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국내 모유은행, 13개소 설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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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국내 모유은행, 13개소 설치 필요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2.08.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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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병원 신손문 교수, 모유은행 설립 및 운영에 정부 지원 절실
복지부‧식약처, 모유은행 설립 및 운영 지원 위한 법적 근거 마련해야
신현영 의원, ‘이른둥이 살리는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방안’ 토론회 개최

내년 1월 모유은행 시범사업을 앞둔 가운데 국내 한 곳뿐인 모유은행을 향후 광역형(7개소)과 지역형(6개소)으로 구분해 총 13개소 정도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손문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교수는 8월 8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대한모유수의학회, 대한신생아의학회, 유니세프가 공동 주최한 ‘이른둥이 살리는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전국 77개 신생아집중치료센터 담당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이 밝혔다.

신손문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교수
신손문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교수

모유는 미숙아에게 있어 성장과 발달을 위한 영양분을 제공함과 동시에 감염에 대항할 수 있도록 신체의 면역력을 증가시키며 장이나 여러 신체 기관들의 발달에 도움을 준다. 특히 미숙아에게 치명적인 괴사성 장염이나 패혈증 등의 치명적인 질병 발생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수유의 기본은 모유수유이며 모유의 영양학적 우수서과 미숙아에 대한 모유수유의 한계를 고려했을 때 상당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유가 불가능한 신생아중환자실(NICU) 입원 미숙아에게는 저온 살균된 기증모유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북미모유은행연합에 속한 30개의 모유은행이 있어 기증 모유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고 유럽 역시 유럽모유은행연합에 참여하는 30개국 281개 모유은행이 기증모유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모유은행이 2개소가 운영 중이나 실질적으로 외부 병원에 입원 중인 미숙아에게 기증모유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은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운영 중인 한 곳 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기증모유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모유은행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

이날 발제자로 나선 신손문 교수는 “현재 기증모유에 대한 적정 수가도 책정되어 있지 않고 모유 기증에 대한 제도적 근거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서 “현재 운영 중인 모유은행도 운영 경비를 고려하지 안고 용기 비용만 받고 기증모유를 제공하고 있어 만성적인 적자 운영으로 인해 지속적인 운영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 교수는 출생체중 1.5kg 미만의 극소저체중아들의 치료에 참여하는 전국 77개 신생아집중치료센터의 담당 교수들을 대상으로 기증모유 수요를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필요한 기증모유의 양이 최소 17,800cc에서 최대 24,433cc로 평균 21,117cc의 기증모유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신 교수는 “지역적으로 기증자의 접근성도 고려하고 기증모유의 특수성 때문에 내동 상태로 배송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모유은행의 지역적 배치가 필요하다”면서 “하루에 공급할 수 있는 기증모유량의 규모에 따라 모유은행의 수요를 추정했을 때 지역별로 수요가 많은 곳은 규모가 1일 2리터, 수요가 적은 곳은 하루 1리터 정도의 기증모유를 공급하는 규모로 설치할 경우 전국에 규모가 큰 광역형 모유은행이 7개소, 규모가 작은 지역형 모유은행이 6개소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모유은행을 운영할 경우 모유의 살균처리에 필요한 저온살균기와 기증모유 보관을 위한 냉동고 시설 등의 장비를 갖춰야 하고 무균 작업을 실시힐 수 있는 적정 공간과 이를 담당할 적정인력이 필요한 만큼 모유은행의 확충을 위해서는 인력, 시설 및 장비를 구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재정적 지원과 운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외국의 모유은행 운영 자료를 참고하면 별도의 모유은행 건물을 운영하는 미국 텍사스 모유은행 모델보다는 기존의 건물에 부속 시설로 운영하는 영국 스코트랜드 모유은행의 모델을 참고하는 게 타당하고 본다”면서 “기존 의료기관 내의 공간에 모유은행을 설치하는 것이 기증자에 대한 의학적 선별검사 시행이나 처리한 기증모유의 미생물 검사 등을 시행하기에 용이하고 모유은행을 관리할 의료인력의 접근성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유은행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정부가 모유은행의 운영을 지원하고 모든 미숙아에게 무상으로 기증모유를 지원하는 방식과 각 모유은행이 정부의 지원없이도 정상적인 경영이 이뤄지도록 모유은행 운영 경비를 충당할 정도로 기증모유 가격을 책정하고 기증모류를 구입한 미숙아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신 교수는 제시했다.

신 교수는 “어느 경우에도 미숙아 보호자의 부담은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장기적으로 기증모유도 의약품과 같이 미숙아 담당 주치의의 처방에 의해 모유은행으로부터 기증모유를 공급받도록 하고 기증모유의 비용은 건강보험 요양급여 항목으로 전환시켜 별도의 사업보다는 의료의 범위에서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증모유를 제공하는 모유은행의 설립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시급히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혈액관리법처럼 ‘기증모유의 관리에 관한 법률(가칭)’처럼 독립된 법률로 제정하거나 기존의 모자보건법, 식품위생법, 식품안전법 등 식품관련 법률, 인체조적인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등 여러 법률의 개정을 통해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신 교수는 “기증모유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서는 기증모유의 관리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규정한 법적 제도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기증모유는 식품으로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인체유래물로서도 생각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법률적 정의부터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증모유의 실질적인 관리를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모유은행 관리위원회(가칭)’와 같은 전문실행위원회를 설치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이 위원회에는 소아청소년과‧신생아학‧소아감염학‧진단검사의학과‧소아소화기영양학 등의 전문의와 모유은행 관련 실무 경험이 풍부한 간호사, 모유기증에 대한 홍보 전문가, 법적인 자문을 위한 법조인, 소비자 단체 대표 등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도 모유은행 운영을 위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강동경희대병원 모유은행장인 정성훈 교수는 “강동경희대병원 모유은행은 지난 2006년 병원 개원과 함께 설립돼,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지만 학회나 정부 등 다른 곳에서의 운영 보조금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교수는 “예산이 모자르다 보니 기증을 받으려고 해도 받지를 못하는 경구도 있고 수혜가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모유가 모자라 양을 줄여 제공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 교수는 “미숙아 아이들에게만 제공하고 있지만 모유은행 유지비용으로 매년 1억원 이상 적자를 보고 있어 병원 입장에서도 사실상 난처한 상황이다”면서 “기증모유를 관리할 수 있는 장비가 노후화 됐지만 적자가 계속 나는 상태에서 병원에 장비를 새로 사달라고 말하기도 어려워 2006년 개원 당시 구입한 장비를 계속해서 수리해 가면서 사용하고 있어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기증모유의 질관리 및 모유은행의 안정적‧지속적 유지 운영을 위해 정부의 개입 필요하다며 모유은행 가이드라인 마련 등 콘트롤 타워로써의 역할을 주문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기증과정에 필요한 경비나 모유은행 운영에 필요한 경비에 대해서는 국가부담이 필요하다”면서 “모유처방전을 통한 건강보험 급여화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모유은행 설립부터 운영 지원을 위해선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김홍태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정책과 사무관은 “기증모유를 인천유래물로보 보고 관리를 해야 할지 아니면 식품으로 관리해야 하는지를 두고 부처 간 협의도 진행한 바 있지만 모유하고 식품과는 관리체계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김 사무관은 “모유는 섭취 목적이 질병 예방, 치료도 있지만 일반적인 식품은 질병 예방과 치료목적으로는 금지돼 있어 현행 관리체계로는 상당히 어렵다”면서 “별도의 관리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고 그 틀에서 모유은행 시범사업을 진행하면 결과들이 도출될 것이다. 일반적인 식품 관리와 다른만큼 고민이 되지만 모유은행이 설립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영준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현실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당장 모유은행이 설립돼도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졌는지, 기증자 인식제고 확보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필요한 이른둥이에게는 비용부담이 없도록 설계하고 공익적 차원에서 선접근 해야하는 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복지부가 모유은행 자체의 컨트롤 타워로써 관리가 잘 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데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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