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병원인의 병원신문 최종편집2021-05-12 14:40 (수)
의료 4개 단체, 비급여 진료비 신고 의무화 ‘반대’
상태바
의료 4개 단체, 비급여 진료비 신고 의무화 ‘반대’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1.05.04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수가 구조 그대로 둔 채 성급한 정책추진 의료 붕괴 우려
환자 민감 개인정보 전부 노출…엄청난 사회 파장 불러올 수 있어
병원협회·의사협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 정부 정책추진 재고 촉구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등 의료 4개 단체장들이 정부가 추진 중인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 재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의료 4개 단체는 5월 4일 용산 전자랜드 2층 랜드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질적인 저수가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성급한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의료 붕괴를 야기하고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병협 정영호 회장, 의협 이필수 회장, 치의협 이상훈 회장, 한의협 홍주의 회장 등 4개 의료단체의 장들은 공동기자회견문을 통해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진료정보를 완전히 노출시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비급여 진료비용 전면적 신고 의무화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서 건강보험 재정 소요를 억제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바 비급여 진료비용의 공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자료를 바탕으로 필수의료가 아닌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자유로운 비급여 진료가 가능토록 해달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력 상황 등을 감안하여 의료계 4개 단체와 정부 간의 협의를 통해 일정규모 이하의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비급여 보고 및 공개 사항을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으로 규율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이들 4개 단체는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추진 법령 개정 과정 당시 비급여 의무 신고 제도 강행으로 국민이 가지게 될 불안과 의료기관의 과도한 행정부담 등 심각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단체들은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비급여 진료는 공과(功過)가 있다고 강조하고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도덕적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현재 비급여 진료에 대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라는 측면이 유난히 부각되고 있지만, 비급여 진료가 과거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 도입 당시부터 이어져 온 고질적인 저수가 정책하에서도 우리나라 의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상당한 동기를 부여해온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게다가 비급여 진료비는 자유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의료비 급증을 억제하는 기제로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 2002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2002. 10. 31. 99헌바76, 2000헌마505(병합) 전원재판부)에서 헌법재판소는 국민은 진료를 받고자 하는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보험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은 의료보험에 의하여 보장되는 급여부분 외에 의료소비자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라 자신의 부담으로 선택할 수 있는 소위 비급여대상의 의료행위를 함께 제공하고 있어서 국민의 선택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당연지정제 합헌 결정의 근거로 제시했다는 것.

그럼에도 정부가 비급여에 대해 과(過)만을 부각하여 통제 일변도의 정책만을 취할 경우 이는 현행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이 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유지 근거를 정부 스스로 훼손하는 모순을 발생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환자가 단순히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등 환자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예민한 개인정보의 노출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하여 비급여 진료를 받는다는 것.

그런데 정부의 방침대로 모든 비급여 진료비용을 상세히 수록한 비급여 코드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실시간 보고를 하게 될 경우 국가는 어떤 환자가 언제 어느 산부인과에서 무슨 시술을 받았는지, 비뇨기과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그리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무슨 질병으로 진료를 받았는지에 대해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

병협 정영호 회장은 “비급여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갖고 있지만 의료계가 무조건 어두운 면을 지키겠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로 비급여가 가지고 있는 밝은 면이 함께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비급여에 기대 운영되는 의료기관이 많은데 여기에 대한 대책 없이 비급여를 모두 공개하고 민감한 개인정보를 노출하게 하는 것은 의료기관 운영에 있어 심각한 침해를 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정 회장은 “어두운 면을 강조하다면 보면 보건의료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게 된다. 경제적, 재정적 이유로 급여 항목 중에서도 비급여로 돌리는 것도 많다”며 “재정적인 뒷받침 없이 비급여를 억제하면 제도가 가지고 있는 효과 중 좋지 못한 효과만 가져오게 되고 결국은 국민들에 불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의 장점들이 퇴색할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한의협 홍주의 회장은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전에 비급여 내용을 인지하고 진료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비급여 행위를 보고하라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모든 의료데이터를 취합하고자 정부가 의료인을 단순히 데이터를 취합하는 행정요원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 시점이고 방역의 중점이 되야 하는 시점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신고 의무화 추진에 대해서는 전문가 단체와의 소통과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만일 그대로 진행된다면 일선 의료기관에서 혼란이 커질 것이고 국민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조사’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올해부터 모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보고하도록 의무화시켰다. 정부의 방침에 따르면 공개 대상기관은 병원급 3,925곳에서 올해에는 의원급을 포함한 6만 5,464곳으로 늘어나고 공개항목도 지난해 564개서 올해 616개로 늘어난다.

또는 정부는 법령 개정을 통해 의료기관의 장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토록 하고 자료를 미제출 하거나 거짓 보고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