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로나 전사다] 잃어버린 보금자리 되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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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로나 전사다] 잃어버린 보금자리 되돌려주세요
  • 병원신문
  • 승인 2022.0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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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신년기획…곽지현 부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간호사
호스피스 돌봄의 터 잃어버린 말기암 환자와 가족들 고통 가중
임종도 함께 할 수 없어 간호사들도 우울증·도덕적 갈등 쌓여

잃어버린 보금자리 되돌려주세요

곽지현 부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간호사
곽지현 부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간호사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감염병의 확산으로 우리는 일상의 많은 부분이 단절되고 위기를 겪고 있다. 초기 대응부터 공공병원의 호스피스 병상을 코로나19 전담 병상으로 전환한다는 발표에 이해를 하면서도 ‘말기암 환자라서 병상을 빼는건가’하는 생각에 호스피스 간호사로서 무겁고 불편한 마음을 느꼈는데 말기암환자와 가족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코로나19 전과 후로 정리해보자면, 말기암환자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22.4%(2019년 기준)로 증가 추세이긴 하나 말기암환자 수요에 못 미치고 있어 호스피스의 형태를 다양화해 입원형, 가정형, 자문형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중 입원형 호스피스는 여러 가지 질적인 요건을 고려해서 병상 수가 일반병동보다 1/2~1/3정도 적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공공병원의 호스피스 병상 폐쇄로 입원이 필요한 말기암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입원이 어려웠고 통증 및 증상관리가 시급한데도 면회제한으로 가족을 자유롭게 볼 수 없다는 것에 가정에서 버티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이에 가정호스피스 대상자가 늘어났지만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어려웠고, 중증환자가 많다 보니 가정에서 그야말로 통증 없이 버티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게다가 각 가정을 방문하며 지역사회 안에서 코로나19 전파 우려 때문에 첫인사는 매번 코로나19와 관련된 문진으로 긴장과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환자를 돌봐야하는 것이 매번 씁쓸하게 다가온다.

말기 진단 후 연명치료 중단과 호스피스 이용에 대한 안내는 말기암환자의 삶의 질, 죽음의 질을 올리기 위한 하나의 로드맵과 같다. 그들은 그 과정 안에서 심리적 변화들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고자 노력한다. 말기암 진행 과정 안에서 고통 완화와 여러 측면의 돌봄이 필요한 암환자에게 보다 나은 방향이 되도록 돕는 것이 호스피스완화치료를 제공하는 목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말기암환자와 가족은 돌봄의 터를 잃어버린 상태다. 공공병원 호스피스 폐쇄로 인해 버텼던 환자들이 응급실로 오는 비율이 높아지고, 코로나19 검사로 인한 체류시간도 늘어났다. 입원을 해도 면회를 제한하고 있어 환자의 고립감과 바라보는 가족의 심리적 고통도 증가된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최근 호스피스 문의를 보면 호스피스에 대한 내용보다는 ‘면회가 되나요? 호스피스 환자는 다 임종할 수 있는데 가족을 못 보게 한다고요?’가 많다. 이러한 문제로 크고 작은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간호사들의 설명 시간도 길어졌다. 임종 순간에도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가족들의 면회를 통제하는 상황은 우리 간호사들에게도 심리적 우울감, 도덕적 갈등을 매번 가져다준다.

11월 초 의뢰된 가정호스피스 환자는 입원하면서 환자를 혼자 뒀다는 가족의 고통에 기인해 가정으로 퇴원을 강력하게 원한 환자였다. 이후 방문을 진행하면서 곧 입원형 호스피스로 전환해야하는 위중한 상태였으나, 환자와 가족은 가정에서 최대한 버티다가 면회가 되는 기관을 수소문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정방문 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함에도 호흡이 불안정하고 쇠약감이 심한 환자는 마스크가 답답하다며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으나 그런 환자에게 강제적으로 착용하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이후 응급실에 방문해서 나간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온 것이다.

환자는 호스피스 병동을 이용하지 못하고 곧바로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이송됐고, 나는 밀접접촉자 자가격리가 돼 가정방문이 안 되면서 가정호스피스 돌봄환자였던 환자 한 명은 타병원에 입원, 또 한 명은 가정에서 임종하는 데 함께 해줄 수가 없었던 결과를 낳았다.

병으로 인해 죽음이 예측되고 그 과정 안에서 고통이 함께한다면 환자도 가족도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는 데 있어 호스피스의 역할은 무척 소중하고 크다. 그러나 현재 말기암환자와 가족들은 삶의 마무리 안에서 코로나19 양성인가 음성인가 그것이 우선시되고 있으며, 외롭게 고군분투하며 지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의 방역지침이 생애 말기 환자의 존엄과 삶의 시간보다 우위가 될 수는 없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말기암환자들은 열악한 돌봄 환경으로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하지 못 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에 어려운 여건이지만 말기암환자의 의료 접근이 용이하도록 방역지침 안에서 제도적인 개선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변 공공병원 호스피스 병상은 폐쇄를 했지만, 부천성모병원은 영성 이념 실천에 따라 입원형과 가정형 호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면회제한으로 입원을 거부하기도 하고 타병원에서 수용할 수 없어 전원을 오는 환자들이 많아지기도 하면서 환자의 수요가 불안정하기도 하지만 말기암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마음 하나로 호스피스팀은 고군분투 하고 있다.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환자가 가장 원하는 보호자는 곁에 계시도록 하며 임종기가 되면 안전한 직계가족 면회를 해주려고 더욱 민감하게 관찰하고, 증상완화가 되면 보다 안전한 가정으로 퇴원해 가정형 호스피스로 순환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병상 폐쇄라는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말기암환자와 가족들이 코로나19로 가중된 고통을 받지 않고 존엄한 삶을 영위하도록 호스피스팀은 계속 함께할 것이다.

코로나19와 이별은 멀지 않았다. 모두의 희생과 사랑, 배려는 그 시기를 더욱 앞당기리라 믿으며 코로나19 극복을 청하는 기도 중 한 구절을 다시 한 번 되뇌어본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자 애쓰는 저희 모두가 사랑과 연대의 중요성을 더 깊이 깨닫게 하시고 배려와 돌봄으로 희망을 나누는 공동체로 거듭나는 은총 내려주시길 간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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