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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횡령 충격 휩싸인 건보공단에게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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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횡령 충격 휩싸인 건보공단에게 필요한 것은?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09.2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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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의 기강 상태 보여준 대참사…곪은 상처 내버려 둔 결과
정윤식 병원신문 기자.
정윤식 병원신문 기자.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소중히 관리해야 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소위 '역대급 대참사'가 발생했다.

한 직원이 지난 6개월간 약 46억 원을 횡령하고 해외로 도피한 사건이 바로 그것.

횡령 직원은 의료기관에 지급해야 할 요양급여 비용을 전산상으로 허위 표시하고 자신의 개인 계좌에 송금하는 수법을 통해 횡령을 일삼았다.

처음에는 1억 원(4~7월)으로 시작하더니 점차 3억 원(9월 16일), 42억 원(9월 21일)으로 마치 자신이 몸담은 직장을 비웃듯 대놓고 횡령 액수를 늘렸다.

그런데도 건보공단은 반년간 횡령을 지속하며 해외 도피 계획까지 세운 직원의 범죄 사실을 몰랐다니 통탄할 노릇이다.

이번 건보공단 직원의 횡령 사건은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민간기업의 횡령 사건과는 사안의 심각성이 전혀 다르다.

국민은 소중한 건강보험료를 건보공단에 납부하고, 국민은 소중한 세금으로 건보공단 직원들의 월급을 책임지며, 국민은 소중한 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건보공단에 기댄다.

말 그대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대표적인 공공기관이 건보공단이다.

그런데 그런 건보공단에서 국민의 눈을 속이고,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횡령이 발생했다는 것은 여타 민간기업의 횡령 사건과는 결을 달리하는 완벽한 뒤통수다.

이번 사건이 더욱 심각한 이유는 현재 건보공단의 기강 상태가 바닥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건보공단에서 성희롱 및 부적절한 신체 접촉 등 총 5건의 성범죄가 발생했다.

3급 이상 고위 직원들 다수가 금품과 향응 수수로 인해 정직·파면·해임 처분을 받았으며, 일부 직원은 대부업자에게 개인정보를 유출하기까지 했다.

횡령 직원의 간이 이들의 간보다 좀 더 커 세간의 이목을 끌었을 뿐, 사건의 경중은 별반 다를 게 없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건보공단을 다니며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눈치’의 정도다.

보건복지부의 산하기관인 건보공단이 대통령도 바뀐 데다가, 한술 더 떠 복지부장관은 공석이어서 어쩔 수 없이 눈치를 보는 것까지는 백번 양보해 이해된다.

하지만 그 핑계가 길어지고 반복적이면 안 된다.

어느 순간부터 건보공단의 협조를 구하기 어렵고, 소통이 어려우며, 내부 직원들의 무관심이 도를 넘었다는 얘기가 자꾸만 들렸다.

심지어 ‘위아래 직원들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어떤 생각으로, 어떤 방향성을 갖고 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푸념 섞인 말까지 귀에 들어온다.

건보공단의 기강이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였고, 이번 횡령 사건으로 터질 게 터졌다.

각각이 '개별적인 신호'같지만 '모든 일은 하나'로 연결돼 결국 '큰 사건이 발생'하는 게 이치다.

이번 건보공단 직원의 46억 원 횡령 및 해외 도피 사건은 개별적인 것 같던 건보공단 내부 곳곳의 곪은 상처를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 둔 결과다.

건보공단은 현재 원주경찰서에 횡령 직원을 형사 고발하고 최대한의 원금회수를 위해 계좌동결 조치를 취했다.

아울러 건보공단 이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으며, 복지부는 9월 25일부터 10월 7일까지 2주간 특별감사를 진행해 건강보험재정관리 현황 및 요양급여비용 지급시스템 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점검키로 했다.

건보공단과 복지부 모두 이번 횡령 사건을 인지한 이후 나름 발 빠른 대처에 나선 것은 칭찬할 일이다.

하지만 이 발 빠른 대처를 하지 않아도 될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조금만 발 빠르게 내부 기강을 바로잡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미 한참 늦었지만 이제라도 건보공단은 산하기관 핑계, 복지부장관 공석 핑계는 그만 대고 냉수 한 사발 시원하게 들이켜 속 차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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