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연관 이차성 혈액암, 일반인보다 약 3배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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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 연관 이차성 혈액암, 일반인보다 약 3배 높아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2.02.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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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의연, 국내 암치료 환자 34만여 명 7~11년 추적관찰 결과 발표
선행암 진단 5년 이내 유방암·난소암·골암·림프종에서 발생 많아
예후 안 좋고 경제적 부담 커 조기발견 위한 추적관찰·예방 중요

암 진단 후 항암화학요법 또는 방사선요법 치료를 받은 후에 이차성으로 발생하는 혈액암 발생률이 0.18%로, 일반인에 비해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한광협, 이하 보의연)이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 치료를 받은 후 유전적 손상으로 새롭게 발생하는 이차암인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에 대한 국내 현황을 2월 17일 발표했다.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은 암 치료 후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급성 골수성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의미하는데, 선행암 치료로 이미 신체적·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은 환자가 다시 마주칠 수 있는 고비용의 난치 혈액암이다.

보의연은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의 발생 현황과 고위험군 선별을 위한 위험요인 분석’ 연구에서 국립암센터 암등록자료와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연계해 추적기간별, 성별, 암종, 치료별로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의 발생 현황과 위험인자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경구암, 식도암, 위암, 결장암, 직장암, 항문암, 간암, 췌장암, 담도암, 후두암, 폐암, 골암, 연조직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자궁암, 난소암, 고환암, 방광암, 신경암, 신장암, 전립샘암, 악성림프종, 형질세포종, 갑상샘암 등 25종의 선행암 환자 중 항암화학요법 또는 방사선요법 치료를 받은 34만2,875명을 대상으로 2019년까지 추적 관찰해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의 발생 위험도와 환자 수를 파악했다.

34만2,875명 중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이 발생한 환자는 총 629명(0.18%)으로 절대적인 발생수는 적으나, 이 환자들의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 위험은 일반인구 집단과 비교해 2.9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선행암 진단 후 5년 이내에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이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선행암 진단 후 5년 미만에서 일반인구 집단 대비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 위험이 17.4배나 높았고, 실제 환자 수는 총 408명이었다. 5년 이상에서는 발생 위험이 1.17배, 환자 수는 221명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암종 및 성별로 살펴보면,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이 발생한 환자 629명에서 여성 유방암 환자가 115명(18.2%)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여성에서 유방암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암종은 갑상샘암(54명)을 제외하고 난소암(27명), 악성림프종(20명), 형질세포종(20명) 순이었다.

남성의 경우에는 악성림프종(48명), 폐암(36명), 간암(33명) 순으로 환자들이 많았으며, 선행암에 대한 세포독성치료라는 특별한 병인으로 발생하는 만큼 남녀 모두에서 고령이 위험요인은 되지 않았다.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요법의 여부, 백금화합물 등 백혈병 호발제제의 사용 여부 또한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항암화학요법 단독치료군과 방사선요법 병행군에서는 일반인구집단 대비 모두 3배 이상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 위험이 높았으며, 백혈병 호발제제를 2개 이상 사용할 때도 위험도가 약 9배로 나타났다.

반면 최근 사용이 늘고 있는 표적치료제만 사용한 경우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 위험이 일반 인구집단과 차이가 없었다.

이번 연구에 따라 △제2형 토포이소머라제 억제제 혹은 알킬화제를 포함하는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하여 암을 치료 받는 환자 △특히 치료 과정에 방사선치료를 포함하거나 2가지 이상의 백혈병 호발 제제를 사용하는 등 항암화학요법의 치료 강도가 세고 노출 기간이 긴 특징을 가지는 골암, 연부조직암, 림프종, 형질세포종양 환자 △높은 병기의 여성 유방암 및 난소암 환자의 경우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의 위험이 높은 것이 확인됐다.

이들 환자에게는 선행암 진단 후, 치료 계획 수립 과정에서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 발생률이 높음을 고려해 관련 검사 및 치료 약제와 방법, 강도 등을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경제적 부담을 확인하기 위해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 환자들의 진단 후 1년 이내와 3년 이내의 의료비용을 분석했다.

진단 후 1년간 1인당 진료비 총액은 5,041만2,061원, 3년 이내 평균 전체 비용은 6,201만5,873원으로 첫 1년에 진료비용이 집중됐다.

2015년 건강보험통계연보의 신규 암환자 1인 1년 진료비 총액이 932만4,610원임을 감안하면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은 이미 선행암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1인당 진료비용이 무려 5배 이상 높은 고액암인 것을 확인했다.

또 외래보다 입원진료 비중이 높아 병상과 간호인력 등 진료비용 외의 의료자원 소모가 심한 중증 혈액암의 특성을 보였다.

연구책임자인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홍준식 부교수는 “발생 환자의 수가 절대적으로는 적어 보통의 암환자들이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 후 혈액암 발생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면서 “확인된 고위험군에서는 치료 후 5년간 추적 혈액검사 등을 충실히 시행하고 비슷한 효과가 예상된다면 고위험 약제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명백한 고위험군에 한해 혈액암 발생 소인을 예측할 수 있는 선제적 유전자 검사의 효용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동 연구책임자인 보의연 이나래 부연구위원은 “치료연관 골수계 종양처럼 예후가 불량하고 경제적 부담이 큰 암종은 무엇보다 조기발견과 예방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고위험군 환자들의 조기발견과 예방을 위한 코호트 구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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