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로나 전사다] 우리는 멋진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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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로나 전사다] 우리는 멋진 간호사
  • 병원신문
  • 승인 2022.0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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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아 오송 베스티안병원 간호사
땀 범벅되는 레벨D 방호복도 이제는 입고 벗기 손쉬워

우리는 멋진 간호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국을 휩쓸고 잠잠해질 틈도 없이 변이를 거듭하며 지독히도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언제면 끝이 날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사치가 돼버린 요즈음 수도권 환자들을 막론하고 병상 배정은 하루가 멀다하고 끊이지 않고 있다.

가벼운 증상 치료가 필요한 환자부터 호흡이 힘들어지게 되면서 집중적인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까지 우리의 손은 이들의 희망이 되는 상황이다. 허나 부족한 인력 탓에 환자를 대하는 우리의 업무 형태는 처절하다. 3교대는 고사하고 2교대 근무에 오프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지만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 안 모든 의료진들의 노력은 하루하루 계속되고 있다.

여름을 지나 기온이 점차 떨어지는 추운 겨울이건만 레벨D 안은 이미 땀범벅이 된다. 흐르는 땀을 닦아낼 수 없는 상황이고 안면보호구는 이미 습기로 가득 차 앞을 분간할 수 없다. 뿌연 시야와 두꺼운 이중 장갑을 낀 손이 그들의 몸 상태를 살피고 주사 치료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폐렴 상태가 진행돼 항바이러스제의 투여가 필요하기도 하고 항생제와 여러 주사제를 적용해 보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고령인데다가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환자분들의 경우 회복하기까지의 시간은 더디기만 하고 치료 도중에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거나 맥박, 혈압 등이 낮아지기도 해 아찔한 상황이 발생되기도 한다. 매사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어떤 응급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는 압박감을 가지기도 한다.

문득 처음 코로나 환자를 만난 때가 기억이 난다. 화상 병원에 근무하며 전국의 화상 환자 치료와 간호에 여념이 없다가 2021년 1월부터 병원의 전 병상이 코로나 환자 치료를 위한 거점병원으로 지정되게 되면서 직원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우선 내 몸과 가족들의 안위, 코로나 환자를 돌보게 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걱정거리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환자를 돌보다가 퇴근하면 나와 같이 있는 가족들은 괜찮을지, 코로나 병원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로 지역 주민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와 눈초리는 또 어떨지 이만저만 걱정스러운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이런 걱정스러움과 코로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사는 시작됐다.

구역을 짜고 동선이 나오는 대로 필요한 물품과 장비들의 배치가 시작되고, 처음 보는 이동형 음압 장비 설치에 코로나 환자의 치료가 곧 현실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병동을 오픈하기까지 여러 부서의 직원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일사불란하게 각자의 임무와 책임을 다한다.

무엇이든 혼자 해낼 수 있는 것은 없다. 흙을 덮어 포근함을 주고 촉촉한 빗물이 뿌리의 양분이 되며 바람과 햇빛과 구름의 어우러짐이 하나의 싹을 틔우게 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전신 보호복을 입었을 때는 어렵고 어색하기 그지없었지만 100번 이상의 입고 벗는 연습을 통해 실제 환자가 입실했을 때 감염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매뉴얼과 각각의 절차를 상세하게 알려준 관리자 분들의 노고로 쉽게 시스템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실제 환자들과 마주하며 상황에 따른 대응 방법들을 하나씩 하나씩 배워나가며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지금은 입고 벗는 것은 아주 도사가 된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예전 생각이 나 웃음이 난다. 입을 줄도 모르던 우리가 만능이 된 것이다. 뭐든지 경험의 힘은 크다.

최근에 중환자실 근무를 하며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라 손주들이 남긴 손 글씨 편지에 마음이 간다. ‘꼭 나아서 만나요’하는 비뚤비뚤 작은 손아귀의 간절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내가 이런 간절함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

주사 놓은 뒤에 고정해주는 종이 반창고로 편지를 잘 보이는 벽면에 붙여 둔다. 내가 할 수 있는 정성은 그저 마음으로 읽어주는 것뿐이다. 비록 스스로 호흡하기 힘들어 고 유량 산소에 기대 있는 상황이지만 간절한 편지글은 이내 희망이 돼 한바탕 달려 나간다. 어서 힘을 내서 조금이라도 나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업무 하며 보람 있는 일들도 있지만 어려움도 많고 힘든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여러 가지 변수들도 많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일수록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기운이 난다. 묵묵히 각자의 부서에서 최선을 다하며 모든 팀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목표는 환자 치료 그 자체인 것이다. 그래서 하나라는 힘은 실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간호사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우리는 서로 이런 동료애를 나누고 있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편에 서서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간호사! 그냥 간호사가 아니라 우리는 멋진 간호사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모든 의료진의 앞날을 응원하며 기운을 북돋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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