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떤 상황이길래…‘절벽’ 앞에 놓인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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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떤 상황이길래…‘절벽’ 앞에 놓인 산부인과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03.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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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 직전 위기의 산부인과 특집 ①…데이터로 보는 산부인과의 겨울
수년간 전공의 지원 미달…의료기관 최근 5년 개원보다 폐업이 많아
심평원 심사결정기준 의원급·병원급 명세서 건수 및 환자 수 지속 하락
사진=연합
사진=연합

초저출산 시대를 외면하는 비합리적인 초극저수가 등으로 인해 아사(餓死) 직전에 놓인 산부인과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오랫동안 지속된 산부인과의 위기를 모두가 외면했다는 데 있다. 수년 전부터 의료계는 산부인과의 위기를 외쳤지만, 해가 지나도 변하는 것은 없었고 오히려 상황은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걸었다. 이 같은 무관심과 무책임은 향후 산부인과라는 한 진료과목의 몰락을 떠나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 자명하다. 이에 더 늦기 전에 절벽 앞에 놓인 산부인과를 구해 낼 방법은 무엇인지 진단해본다.

<아사 직전 위기의 산부인과>
① 도대체 어떤 상황이길래…‘절벽’ 앞에 놓인 산부인과
② 산부인과 살리는 길?…‘파격’ 넘는 방안 필요
③ 곳곳에서 아우성…현장에서 듣는 산부인과의 냉혹한 ‘현실’

오래전부터 예상된 산부인과의 위기가 서서히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 임산부들이 분만실을 찾지 못해 길을 헤매자 정부가 부랴부랴 ‘분만 격리관리료’ 항목을 신설해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에 가산 수가 300%를 적용하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평소 산부인과에 대한 무관심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산부인과는 포괄수가 항목이 많아 300%를 적용해도 기존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데다가 일반 병·의원이 확진 산모를 받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는 비단 수가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폐원하는 의원이 속출하고, 분만을 포기하는 병원은 늘고 있으며, 산부인과 전문병원 타이틀을 내려놓으려 고민하는 병원장도 허다하다.

수년간의 전공의 지원 미달은 이미 익숙한 일이 됐고, 환자 수와 명세서 건수의 꾸준한 감소는 산부인과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척도다.

사실 산부인과의 몰락은 예견된 일과 다름없다.

출산율의 지속 하락 때문인데,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출생·사망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81명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보다 0.03명 감소한 수치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2021년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1만1,800명 줄어든 26만500명, 사망자 수는 1만2,800명 늘어난 31만7,800명으로 2년 연속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다.

2021년 평균 출산연령은 33.4세로 전년보다 0.2세 상승했고, 평균 출산연령을 보면 첫째는 32.6세, 둘째는 34.1세, 셋째는 35.4세였다.

즉, 앞으로도 출생아 수는 감소세를 유지하는 반면에 사망자 수는 인구 고령화로 계속 증가해 우리나라 인구의 자연감소가 이어질 것이 우세하다는 통계청의 전망인 것이다.
 

매년 1,000개소가 넘는 ‘무늬’만 산부인과

경영난에 허덕…개업보다 폐업이 더 많아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는 자료를 재편집한 결과, 분만을 전혀 하지 않는 ‘무늬’만 산부인과인 의원이 매년 1,000개소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분만 건수는 32.5%(13만1,411건)가 감소했으며, 분만을 중단한 산부인과 의원은 2020년 1,097개소로 2016년 1,061개소와 비교해 3.4%(36개소) 증가했다.

전체 분만 기관은 2016년 607개소에서 2020년 518개소로 14.7%(89개소) 감소했고, 종별로는 의원급 산부인과가 75개소(84.3%)를 차지했다.

당시 신현영 의원은 “저출한 현상과 함께 여전히 열악한 산부인과 근무조건으로 인해 산부인과 의료인과 분만 의료기관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며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는 응급상황 대처를 어렵게 하고 분만취약지 증가 등 분만환경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심평원의 의료통계정보로 집계한 ‘의원급 의료기관 표시과목별 개폐업 현황(내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성형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외과, 안와, 외과,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 정형외과, 피부과)’을 살펴보면 산부인과는 다른 과와 남다르다.

개업보다 폐업이 유독 많기 때문인데 소아청소년과와 불명예스러운 경쟁(?)을 펼칠 정도다.

산부인과의 최근 5년(2017~2021년) 개업 대비 폐업 비율 평균은 104%로, 소아청소년과 111%의 뒤를 이어 2위다.

이는 산부인과 의원 10곳이 신규로 문을 열 때 10.4곳이 폐업했다는 의미로, 소아청소년과를 제외하면 해당 수치가 5년 평균 100%를 넘는 진료과목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100%에 근접한 외과가 87%를 나타냈으며 그 뒤를 안과 62%, 비뇨의학과 53%, 이비인후과 52%가 잇고 있다.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이 50%도 안 되는 과목은 정형외과(45%), 피부과(43%), 내과(37%), 신경외과(36%), 정신건강의학과(15%) 등이다.

아울러 산부인과 의원의 폐업이 개업보다 많았던 해는 2017년, 2018년, 2020년으로 소아청소년과의 2020년, 2021년보다 더 잦았다.
 

전공의 관심 벗어난 지 오래…지원율 처참

산부인과 환자 수와 명세서 건수 지속 하락

산부인과는 젊은 의사들의 관심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이는 진료과목별 전공의 지원 현황을 보면 보다 명확해지는데 산부인과는 최근 5년 간(2018~2022년도)의 전공의 모집 결과에서 비뇨의학과, 외과와 함께 단 한 번도 정원을 채운 적이 없다.

2018년도 전공의 지원부터 가장 최근인 2022년도까지 매년 정원 미달을 밥 먹듯이 반복한 산부인과의 전공의 지원율은 2018년도 86.6%에서 2020년도 88.7%로 소폭 상승하는가 싶더니 2022년도 들어 61%로 폭락, 처참한 지원율을 보였다.

2022년도 지원율만 놓고 봤을 때 산부인과가 소아청소년과(23.1%)나 외과(59.7%)보다 선방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과 달리 수년간 연속적으로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는 점에서 산부인과의 전공의 미달 고착화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난제다.

산부인과 기피 현상은 중도 포기율에서도 확인이 가능한데, 2020년 산부인과 전공의 중도 포기율은 3.52%로, 기초과목을 제외하고 소아청소년과(3.64%) 다음으로 높았다.

아울러 의원급(표시과목)과 병원급(진료과목)의 진료 명세서 건수와 환자 수에서도 산부인과의 어려움은 그대로 드러난다.

심평원의 건강보험 심사결정 기준 병·의원 산부인과 진료현황(2017~2020년)에 따르면 의원급의 명세서 건수는 2017년 1518만4,000건에서 2018년 1482만7,000건, 2019년 1466만3,000건, 2020년 1366만2,000건으로 점차 줄어 4년간 10%가량 감소했다.

병원급의 경우 2017년 1090만2,000건에서 2018년 1135만7,000건으로 잠시 상승했지만, 이후로 2019년 1120만1,000건, 2020년 1057만2,000건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으며 2017년 대비 2020년 명세서 건수 감소율은 3%였다.

환자 수 또한 의원급과 병원급 모두 2020년 기준으로 2017년에 비해 각각 5.5%(416만명 → 393만명), 3.7%(291만6,000명 → 280만7,000명) 감소해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 발길이 줄어들고 있음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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