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지키는 의사에게 자살 위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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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지키는 의사에게 자살 위탁할 것인가?”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07.2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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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의원, 안락사 허용법안인 조력존엄사 법안 대표 발의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장, 제정 시도 반대 입장문 발표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 회장
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 회장

최근 국회에서 안락사 허용법안인 조력존엄사법 제정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윤리연구회(회장 문지호)가 생명을 지키는 의사에게 자살을 위탁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이유로 7월 22일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달 조력존엄사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력존엄사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말기 환자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환자 중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 △의사의 조력을 받아 스스로 죽음을 택하게 했다.

이를 두고 의료윤리연구회는 의료인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위험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안락사를 존엄사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의학계에서 정의되지 않은 표현이라는 게 의료윤리연구회의 주장이다.

문지호 회장은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의 일부에서 사용하는 법안 이름 ‘Death with Dignity Act’를 그대로 해석해 자살 대신 존엄사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의료에 집착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죽음을 존엄사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인위적으로 안락사하는 것을 존엄사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즉, 상반된 뜻으로 정의되지 않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자살을 존엄사로 바꾸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의학회 차원에서 용어 정의를 명확히 하기 전까지 존엄사라는 단어는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미 안락사를 합법화한 국가도 고통을 줄여준다는 선한 의도로 엄격하게 대상을 제한해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는데,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라는 주관적인 척도로 죽음의 권리가 인정되면, 기준은 무시되고 위반되다가 결국 폐기될 것이라고 경고한 의료윤리연구회다.

다시 말해 법 실행 초기에는 말기 환자의 신체적인 고통으로 적용 대상을 제한한다 한들, 결국 말기가 아닌 환자의 정신적인 고통을 포함하거나 자기 의사 표현을 못 하는 치매 노인과 식물인간 환자, 불치병에 걸린 영유아들까지 그 대상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지호 회장은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에서의 생명 경시 현상은 도덕적으로 허용할 수 없는 것까지 허락하게 되는 ‘미끄러운 경사길 이론’의 실례가 됐다”며 “대한민국에서 생명 경시를 불러오는 입법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윤리연구회는 생명을 지키는 의사에게 자살을 위탁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데, 고통을 없앤다는 목표가 아무리 명확해도 환자를 죽이는 일에 의사의 손을 빌리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 의료윤리지침 제36조에는 ‘의사는 환자가 자신의 생명을 끊는데 필요한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자살을 도와주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 회장은 “의사의 전문직 윤리를 위반하게 하는 법안은 의사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법안이 마련되면 의대생에게 죽음의 기술을 강의하게 될 것이고, 이처럼 죽음을 고통의 치료법으로 배우는 의사가 많아질수록 국민은 생명을 쉽게 포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안락사법안은 국민의 죽을 권리를 지켜주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의 살 권리를 위협할 것”이라며 “의료윤리를 훼손하고 국민의 살고자 하는 의지를 꺾는 안락사법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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