위는 지켜져야 한다”며 “의사는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의학적 학문에 대해 업무 범위를 정하고, 한의사는 성질을 종합분석하는 방식으로 업무 범위를 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법에서 이원적 의료체계를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이를 뒤집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을 과도하게 넘어선 것과 다름없다는 것.

다시 말해 양·한방으로 이원화된 의료체계가 적합하지 않다면 입법부 법률 개정을 통해 정식으로 이뤄져야 할 일이라는 의미다.

장 교수는 “이법 판결이 입법부 영역을 침범하려는 사법적극주의 성격을 띠고 있어 우려된다”며 “국민의 의견을 수용하는 입법부 역할을 사법부가 일부 대신하기에는 전체적으로 부족한 기관”이라고 지적했다.

박형욱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도 ‘과학적 의료를 위한 사법적 판단의 정당성’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한의학의 과학화를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오히려 전 국민이 오진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을 남겼다.

박형욱 교수는 “의료행위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특정 의료행위를 허가·금지하는 규정을 법률에 넣을 수 없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을 확장하면 의사가 쓰는 의료기기를 한의사뿐만 아니라 치과의사, 조산사, 간호사 등도 다 쓸 수 있다는 말이 된다”고 일갈했다.

특히 비교적 최근 판결인 2020년 헌재 결정을 누락하고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한 대법원의 논거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힌 박형욱 교수다.

박형욱 교수는 “치료용 의료기기와 진단용 의료기기를 구별해 진단용 의료기기만큼은 한의사가 사용해도 된다는 대법원의 논리에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번 판결은 법 해석을 넘어 법을 만들려는 의도로써 이는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고 질타했다.

박 교수는 이어 “대법원은 한의학적 진단이 초음파 진단보다 더 정확하다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초음파 진단을 보조수단으로 판단했다”며 “환자 질병과의 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채로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타당하지 않을뿐더러 오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비윤리적 행위”라고 역설했다.

또한 의료행위는 국민건강 증진에 중점을 둬야 하는데, 이번 판결이 환자 보호를 위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는지 의문이라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번 판결은 의과학적 사고방식을 모르는 대법원이 상상력에 의존해서 단정한,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후진성과 무능 등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라며 “만일 대법원이 환자에 도움이 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렸다고 자신한다면 판결의 전제가 된 사실을 대법원이 검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이동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법 해석을 통해 적극적으로 제도를 바꾸려는 의도까지는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단, 한의계에서 지속해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부르기 애매한 제3의 길을 개척해 결국 다양한 문제로 파생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한 이동진 교수다.

이 교수는 “피고인 한의사가 어떻게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했는지 판결문에 제대로 나와 있지 않아 파기환송심에 가더라도 알 수 없는 상태로 끝날 위험이 있다”며 “무면허의료행위로 의심되더라도 판결이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판결 때문에 앞으로 한의사는 근거가 부족하더라도 계속 회색지대(Gray Zone)에 있는 제3의 한의사 의료행위 개척의 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가 늘어나게 돼 국민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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