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다사다난 2022년, 병원계에는 무슨 일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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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다사다난 2022년, 병원계에는 무슨 일이? (3)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1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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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고 화나고 슬프고 즐거웠던’ 2022년 7~9월 병원계 이모저모

2022년은 코로나19 3년 차로 일상회복과 엔데믹에 한발 다가갈 수 있었던 해다. 그동안 병원계가 백신접종부터 병상확보, 확진자 치료까지 코로나19로 인해 한층 열악해진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감염병 위기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 보람이 서서히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특히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이 새로운 대한민국, 새로운 보건의료정책을 계획했으며 이에 발맞춰 대한병원협회도 제41대 윤동섭 회장을 맞이했다. 비록 정부와의 정책 협상 중 일부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등 모든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병원계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마지막까지 전심전력(專心專力)한 2022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병원계의 주요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돌아봤다.

<7월> 병협, 안전한 응급실 진료환경 개선방안 모색 나서

7월은 의사 상해 및 방화 사건 등 의료인의 생명과 응급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대한병원협회가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와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기 위해 노력을 시작한 달이다.

비슷한 사건이 잊을만하면 다시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환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해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병협은 7월 11일 국회도서관 지하1층 소회의실에서 응급실 진료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용인에 소재한 종합병원 의료인 상해 및 부산의 A 상급종합병원 방화 등 응급실에서 의료인과 환자의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이 지속해서 발생한 것과 관련해 근절 대책은 무엇인지 등 전문가들끼리 담론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윤동섭 회장은 2018년 고 임세원 교수가 진료 중인 환자의 흉기에 목숨을 읽은 안타까운 사건을 언급하며 토론회의 문을 열었다.

고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병원계, 정부, 국회 등이 의료법 개정 등을 통해 여러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진을 향한 폭력과 방화 등 불미스러운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어 이번 토론회를 긴급하게 개최했다는 것.

윤 회장은 “고 임세원 교수를 잃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의료진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에서도 최근 의료계과 TF를 구성해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병협은 정부와 함께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안전에 필요한 사안들을 살펴보고 보완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추가적으로 법령 개정이 시급한 내용을 점검하고 현장에서의 대응 매뉴얼과 교육, 지원방안 등이 무엇인지 검토해서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김원이·신현영 국회의원,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범죄는 의료인의 생명뿐만 아니라 환자의 생명도 위협하는 것이기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예방책이 정립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김민석 의원은 “의료현장에 대한 보호는 결국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라며 “안전 문화 인식 확산부터 정확한 실태조사, 법적 개선방안까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김원이 의원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최일선인 응급실과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범죄행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더욱 필요한 요즘”이라며 “제도적 개선과 더불어 경찰 및 소방당국과의 긴밀하고 신속한 협조,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백종헌 의원도 “한 사람의 생명이 긴박하게 오가는 응급의료현장에서 의료진에 대한 폭행은 의료진뿐만 아니라 위급한 환자들에 대한 진료방해”라며 “응급실 진료환경에 대한 폭력이 일상의 안전을 위협할 수 없도록 더욱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주제발표는 김원 제주한라병원 부원장(응급실 폭행방지대책 시행 이후 현장 상황 및 실질적 지원방안)과 정성필 대한응급의학회 학술이사(응급실 폭행방지대책 관련 해외사례 및 법적·제도적 개선방안)가 맡았다.

실제로 이날 병협 토론회 이후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7개 단체가 참여하는 ‘범의료계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TF’를 본격 가동했다.

각 단체들은 안전한 진료환경 개선을 위한 건의 및 개선사항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논의했다.

특히 병협은 법·제도 개선사항으로 ‘의료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 △반의사불벌 규정 삭제 △주취자 감형의 원천적 제한 △가중처벌 적용 △응급실 등 의료기관 내 폭행·폭력 사건 신고 활성화 △응급의료 방해 금지대상 확대 및 적극적 대응을 위한 법적근거 마련 △응급실 출입제한 및 응급의료제공 거부권 인정 등의 법제화를 주장했다.

또한 재정적·행정적으로는 사회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정부 및 지자체 등의 지원이 필요하며 응급실 내 안전진료를 위한 재정지원 강화와 경찰 대응원칙 강화 및 범정부 협조체계 구축을 건의한 병협이다.

사전 예방적 측면에서는 △보안인력 상시 배치를 위한 충분한 재정지원 △응급실 및 외래 환자안전관리료 신설 및 인건비 지원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확충 및 인센티브 적극 도입을 요청했다.

사후 대응적 측면으로는 폭행·난동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신속한 회복을 위해 응급의료기금 등을 활용해 치료비용과 수리비용을 대지급 후 가해자에게 구상하는 제도 도입을 제안했으며 경찰 대응원칙 강화 및 범정부 협조체계 구축에 있어서는 △현행범 체포를 대응 원칙으로 한 구속수사 및 무관용 원칙 적용 △경찰 순찰 동선에 응급실 구역 추가 △피해자에 스마트워치 지급 등으로 보복방지 대책 강구 △범부처 차원 주기적인 조사체계 마련으로 안전한 진료환경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책 발굴 지속 추진을 제시했다.

끝으로 사회적 인식 개선에 있어서는 △응급실 진료상담 담당자 배치로 이용자 친화적인 응급실 환경 조성 △신뢰와 배려문화를 위한 캠페인 시행 및 공익광고 등을 통한 대국민 홍보 추진 등을 건의했다.
 

<8월> 병원 상대 보험사 채권자대위원에 연이어 제동 걸려

8월은 병원 등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실손보험사들의 무분별한 채권자대위 소송에 대법원이 연이어 제동을 건 달이다.

대법원은 실손보험사들의 민·형사 남발 횡포에 많은 부담을 안고 있던 병원계에 의미 있는 판결 2건을 일주일 간격으로 내렸다.

8월에만 2건이 판시된 ‘트리암시놀롬’ 치료와 ‘맘모톰’ 시술 관련 소송이 그것이다.

우선, 8월 2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트리암시놀론 치료와 관련된 실손보험금반환 청구소송(채권자대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보험사)의 일부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파기자판(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 소를 각하하는 것)’을 내렸다.

채권자대위권은 직접 돈을 요구하지 않으면 보험사가 권리를 지키지 못할 위험이 있거나, 가입자(피보험자)들이 재산이 없는 등 보전 필요성이 인정될 때만 특별히 허용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위법한 임의비급여 진료 행위를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행사할지 여부는 피보험자의 의사에 달려있다”며 “피보험자는 무자력이 아닌 한 그 행사 여부를 직접 결정할 권리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즉, 피보험자들이 무자력이라는 주장 또는 증명이 없고 원고(보험사)가 피보험자들의 피고(의료기관)에 대한 권리를 대위해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와전한 만족을 얻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피보험자인 환자와 의료기관 간 진료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진료비 반환 여부는 환자가 결정할 권리”라며 “채권자대위권의 존재 의의와 행사 범위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연합)
(사진: 연합)

이와 비슷한 내용의 또 다른 대법원 판결이 8월 31일 이어졌다.

이날 대법원은 ‘초음파 유도하 진공보조장치를 이용한 유방 양성병변 절제술(맘모톰 시술)’과 관련한 채권자대위 소송에 ‘보험사는 채권자대위 자격이 없다’고 선고했다.

해당 소송은 트리암시놀론 채권자대위 소송과 1·2심 결과가 다소 달랐다.

앞서 A보험사는 B병원의 맘모톰 시술 100여 건을 문제 삼아 총 1억4,000만 원을 반환하라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A보험사의 소송이 채권자대위권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 판시했다.

하지만 A보험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에서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심 판결을 인용하며 A보험사에게 채권자대위 자격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이후에도 A보험사는 포기하지 않고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결국 대법원이 상고까지 기각하며 긴 소송의 끝이 났다.

맘모톰 시술 관련 소송의 경우 병원계의 발 빠른 대처가 빛을 본 사례로 평가된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윤동섭)는 2019년 7월 실손보험사의 맘모톰 소송 및 분쟁이 증가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TF를 구성하고 신고센터를 운영한 바 있다.

이번 2건의 대법원 판결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가 의료기관(의사)에게 보험금 반환청구를 환자 대신 할 수 없다고 한 것에 의미가 깊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법원이 실손보험사의 무분별한 소송 남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라며 “비슷한 분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최소한 채권자대위 소송은 남발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하급심 소송들이 일제히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본 정 변호사다.

정 변호사는 “다른 보험사들이 이번 대법원 판결과 달리 자신들의 채권자대위권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역설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며 “아울러 채권을 양수받아 제기한 양수금 소송, 임의비급여 진료행위 자체가 불법행위라고 해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등은 계속 진행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9월> 디지털헬스, 병협이 주도한다…KHF 2022 성황리 개최

9월은 급변하는 의료분야의 디지털 전환 및 미래의료의 방향성 제시를 위해 대한병원협회가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K-HOSPITAL FAIR 2022, KHF 2022)’를 성황리에 개최하고 K-디지털헬스를 주도한 달이다.

이번 KHF 2022의 주제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가 주제였다.

이번 박람회는 코엑스 C와 D 총 2개 홀에서 250개 기업이 480부스를 마련해 지난해보다 확장된 규모로 진행됐다.

윤동섭 회장은 개회사에서 “변화하는 미래 헬스케어 서비스의 패러다임에 대한 올바른 방향 제시와 선제적 대응을 위해 내실 있는 박람회 개최와 더불어 회무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이어 “이번 박람회로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세계적 수준의 국내 병원의료산업의 경쟁력 제고 및 활성화, 우수한 한국 의료의 해외확산을 통한 글로벌 진출 등에 힘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정승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부원장 등의 축사가 있었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미래 의료혁명에 대한 우리의 방안’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스마트병원 특별전 △디지털 헬스케어 특별전 △병원 의료정보 특별전 △SaMD 특별전 등 최근 의료산업의 주요 키워드들을 집중 조명해 의료산업 핵심 기술력을 살펴보는 기회가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스마트병원 특별전에는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개발·구축된 원격중환자실, 병원 내 자원관리, 병원 내 환자 안전관리, 지능형 업무지원 등 다양한 스마트병원 선도모델이 전시돼 실제 운영되는 스마트병원의 구축 사례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디지털 헬스케어 특별전에서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토종 인공지능 닥터앤서 2.0,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이 소개됐다.

병원의료정보 특별전은 병원 의료시스템 효율화를 도모하는 의료 인프라 구축 기반 기술 및 서비스를 선보였다.

SaMD 특별전의 경우 메타버스, 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과 융합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가 다수 전시됐다.

K-디지털헬스케어 서밋도 KHF 2022 속 또 다른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서밋은 비대면진료 및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정부와 국민적 관심이 증가한 트렌드를 반영해 병원과 기업이 함께 최신 디지털헬스케어 동향과 의료 산업의 미래 방향을 모색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병협 미래헬스케어위원회가 주관한 K-디지털헬스케어 서밋에는 HIMSS(Healthcare Information and Management Systems Society)의 Chief Scientific Research Officer를 맡고 있는 Dr. Anne Snowdon의 기조연설이 국내 최초로 있었고, ‘Advancing Digital Health Ecosystems as a Population Health Strategy’를 주제로 펜데믹 이후 글로벌 의료시스템의 변화와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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