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기관을 위한 심평원의 배려…‘진방 및 특수장비 검사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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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기관을 위한 심평원의 배려…‘진방 및 특수장비 검사 안내’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1.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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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일자 안내 의무 없음에도 선의의 피해 방지 위해 연 4회 발송
약 1만5천 기관 3만여대 장비 해당…병원급 피해 액수가 가장 커
자원평가실, “삭감기관 인식 있지만, 요양기관과 심평원은 파트너”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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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기관 입장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동반자로 느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심사, 삭감, 환수 등과 연관된 심평원과 이런 심평원에게 청구를 하는 요양기관 사이의 태생적 한계에 기인한다.

이 때문에 요양기관과 심평원은 서로가 하는 일에 어떤 의도와 이유가 숨겨져 있는지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심평원은 오는 12월 13일 즈음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및 특수의료장비(이하 진방 및 특수장비)’를 보유한 요양기관 중 장비의 안전·품질 검사일이 도래한 곳을 대상으로 올해만 4번째 우편물(엽서)을 발송할 예정이다.

심평원의 수많은 업무 중 하나, 요양기관이 받는 수많은 우편물 중 하나일 뿐인 ‘진방 및 특수장비 검사일 안내문’에는 ‘숨겨진 1인치의 배려’가 존재한다.
 

진방 및 특수장비 검사일 사전 안내문 1년에 4번 발송

요양기관에서 진방 및 특수장비를 사용하려면 환자가 안전한 의료행위를 받을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안전관리와 품질관리 검사를 받아 ‘적합’ 판정을 받은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는 3년마다 안전관리 검사를 받아야 하고 특수의료장비의 경우 3년마다 정밀품질관리 검사를, 1년마다 서류품질관리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심평원 자원평가실 자원관리부 국선호 부장
심평원 자원평가실 자원관리부 국선호 부장

문제는 검사일(검사기준일 전후 31일)이 도래하기 전에 요양기관에서 진방 및 특수장비를 담당하는 직원이 변경돼 인수인계가 원활하지 않거나, 담당자가 검사일을 잊고 장비의 검사기한을 놓치게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요양기관이 의도치 않게 미검사 장비를 사용하게 돼 과태료 부과 및 행정처분을 받고 심지어 진료비 환수까지 당하는 등 선의의 피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에 심평원에서는 ‘이번에 검사를 받아야 하는 장비가 있으니 확인 및 신고해 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안내문을 분기별로 연 4회 발송하고 있다(2021년 4분기 안내문 12월 13일 예정).

심평원 자원평가실 자원관리부 국선호 부장은 “요양기관이 진방 및 특수장비 검사 신고기간을 놓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행정처분, 과태료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전 안내문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 부장은 이어 “진단용엑스선장치, 진단용엑스선발생기, 치과진단용엑스선발생장치, 전산화단층촬영장치, 유방촬영용장치,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유방촬영용장치(Mammography) 등이 해당한다”며 “최근에는 진방과 특수장비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도 많아져 검사를 받아야 하는 장비 종류는 늘고 있다”고 부언했다.
 

안내문 발송 이후 부적정 장비 사용 건수 줄어

올해 발송 대상 1만5,329기관의 장비 3만666대

2021년 4분기 마지막 안내문 발송은 2022년 1분기에 장비 검사일이 도래하는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2021년 발송 대상 현황을 살펴보면 총 1만5,329기관 중 의원이 6,637기관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병원(1,096기관)과 요양병원(450기관), 종합병원(321기관), 상급종합병원(45기관)이 잇고 있다.

장비대수의 경우 의원(1만704대), 병원(3,760대), 종합병원(2,812대), 상급종합병원(1,158대), 요양병원(564대) 순으로 많다.

이처럼 심평원이 진방 및 특수장비 적정 사용을 유도하는 이유는 부적정 장비 사용 적발 시 요양기관의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진방 및 특수장비를 신고하지 않았거나 검사받지 않아 시·군·구에서 행정처분(시정명령, 과태료 등)을 받은 요양기관이 해당 기간에 부적정 장비를 사용해 청구한 진료비는 모두 환수한다.

게다가 환수액이 커지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업무정지나 과징금까지 추가로 받을 수 있어 요양기관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선호 부장은 “행정력이 부족한 의원급 의료기관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병원급 이상 심지어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병원은 장비가 많고 규모가 커 한 번만 터져도 환수 금액이 매우 크다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진방 및 특수장비 검사·신고를 놓쳐 불이익을 받는 요양기관 건수는 행정조직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의원급이 많은 반면 금액은 장비대수와 환자수가 많은 병원급이 월등히 높다는 것.

국 부장은 “안내문을 발송한 지 10년가량 됐는데, 매년 부적정 장비 사용 및 환수 건수가 줄고 있어서 다행”이라며 “하지만 그해에 의원급이 많냐 병원급이 많냐에 따라 금액은 계속 들쭉날쭉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2년간의 종별 환수 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은 총 112기관에서 141대, 2020년은 74기관에서 89대가 환수됐다.

얼핏 환수 기관수와 장비대수가 줄어 환수금액도 줄었을 것 같지만, 2020년에는 2019년에 없던 종합병원 3곳의 장비 3대가 환수되는 바람에 금액이 3억5,513만원(2019년)에서 4억9,783만원(2020년)으로 1억4천만원가량 껑충 뛰었다.

다행인 것은 부적합 장비를 청구(사용)하는 경우에는 미신고 또는 미검사와 달리 사전에 진료비 청구 내역과 지급이 차단된다는 점이다.

결국, 요양기관이 진방 및 특수장비 검사일을 잊지 않고 지키는 것이 불이익을 원천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셈.

국 부장은 “진방 및 특수장비는 설치장소를 변경하거나 사용중지 신고 후 재사용할 때, 장비에 영향을 미치는 부품을 교체·수리했을 때 등에도 비정기적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특수장비의 경우 영상전문의가 청구해야 적절한 수가를 받는 항목이 있는데,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전문의가 청구하면 금액 조정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검사일자 안내, 지자체 의무일 뿐 심평원 역할 아냐

요양기관과 심평원이 상생하기 위한 ‘1인치 배려’

그렇다면 진방 및 특수장비 검사일자 안내는 심평원의 고유 업무일까.

진방 및 특수장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의료법 제37조 및 제38조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등록해야 한다.

아울러 시장·군수·구청장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 제7조제2항에 따라 장치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의료기관의 대표자 및 관리자에게 검사일 2개월 전까지 검사를 받도록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평원 자원평가실 문덕헌 실장
심평원 자원평가실 문덕헌 실장

다시 말해 검사일자 안내는 지자체의 의무이자 역할이지, 심평원이 해야하는 일은 엄밀히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진방 및 특수장비 신고와 관련해 선의의 피해를 받는 요양기관을 사전에 방지하고 심평원의 민원 업무 부담을 줄여 서로 '윈윈'하기 위한 배려와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자원평가실 문덕헌 실장은 “지자체에서만 안내 할 때는 검사 일정을 놓치는 요양기관이 많았는데, 심평원이 추가로 안내하면서부터 이런 사례가 꾸준히 줄었다”며 “내부적으로 단 한 곳의 요양기관도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언급했다.

특히 요양기관 사이에서 심평원은 ‘삭감기관’이라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이는 업무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생기는 오해일 뿐, 기본적으로 파트너 관계라는 점을 강조한 문 실장이다.

문 실장은 “요양기관과 심평원은 국민건강을 지키고 회복시키고자 하는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며 “환수 비용은 둘째치고 악의적인 요양기관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와 심평원이 불필요한 갈등을 겪는 일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삭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툼은 있을 수 있지만, 심평원은 요양기관을 적대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며 “진방 및 특수장비 신고 안내도 그 일환이니 요양기관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진방 및 특수장비 검사일정 안내문은 문자나 이메일이 아닌 요양기관 대표주소로 우편 발송만 하고 있다.

이는 문자나 이메일을 수신하는 행정직 담당자가 퇴사하거나 이직하는 일이 잦아 기관장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 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한편 심평원은 입원료 차등제의 경우에도 이를 담당하는 직원이 퇴사하면 신고를 놓치는 요양기관이 많은 점을 고려해 ‘2022년 입원료 차등제 신고누락 방지 달력’을 제작, 해당하는 전국 모든 요양기관에 발송할 계획이다.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및 특수의료장비를 보유한 의료기관은 사진처럼 심평원이 보낸 엽서를 받게 된다면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및 특수의료장비를 보유한 의료기관은 사진처럼 심평원이 보낸 엽서를 받게 된다면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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