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보이지 않게 수고한 '작은 영웅'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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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보이지 않게 수고한 '작은 영웅'에게 박수를
  • 병원신문
  • 승인 2021.04.2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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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종근당 존경받는 병원인상 수상자...김태형 순천향대 서울병원 미래전략실장

이토록 명예로운 상을 저에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게는 과분한 평가이고 이 기쁨을 저희 순천향대학교 부속병원들의 코로나19 대응팀 동료들과 국내 감염학계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피아노를 가르치셨던 어머니는 피아노야 말로 정해진 시간 동안 악보의 모든 것을 표현해야하므로 그 순간 보여지는 것뿐 아니라 연습하고 연주되는 시간에 정직할 수밖에 없는 예술이라면서 노력하는 시간에 부끄럽지 않은 성실한 직업을 가지라고 항상 당부하셨습니다.

어머니의 그 말씀은 제가 넉넉하게 살라고 의대를 가라는 것이었지만 어머니를 닮은 저는 쉬지 않고 부지런하게 노력을 해야하는 전공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염내과는 축구 경기로 말하자면 눈에 잘 띄지 않게 어딘가에서 부지런하게 뛰는 무명의 수비수와도 같습니다.

저희가 주로 돌보는 HIV/AIDS 감염인들은 사회적으로 부당한 낙인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차별 없는 치료, 바이러스 통제, 개인의 사회적 재활이라는 공공의 목표에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감염된 사람이 커밍아웃을 하고 내 주치의가 누구라고 말할 수도 없는 병이다보니 이미 우리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당당하게 살고 있음에도 아직도 사람들에겐 베일 속에 덮인 병과도 같습니다.

감염내과 의사가 유명세를 탈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또한 저희에게 맡겨지는 수술감염이나 면역저하감염 또한 의사의 한번의 멋진 수술이나 시술 퍼포먼스로 해결 될 수 없는 어려운 수작업 퍼즐입니다. 환자들도 의사와 병원에 대한 실망과 불신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 아무도 “내가 당신의 주치의사요”라고 하지 않는 순간에 처음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하루하루 사용한 항균제의 누적된 적분 값만큼의 엄청난 정성과 공이 들여져야만 비로소 환자의 소생이라는 결과물이 얻어집니다. 아무리 훌륭한 시설이나 완벽해보이는 감염관리 체계를 팀스피릿 훈련 수준으로 대비하고 있어도 신종감염병이 찾아오면 무서운 재난이고 잘 막아내야도 본전일 뿐인 고행의 직업입니다. 그 과정에서 선천적으로 없던 유전자인 협업과 소통이라는 자질도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배웠습니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범유행병 상황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우월한 정책이나 넉넉한 공공의료자원이나 합리적인 제도 덕분일 리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병원 의료진들의 솔선과 헌신이 아니었으면 지금만큼도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을까요? 제가 속한 사립대학병원까지도 공중보건을 위해서 이토록 자발적으로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는 것이 우리의 역설적인 성과의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이 소설의 결말 대로 소수 힘이 있는 엘리트(?)가 다스리는 세상이 아닌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 다스리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게 수고한 작은 영웅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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