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로나 전사다] 최전선에도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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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로나 전사다] 최전선에도 ‘사람’이 있다
  • 병원신문
  • 승인 2022.0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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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 해운대부민병원 지역응급의료기관 특수간호팀장
새벽에도 울리는 단톡방 알람에 간담 서늘할 때 많아
최전선에서 땀 흘리는 의료인들 노력·희생 당연시 해선 안돼

최전선에도 ‘사람’이 있다

“팀장님, 오늘도 양성자 두 분 나왔는데, 너무 무서워요.”

오늘도 우리 병원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검사자 가운데 두 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번 달만해도 12명, 짧은 시간이지만 이분들을 마주했던 응급실 간호부 막내 선생님이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내게 물었다. 간호사가 된 지 1년이 채 안된 새내기 간호사에게 코로나19가 주는 무게는 유난히 무거울 것이다.

작년 3월 초 대구 신천지 사태로 전국이 들썩일 무렵부터 지금까지 늘 긴장 가운데 마음 편히 잠자리에 든 적이 없다.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는 선별진료소 위치를 오인해 응급실로 확진자 일지도 모르는 분들이 불쑥 진입하는가 하면, 해운대구 모 병원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응급실로 수백 통의 전화가 걸려와 업무가 마비되는 일이 허다했다.

코로나19 관련 업무의 신속한 공유와 협의 절차 간소화를 위해 주요 부서장과 실무자 간의 단톡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이른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쉴 새 없이 ‘카톡’이 울리고 선별진료소 양성자 발생 소식에 간담이 서늘할 때도 많다.

코로나19가 2년에 걸쳐 장기화되는 동안 우리 병원의 역할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선별진료소 운영을 시작으로 호흡기 진료소, 코로나19 안심병원, 백신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 현재 코로나19 치료기관에 이르기까지 지역의 주요 종합병원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다.

우리 응급실과 선별진료소도 병원 입구의 최전방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며 ‘응급실이 뚫리면 병원이 뚫린다’는 사명감 아래 늘 긴장된 마음으로 병원을 지키고자 애쓰며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다.

특히, 선별진료소는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해야 하는 장소다. 제 아무리 경력이 긴 베테랑 간호사라 할지라도 피할 수만 있다면 근무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지친 마음으로 퇴사를 고민한다는 부서원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도 시원하게 ‘잘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지 못하는 미안함에 마음이 아프다. 사명감과 애사심, 책임감을 들먹이기엔 너무 많이 써버린 효과 없는 부도수표 같은 말이 돼 버렸다. 부장님의 격려와 지지로 근근이 이어가곤 있지만, 선별진료 수당의 부재는 부서장인 나의 마음을 늘 무겁게 한다.

물론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다. 생업을 잃은 분들도 많고, 코로나블루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분들도 많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시국에 간호사이면서 보건의료 종사자라면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옳다. 그렇다고 간호사들과 의료 종사자들의 노력과 희생을 당연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코로나19와의 전쟁터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종사자들 역시 사람이다. 함께 고생하는 선후배, 동료들을 바라보며 씁쓸한 마음을 오늘도 숨긴다.

다가올 2022년에는 과감하게 코로나19 종식을 꿈꿔본다. 어디선가 ‘빌게이츠가 2022년의 어느 날 코로나19가 자취를 감출 것이다’라고 인터뷰한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지금 상황으로는 믿어지지 않는 꿈같은 말이지만 코로나19가 끝나고 다시 일상을 회복한다면 그동안 고생한 응급실 가족들과 한자리에 모여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두 다리 쭉 펴고, 휴대폰을 꺼둔 채로 조용하고 평안한 밤을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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