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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의 기준은 ‘생명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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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의 기준은 ‘생명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의료’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2.11.16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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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의료계의 문제 ‘남 탓’ 아닌, 기성세대 ‘의료인들'의 책임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대한의학회 뉴스레터 기고 통해 문제 지적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고로 촉발된 ‘필수의료’를 두고 각 진료과가 필수의료에 포함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필수의료 기준을 ‘생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의료’로 삼아 날카로운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최근 발간된 대한의학회 뉴스레터 기고문을 통해 필수의료의 기준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현 의료계의 문제에 대한 기성 의료인들의 자성을 언급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필수의료의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기고글에서 방재승 교수는 “이번 서울아산병원 사건의 쟁점이 된 과는 뇌혈관수술을 하는 신경외과인데 정작 신경외과 자체는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필수의료과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라며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신경외과가 필수의료과목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개인적으로 자괴감에 빠진 적도 있을 정도로 오늘도 퇴근 못 하고 의사 자신의 수명을 단축시키면서까지 수많은 밤을 병원에서 지새워 환자를 진료하는 많은 신경외과 의사들의 사기를 꺾게 만든 당사자들은 정작 누구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방 교수는 필수의료정책을 결정하는 정부 관료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방 교수는 “시골에서 농사짓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진료실에 오셨을 때 ‘뇌출혈로 머리 수술을 하는 게 필수의료가 아닌가요?’라고 물어보면 ‘머리 터졌는데 그건 당연히 필수의료’라고 대답하시는 분이 거의 전부인데 정작 국가의 의료정책을 결정하고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의 생각은 ‘신경외과는 필수의료가 아니다’라고 한다”면서 “이런 아이러니한 괴리는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인지 생각할수록 화나고 속이 상한다”고 꼬집었다.

정작 국가의 고관대작이라는 사람들은 머리에 문제가 생기면 소위 대형병원의 의사들을 찾고 ‘신체 중에서 당연히 머리가 제일 중요한 부위이니 명의에게 진료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모습이 참 아이러니하다는 것.

‘필수의료도 아니니 아무 곳에서나 진료를 받아도 결과는 비슷하다’고 말해주고 싶을 때가 한 두 번도 아닌 자신의 마음을 아는 고관대작들이 얼마나 될까라고 방 교수는 되물었다.

그러면서 방 교수는 필수의료의 기준을 ‘생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의료’라고 밝히고 ‘날카로운 잣대’로 평가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 교수는 “필수의료의 기준은 생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의료라는 기준을 세워 날카로운 잣대로 평가해보면 답은 나온다”며 “전공의 지원율 감소 기준으로 필수의료 기준을 세우다 보니 정작 신경외과가 필수의료에서 빠지는 사태가 오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신경외과 말고도 필수의료지만 보건복지부 기준에 포함되지 못해 신경외과 의사들처럼 속병 드는 과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향후 필수의료 기준을 세울 때 과거의 형태를 답습하게 될 경우 한국의료에 희망은 없다고 단언했다.

방 교수는 “필수의료의 기준을 세울 때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이 의료계 외부의 여러 단체나 언론, 권력기관이 각자의 ‘이차적 이익(secondary gain)’을 위해, ‘국민 건강’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만들어 의료계 전체를 국민들의 공공의 적으로 돌린다거나 전체 파이는 정해져 있으니 각 진료과들 간 싸움을 붙여 힘센 자가 가져가게 하는 식의 파행을 또 답습하게 된다면 향후 한국의료의 희망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방 교수는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 의료인들도 ‘내가 하는 진료 행위가 생명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의료가 맞는가?’라는 기준에서 평가하고 순수한 마음을 갖고 양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방 교수는 의사들 사회에서의 ‘갈라치기’를 경계해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우(杞憂) 중의 하나일지 모르겠지만 ‘필수의료만 힘드냐? 생명과 직결되지 않은 필수의료 아니면 안 힘든 줄 아냐?’라는 식으로 의사들 사회를 소위 ‘갈라치기’하게 만든다면 더더욱 한국의료의 미래는 없다”며 “한국의료는 거의 모든 과가 고생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존경이나 신뢰보다는 수술장 CCTV를 달아서 의사들이 딴짓을 안하고 진료를 열심히 하는지 의심 받아야할 정도로 환경이 악화된 책임을 정작 남 탓(국민‧정부‧국회)할 게 아니라 현재 의료인 업무를 행하고 있는 우리 기성세대 의료인들에게 물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힘 빠지는 의료 제도를 만드는 데 일조한 이미 작고하신 원로 의료인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된다”며 “현재 현직에 있는 의료인 가운데 소위 힘이 있다는 50~60대 의료인들이 의료제도의 불합리성과 부당함을 국민과 언론에 알리려는 자발적인 노력은 하지 않고 후배 의사들의 처우는 어떻게 되든 말든 필수의료는 공부 못하는 의사들이나 하고 공부 잘하는 의사들은 돈이 몰리는 과로 가면 된다는 식의 근시안적인 사고를 가진 의사들이 없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방 교수는 “이런 의료인들은 한일합방 시대의 매국노와 다를 게 없다”며 “정부 역시 지금처럼 누군가가 징징대면 의료수가를 조금 올려 울음을 그치게 만드는 ‘땜질식 처방’을 계속할 경우 한국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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