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국립노화연구소’ 설립 필요성 제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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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칭)국립노화연구소’ 설립 필요성 제기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2.04.1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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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대응 위해선 국민 대상 다학제 장기 연구 수행해야
국회입법조사처, ‘국립노화연구기관 설치 필요성과 과제’ 연구보고서 발간

국회입법조사처가 노인의 의료비 저하 효과와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가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가칭)국립노화연구소’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원시연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4월 18일 발간된 정보소식지 ‘이슈와 논점’에서 불과 3년 앞으로 다가온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인성 질병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새로운 정책개발과 연계시킴으로서 만성 퇴행성 질환을 줄여나가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한국인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다학제적인 장기연구 수행을 위한 (가칭)국립노화연구소 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초고령 노인이 증가함에 따라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가 복합 만성질환 유병률을 증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노인의 84%는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초고령 노인만 놓고 보면 75~79세 노인의 61.4%, 80~84세 노인의 66.2%, 그리고 85세 이상 노인의 73.1%가 2개 이상의 복합 만성질환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화(Aging)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물의 신체기능이 퇴화하는 현상으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여겨졌으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8년 6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을 발표하면서, 노화에 질병코드(Code MG2A: Old Age)를 부여했고, 올해부터 공식 발효돼 이제 노화는 불가역적인 현상이 아니라 진단·예방·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인식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하면서 어떻게 노화라는 질병에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

노화와 연계된 노인성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들이 체계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갖추어 나가는 것에서 출발해, 다양한 연구 결과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제도의 발굴로 연계될 수 있도록 정책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 입법조사관은 “노화가 질병으로 인식되는 변화에 맞추어, 노화인자와 질병인자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노인성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면서 “노화의 매커니즘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만성질환 중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의학적·생물학적 접근뿐만 아니라 사회적 노화까지를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결국 다양한 연구의 결과로 산출된 정보와 자원이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장기적으로 축적돼야 항노화치료제 개발 등 첨단기술로의 전환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노인성 질병이 대체로 원인이 상세불명이거나 다른 질환에서 파생된 다양한 증상의 형태로 드러난다는 것.

노인성 질병은 한 노인에게 여러 가지 질병이 동시에 존재하며, 질병의 양상이나 치료에 대한 반응에 있어서 개인차가 크다 보니 증상이 비전형적인 경우가 많고 수분 및 전해질 조절 기능의 이상이 많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완치되지 않는 만성질환이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치료가 어렵고, 합병증의 발생도 빈번하다.

더구나 노인 개개인의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양해, 처방 시 해당 약물에 관한 의료인의 충분한 지식과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고, 환자의 예후는 의학적인 면뿐만 아니라 심리적·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서도 좌우되는 만큼 노인성 질병은 한 인간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형성된 종합적 결과물로 예방과 치료도 중요하지만, 조절과 관리에 입각한 접근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원 입법조사관은 “이같은 이유로 해외 각국도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노인성 질병에 대응하고자 노화의 원인을 연구하면서 노화현상을 지연시키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국·공립노화연구소를 설치·운영해 나가고 있다”며 “만성질환을 장기적 관점에서 조절하고 관리해 나가려면 노화에 대한 전문적이고 다학제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 NIA)를 노화에 대한 종적(longitudinal) 관찰 연구로 큰 성과를 거둔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NIA는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산하 국립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이 거느린 27개의 연구소 및 센터 중 하나로, 연방의회 주도로 1974년에 설립됐다.

원 입법조사관은 “NIA의 연구는 노화가 개체마다 그리고 개체에서는 장기별로 차이가 있음을 밝힘으로써 노화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전환하였고, 노화가 향후 가져오게 될 사회변화와 그 결과에 대한 규모를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며 “노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 요인과 위험요인을 탐구하여 다양한 조건에 따른 과학적이고 역학적인 결정요인을 선별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점에서 그 대표적인 성과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NIA는 보건·교육·복지 관련 사항을 조정하기 위한 국가 종합 계획을 마련하고, NIH 내에서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 연구를 주도하도록 지정됐으며 의학과 임상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 분과가 함께 포진되어 있고, 내부 연구진이 수행하는 연구뿐만 아니라 외부의 노화 전문가들이 수행하는 장기과제 연구에도 상당한 예산과 기금 등이 배정돼 있다.

이에 원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도 노화에 대한 다학제적 연구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국립노화연구소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가칭)국립노화연구소 설치 필요성이 제기된 지는 오래됐다. 1990년 5월 정부가 미국의 NIA 등을 사례로 들어 (가칭)한국노인연구원 설립을 추진한 바 있으며 2007년에는 보건복지부가 국립노화연구원 설치 계획을 발표하면서 관련 부지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했었다.

그러나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예비타당성 조사사업 대상 신청이 설립 근거 법령 미비 등의 이유로 아예 심의에서 제외되거나 대상사업으로 선정조차 되지 못했다. 지자체간의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사업추진 결정이 유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질병관리청이 국립보건연구원 산하에 국립노화연구소를 설치하는 방안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 중에 있다.

원 입법조사관은 “국가가 콘트롤 타워의 기능을 통해 노화 관련 정책 아젠다를 설정하고, 민·관에서 수행되는 다양한 연구를 총괄·기획·지원하며, 이를 정책과 연계하는 공식 체계가 서둘러 갖추어져야 한다”면서 “선진국들은 이미 노화에 대한 종적 관찰 연구를 통해 소기의 결과를 얻고 있지만, 문제는 인간의 노화가 인종, 생활습관, 환경 등에 따라 상이하므로 외국의 연구 결과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인의 노화 연구는 우리가 직접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노화에 대한 종적 관찰 연구를 통해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의학, 공학, 생태학, 인문학 등이 함께 지역의 고령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 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초고령사회의 만성 퇴행성 질환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원 입법조사관은 “노인성 질병과 환자 및 가족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들은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관리가 가능한 제도적 방안들과 연계됨으로써 노인의 의료비 저하효과와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갈 수 있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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