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병원계, 인공지능 활용해 환자안전 및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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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병원계, 인공지능 활용해 환자안전 및 관리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2.04.25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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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들 보이스 EMR 개발 및 상용화에 적극적
은평성모병원, 세계 최초 보이스 ENR 병동 운영
고대안암병원·이대목동병원 등도 의료진 업무 효율성 ↑

최근 병원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스마트병원’이다. 신축돼 개원한 근래의 대부분의 병원들이 스마트병원을 자처하고 있고 기존 병원들도 스마트병원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스마트병원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상호연결 된 자산들의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환자치료, 환자경험, 운영효율성 향상을 위해 새로운 임상프로세스, 관리시스템 및 인프라를 최적화 또는 재설계를 구축하는 병원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르게는 혁신적인 기술을 광범위하게 사용하여 다른 생태계와 디지털로 연결해 환자 중심의 서비스 품질과 경험을 향상시키면서 의료비용은 감소시키는 병원을 일컫는다.

​궁극적으로 스마트병원은 환자의 건강가치 개선을 지향하고 동시에 환자의 경험개선과 운영효율을 추구하는 것으로 그 핵심은 다양한 첨단 디지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첨단 디지털 기술 가운데 주목할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음성인식 기술이다. 국내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각 병원 니즈(Needs)에 최적화된 인공지능(AI) 기반 음석인식 솔루션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실제 업무에 활용되는 병원들도 있고 이제 솔루션을 개발하고 추진하고 있는 병원들도 있지만 그 수요는 앞으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2019년 5월 개원한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은 AI 음성인식 기술을 실제 병원 임상에 적용하고 조만간 전체 병동에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선도병원이다.

은평성모병원은 세계 최초로 음성 간호기록을 작성하는 인공지능 기반 간호전자의무기록(Voice Electronic Nursing Record) 시스템을 구축했다. 2019년 11월에는 음성인식 전자의무기록 연구소(Voice Lab for EHR) 현판식을 갖고 병원 시스템과 완벽하게 연동하는 음성인식 간호전자의무기록 솔루션을 공개하고 시연회를 연 바 있다.

은평성모병원 Voice ENR은 은평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과 인공지능 스타트업 (주)퍼즐에이아이가 공동 개발해 의료현장에 실제 적용한 것으로 음성 인식률이나 사용자 편의성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간호기록은 간호사가 환자 간호 후 스테이션에서 일괄 입력해왔지만 이 과정에서 기록 입력을 위한 시간이 늘어나 간호사들의 업무가 과중됐고 기록 입력이 누락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러나 은평성모병원은 Voice ENR을 활용해 간호사들이 병실에서 간호나 처치를 하면서 실시간으로 음성으로 기록을 할 수 있게 돼, 간호사들이 기록 업무에 쏟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환자 간호와 소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간호사들이 손이 아닌 음성으로 처치 내용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게 되면서 기록 업무에 쏟는 시간과 스트레스 감소로 간호사 근무 환경이 대폭 개선됐으며, 간호사 근무 만족도 향상은 간호 서비스의 질을 높여 환자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부터는 ‘모바일 Voice ENR’ 도입 2년간 간호 현장에서 확인한 보완점들을 추가 적용하고 300여 명의 간호사들로부터 수집한 간호 현장의 의견과 데이터를 모두 반영해 업무의 편의성과 효율성, 시스템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노트북이나 태블릿PC 등 비교적 무겁고 크기가 큰 기기를 사용했던 기존 시스템을 들고 다닐 수 있는 휴대폰 사이즈의 PDA로 전환해 이동이 많은 간호 업무에 적합하도록 개선했고, 목소리만으로 제어가 가능한 Voice ENR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모바일에서 바로 기록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주변 소음으로 인한 인식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이즈 캔슬링 기술도 도입했으며 방대한 간호기록의 종류와 내용을 인공지능 시스템이 보다 정교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간호사들이 직접 녹취해 다양한 언어를 학습시키고 있다.

또 간호사들은 어플리케이션을 탑재한 PDA를 활용, 병동에서의 일상적인 간호처치 업무(맥박, 혈압, 체온 등 활력징후 포함)를 음성으로 기록할 수 있으며 심정지 등 응급상황 발생 시에도 현장에서 바로 처방과 처치 내용을 기록할 수 있다.

‘모바일 Voice ENR’ 운영을 통해 추가적인 기록시간 단축 및 처방입력 누락 감소 등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통한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이 기대되고 있다.

은평성모병원은 현재까지 5개 병동에 모바일 Voice ENR을 적용 중이지만 올해 안에는 전체 병동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이성식 은평성모병원 정보보호팀장은 “현재 고도화가 진행 중이고 올 하반기에는 간호전체로 확산할 예정이다”며 “사용 후 간호기록의 정확성이 높아졌고 기록입력 시간이 단축되는 등 모바일 Voice ENR을 통해 처방누락이나 기록이 많이 개선되고 향상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팀장은 “현재는 5개 병동에서 활용 중이지만 하반기에는 전체 병동에 확산해 효과를 집중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면서 “지금의 고도화 작업이 안착되면 내년에는 가톨릭중앙의료원 전체로 확산을 시키기 위해 준비 중이다”고 강조했다.

Voice ENR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병원들은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 실제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지만 수가 연동과 같은 정책적 뒷받침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수가는 전혀 없고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간호사들의 업무를 줄여주고 효율성을 가져온다는 측면에서는 소요되는 비용을 상쇄할 정도로 효과가 있다고 본다”며 “간호사들의 업무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기록인데 그 시간을 단축시키고 정확도를 높여, 남은 시간을 환자들 케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은평성모병원은 Voice ENR 운영에 필요한 서버와 단말기는 기존 병원 인프라를 사용 중이며 보이스 마이크나 헤드셋은 따로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또한 병원들은 음성인식 기술의 또다른 한축인 Voice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음성인식 전자의무기록) 개발과 상용화에도 적극적이다.

기존 EMR은 기록 업무량 증가로 의료진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기록 누락 및 의료사고로 인한 법적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한계에 직면한 상태다.

미국의 경우 EMR 관련 작업이 의료진 업무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가 도입됨에 따라 EMR 작성의 효율화가 요구되고 있어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많은 병원들이 보이스 EMR 도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한 ‘2021 K-HOSPITAL FAIR’에서 진행된 관련 세미나에서 퍼즐에이아이 전하린 연구소장은 “AI를 활용한 음성인식 EMR 솔루션, 이른바 Voice EMR을 도입할 경우 의무기록 품질을 향상시키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음성 인식이 키보드 타이핑 보다 정확도가 높고 마이크로 간편하게 의무기록을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의무기록을 누락할 확률을 줄일 뿐만 아니라 적시성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대학교안암병원은 지난해부터 Voice EMR 상용화에 들어간 상태다. 고대안암병원은 퍼즐에이아이와 ‘Voice EMR 연구회’를 구성하고 약 36만 건의 의료 스크립트와 음성녹음 기록을 수집해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순환기내과, 치과, 응급의학과, 중환자외과 등 7개 진료과목의 음성인식 모델을 개발했다.

고대안암병원 Voice EMR은 과별 최적화로 학습된 음성인식 모델을 적용하고 노이즈 차단 기능을 새롭게 적용해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 진료현장에서의 인식률을 대폭 높였다. 음성명령을 통해 의료진 개인별 클라우드에서 관리되는 템플릿 호출·수정 기능을 지원해 개인별 자주 사용하는 샘플을 불러와 빠르게 최종 기록을 완성할 수 있다.

또 음성호출 기능을 통해 음성인식기 활성 상태를 제어할 수 있어 작업 편의성을 높이고 서버와 프로그램을 경량화해 가용 환경도 확대했다. 현재 고대안암병원은 후속 연구를 진행해 적용 진료과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 자연어 처리 기술 기반 서식화 완성기능 개발 등을 진행 중이다.

서울성모병원도 퍼즐에이아이와 공동 개발을 통해 영상의학과, 병리과, 정형외과, 소화기내과에서 사용하는 의료 용어와 한국어, 영어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Voice EMR을 운영 중이다. 서울성모병원 Voice EMR은 의료진의 음성을 95% 이상 정확도로 입력이 가능하며 현재 코로나19로 방호복을 입고 말해도 높은 정확도를 기록할 정도로 기술을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여자대학교목동병원은 AI 의료기기 전문기업 뷰노와 손잡고 의료용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의료용 전송 시스템 PACS(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의 영상 판독용 녹음 파일을 문자로 자동 변화하는 프로그램으로 업무 보조 시스템으로 개발됐다. 기존에는 PACS 영상을 의사가 판독하고 그 내용을 녹음해 직접 문서화했지만 지금은 녹음 파일을 AI를 통해 자동으로 문서화가 가능하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카부와 협약을 체결하고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수술실 업무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해 수술실 work-flow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해 수술 전 환자이름, 수술부위, 수술명 등을 구두로 확인하는 작업을 반영, 환자 안전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이밖에도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수술 및 회진 후 작성하는 수술기록지와 경과기록지를 AI를 통해 음성언어로 작성하는 Voice EMR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순천향대학교중앙의료원은 지난해 12월 네이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Voice EMR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 음성까지 인식하고 요약하는 음성인식 솔루션을 구축해 수술 동의서 작성 등 환자와 의료진 간의 다양한 상황들을 기록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병원들을 중심으로 의료 관련 음성인식 솔루션이 구축되고 있지만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각종 노이즈를 제거할 수 있는 음성 처리 필터와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는 환경에서 각각의 음성을 분리해 내는 화자 분리 필터, 한국어와 영어 등 다양한 언어가 사용될 때 이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 등이 앞으로 음성인식 솔루션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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