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너 때문에"…변화된 감염병 양상과 의료이용 행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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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너 때문에"…변화된 감염병 양상과 의료이용 행태는?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1.09.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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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기준 1~3급 법정감염병 신고건수 전년 대비 9.6% 감소
인플루엔자 유행도 없어…만성질환 신환자 의료이용 대폭 하락
1인당 월평균 입·내원일수는 줄고 입·내원 1일당 진료비는 늘어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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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사회·경제·문화 등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건강행태와 의료이용 행태, 감염병 발생 양상 등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제1급부터 제3급 법정감염병 신고건수가 전년 대비 10% 가까이 감소했고, 1인당 월평균 입·내원일수는 약 12% 감소했으며, 만성질환 신환자의 의료이용도 대폭 줄었다.

단, 입·내원 1일당 진료비는 전년보다 무려 13.6%가량 늘었다.

질병관리청 감염병정책국 감염병정책총괄과 조경숙 과장은 9월 23일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의 감염병 발생 양상과 건강행태 및 의료이용의 변화’라는 제목의 역학·관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 제외하면 법정감염병 신고건수 42.5%↓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법정감염병 신고건수는 2011년 9만7491건에서 2019년 18만4323건으로 약 2배 정도 증가하다가 2020년 16만6717건으로 9.6%(1만7606건)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6만727건)를 제외하면 10만5990건으로 무려 42.5%(7만8333건)나 감소한 결과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10여 년간 급별 감염병 신고건수를 살펴보면 더욱 정확히 드러난다.

2011~2020년 법정감염병 신고건수 추이
2011~2020년 법정감염병 신고건수 추이

제1급감염병의 경우 지난 2014년 1건(보툴리눔독소증), 2015년 185건(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2018년 1건(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2019년 1건(보툴리눔독소증)으로 발생이 거의 없다가 2020년 보툴리눔독소증 1건과 코로나19(신종감염병증후군 COVID-19) 6만727건이 신고됐다.

제3급감염병은 2011년 8966건에서 2019년 1만9443건으로 지난 10여 년간 2.2배 증가하다가 2020년에는 1만9221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1.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2급법정감염병은 2011년 8만8525건에서 2019년 16만4879건으로 약 2배 증가했지만, 2020년에는 8만6768건으로 47.4%나 감소했다.

이는 제2급감염병에 속하는 결핵, 수두, 유행성이하선염, 성홍열 등의 호흡기 전파 감염병의 두드러진 감소세(51.3%)에 기인한 것이다.

제1~제3급 법정감염병은 아니지만 제4급표본감시 대상 감염병 중 호흡기 전파 감염병인 급성호흡기감염증은 2019년 10만1038명에서 2020년 2만4260명으로 76% 폭락했고, 인플루엔자도 2020년 3월 27일 유행주의보 해제 이래 2020~2021년 절기에는 유행이 전혀 없었다.

조경숙 과장은 “호흡기 감염병 발생의 감소는 2020년 3~7월 기간 호흡기 질환으로 건강보험을 이용한 환자수가 전년 동기 대비 51.9% 감소한 것과 유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1인당 월평균 입·내원일수↓, 입·내원 1일당 진료비↑

2020년 1인당 월평균 입·내원일수는 1.56일로, 전년 대비 11.9%나 감소했는데, 이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5%(0∼2.9%) 증가하던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감소율이다.

아울러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14만1086원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했지만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연평균 증가율 7.4%(2.7∼11.7%)에 비하면 매우 낮았다.

2010~2020년 건강보험 진료비 및 입내원일수
2010~2020년 건강보험 진료비 및 입내원일수

반면, 2020년 입·내원 1일당 진료비는 9만391원으로 전년 대비 13.6% 증가했다.

이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연평균 5.8%(0.7∼9.9%)에 비하면 2배 이상 증가한 결과다.

이와 관련 조경숙 과장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질병의 중증도가 경미한 환자는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하고, 증증도가 높은 환자들은 의료이용이 더 많았거나 의료기관 방문을 미뤄 질병이 더 악화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동기(3∼7월) 대비 만성질환의 건강보험 이용자수 증감률에도 변화가 있었다.

고혈압의 경우 2017년에는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고, 2018년 및 2019년에는 각각 3.6%, 2020년에는 3.2% 증가했다.

당뇨병은 2017년에는 7.2% 증가했고, 2018년 및 2019년에는 각각 6.4%, 2020년에는 4.1% 증가했다.

건강보험 주요 만성질환 신화자수의 전년 대비 증감률
건강보험 주요 만성질환 신화자수의 전년 대비 증감률

암의 경우 2020년 증가율의 폭이 가장 적었다(2017년 5.8%, 2018년 5.5%, 2019년 4.8%, 2020년 1.6%).

심장질환은 2017년에 6.1%, 2018년 4.2%, 2019년 4.5%, 2020년 2.4% 증가했고, 뇌혈관질환은 2017년 3.5%, 2018년 4.1%, 2019년 7.9%, 2020년 0.6% 상승했다.

근골격계 질환은 2017년 3.6%, 2018년 2.5%, 2019년 3.3% 증가하다가 2020년에 5.9%나 감소했다.

2017~2020년 매년 1∼7월까지의 주요 만성질환의 건강보험 이용 신환자수의 증감률은 어떨까.

고혈압의 경우 2017년 –0.7%, 2018년 7.4%, 2019년 6.7%, 2020년 –2.9%의 증감률을 보였으며, 당뇨병은 2017년 1.7%, 2018년 3.3%, 2019년 6.4%, 2020년 –5.7%의 증감률을 보여 2020년 신규환자가 대폭 감소했다.

5대 암의 종류별로 살펴봐도 위암은 2017년 0.0%, 2018년 0.1%, 2019년 –0.3%, 2020년 –11.7%의 증감률을 보여 2020년 신규 환자수가 감소했다.

대장암은 1.9% → 0.0% → 3.6% → –6.8%의 증감률을 보였으며, 간암의 증감률은 1.4% → 0.5% → –1.2% → –2.5%였다.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은 각각 8.4% → 6.7% → 6.5% → –3.8%, –1.5% → –2.2% → –3.8% → –6.4%의 증감률을 보였다.

건강보험 주요 만성질환 환자수의 전년 대비 증감률
건강보험 주요 만성질환 환자수의 전년 대비 증감률

결국, 5대 암 모두 신규 환자수가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조경숙 과장은 “의료기관의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한 만성질환의 예방과 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진 측면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개인이 건강검진을 미루거나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하는 등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020년 163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래로 122개국(75%)에서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 접근성이 낮아졌다고 응답한 바 있다(고혈압 53%, 당뇨병 49%, 암치료 42%, 심혈관 31% 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관적 건강인지율 34.6% 증가

질병부담 가중시킬 만성질환 관리에 노력 기울여야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지역사회 주민의 건강행태 변화를 살펴보면 2020년 흡연율 및 남자흡연율은 각각 19.8%, 36.6%로 전년 대비 0.5%p(2.5%), 0.8%p(2.1%) 감소했는데, 이는 매년 감소하던 추세와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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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월간 음주율은 2019년 59.9%에서 54.7%로 5.2%p(8.7%), 고위험 음주율은 14.1%에서 10.9%로 3.2%p(22.7%) 감소해 그 폭이 매우 컸다.

걷기실천율은 2019년 40.4%에서 2020년 37.4%로 전년 대비 3.0%p(7.4%)나 감소했고, 중증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도 24.7%에서 4.9%p(19.8%) 감소한 19.8% 기록했다.

금연·절주·걷기를 모두 실천하는 건강생활 실천율은 2019년 28.4%에서 2020년 26.4%로 2.0%p(7.0%) 하락했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 인지율과 우울감 경험률이 각각 4.0%, 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관적 건강인지율이 2019년 41.3%에서 2020년 55.6%로 14.5%p 급증해 전년 대비 34.6%의 증가율을 보인 것이 특징이다.

연도별 건강행태의 변화
연도별 건강행태의 변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률은 2019년 41.9%에서 2020년 45.9%로 4.0%p(9.5%) 증가했는데, 2018년 대비 2019년 증가율 4.8%(40.0% → 41.9%, 1.9%p)에 비해 약 2배에 달한다.

조경숙 과장은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일상생활을 비롯해 건강 및 의료이용 행태, 감염병의 발생 양상 등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며 “코로나19 이후 향상된 개인위생과 방역수칙은 향후 감염병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과장은 이어 “하지만 코로나19 종료 이전에라도 국민건강을 악화시키고 질병부담을 가중하게 될 건강행태 변화와 만성질환 관리에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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