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정절차 자동 개시 방어진료·소송 남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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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정절차 자동 개시 방어진료·소송 남발 우려
  • 병원신문
  • 승인 2022.0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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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의료사고 입증책임을 의료기관으로 전환하도록 하자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나온데 이어 이번에는 중대한 의료사고의 경우 의사의 동의없이 조정절차를 자동개시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의료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의료사고 입증책임 문제는 2011년 4월 7일 제정된 의료분쟁조정법 입법과정에서 논란 끝에 법안에 반영되지 않은 사안. 1995년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내용의 대법원 판례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분쟁절차에 별도의 의료사고감정단을 설치, 의료인의 과실 및 인과관계를 조사·판단하도록 하는 절차가 마련된 것이 고려됐었다.

의료사고 입증책임을 의료기관으로 전환하지 않은 것은 쟁송 남발이 일반화되고 이로 인한 방어적 진료로 어려운 수술을 기피,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보호에 이익이 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 때문이었다.

환경정책기본법이나 제조물책임법에서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을 완화 내지 전환시키는 인과관계 추정규정 또는 무과실 책임규정을 두고는 있지만, 이를 현재의 의학수준으로는 명확한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의료행위에 대입하는 게 적절하지 않아 의료분쟁조정법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방어적·위축적 진료 우려와 자동개시사건에 의료기관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신중한 입장이다. 병원계도 불필요한 의료소송 증가와 위험성이 높은 외과계 전공과목 기피로 환자에게 이익이 가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입증책임 전환에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의 동의가 없어도 강제로 조정절차를 개시하자는 법안이 발의되니 의료계로서는 치명적인 독소조항이라며 반발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부의 과반수가 비전문인으로 구성된 조정협의체로 운영되고 있어 자칫 소송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많다.

의료사고에 따른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어진료나 소송 남발 등 국민건강에 위해가 될만한 요소들이 많은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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