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국립대 및 사립대 의대정원 확대 필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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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국립대 및 사립대 의대정원 확대 필요 주장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1.04.2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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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입학정원 6,000명 수준 일괄 증원…수급 추이 따라 향후 조정
서울대 김진현 교수,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정원 확대 공청회서 제안

지역별 의료 격차 해소와 신종 감염병 등 필수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존 국립대 및 사립대 의대정원 확대와 함께 연간 6,000명 수준으로 의대 입학정원을 일괄적으로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 김진현 교수(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는 4월 20일 ‘이용자 중심 의료혁신협의체(민주노총·한국노총·환자단체연합회·경실련·소비자연맹·YWCA)’가 주관한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정원 확대 공청회’ 발제자로 나서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정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최근 감염병 사태에서 보이듯이 적정 의사 인력 확보가 보건정책 운영의 중요한 요소라고 운을 뗀 김 교수는 2000년 의약분업 과정에서 의사 수 감축이라는 의료계 요구를 정부가 객관적 검토도 없이 수용해 의대 입학정원이 3,500명에서 3,058명으로 감축됐다면서 OECD 국가 중 의사수가 가장 적은 나라로 지금의 추세를 유지할 경우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는 데 72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의료이용은 급격히 늘어나 전체적인 의사공급 부족을 야기, 지역 간 부문 간 의사수급 불균형, 공공의료 인력 부족, PA 편법 운용, 전공의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노동여건이 악화되는 문제를 가져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측면에서는 의료산업 성장으로 임상과 비임상 분야 및 해외 부문 수요가 증가해 전체 의사수요 중 10%는 비임상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고 이같은 추세는 해마다 늘고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고령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의료량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할 때 공급확대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한 김 교수는 지난해 당정 합의로 마련한 ‘의대 정원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에 대해 의사 수를 늘리겠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국민의 수요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그 규모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연간 400명씩 정원을 10년간 늘리겠다는 계획이었는데 OECD 평균과 비교해도 매우 부족한 규모”라면서 “국내 의사수요 증가량과 의약분업 당시의 의대 입학정원과 비교해도 부족한 수치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지난해 당정 발표에는 지역 의료인프라 확충 대안이 부재했다”며 “지역별로 공공의료기관을 설립해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고 여기서 양성된 공공의사가 필수의료 과목에 배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데 이같은 유기적인 계획을 지난해 당정 계획은 담아내지 못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용자 중심 의료혁신협의체 참여 단체들의 의견을 담은 정책요구안이라고 전제하면서 기존 국립대 의과대학 정원확대와 함께 사립대 의대 정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유럽처럼 국가가 의료인을 양성해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국립대 의과대학의 소규모 정원을 100명 수준으로 늘려 국가책임으로 교육하고 이들도 지역 의사로 양성해 향후 공공의료기관에 의무복무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면서 “부족한 의사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전체 40개 의대 중 30개 이상이 사립대 의대인 것을 고려해 사립대 의대 정원 수도 확대하는 조치가 함께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추가 확대 부분은 응급이나 중증외상, 역학조사 같은 필수의료만을 전공할 의사로 양성할 수 있도록 조건부로 허가돼야 한다며 서울보다는 지방 사립대 위주로 증원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특히, 의대 입학정원을 6,000명 수준까지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OECD 기준 의사공급 부족 74,773명을 2030년까지 해소하려면 당장 의대 입학정원을 6,000명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현재의 정원 3,000명에서 매년 3,000명을 추가해 6,000명을 10년간 증원해야 수급불균형이 해소된다. 이 가운데 절반은 필수의료를 진료할 지역 의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의사 인력 수급 상황과 중장기 전망을 고려해 수요와 공급의 기울기가 만날 수 있는 수준으로 일괄증원 후 수급 추이에 따라 향후 조정하는 정책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공공병원에서 교육받고 일할 수 있는 지역 공공의사로 양성 △공공의대와 연계할 공공의료 인프라 확대 △1개의 공공의대 설립이 아닌 권역별 공공의대 설립 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지역의사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공공의료기관에서 10년 의무복무’로 규정을 바꿔야 한다. 의부복무 기간 10년은 사립대병원 인턴·레지던트 5년, 전임의까지 7년으로 대부분 채워질 수 있다”면서 “민간병원에서 필수 공익 역할이 보장하기 어려운 만큼 3~5년간 민간중심으로 지역에서 일하다가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자리를 옮겨 미용성형 목적 등으로 개원해도 정부는 이를 막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공공의대를 통해 의사를 양성해도 훈련을 책임질 수 있는 양질의 공공의료기관 부재와 의사 배출 후 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지역의료원 등 공공병원이 없으면 정부의 지역의사제는 소용없다”면서 “공공병원의 신·증설 계획에는 공공의료 재원확보와 함께 공공병원 예타 면제 등 입법 조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지역 의사제 실효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공공의료의 질 제고와 지속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 권역별로 4개 정도의 공공의대 설립안과 부속병원 설립 대안이 함께 수립돼야 한다”면서 “수도권도 의사 인력이 많긴 하지만 공공의료가 취약한 만큼 수도권도 공공의료기관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토론에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공공의대 설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배출하는 양을 고려한다면 상관 없지만 분포를 동시에 고려할 경우 공공의대를 설치하는 게 훨씬 낫다”면서 “지금까지 역사를 봤을 때 선발과 교육, 배치가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연계되는 측면에선 공공의대 신설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의대 교수는 질적인 변화를 전제로 한 양적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의료교육 및 전달체계 전반에 걸쳐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김윤 교수는 “기존 의대의 정원을 늘리는 방식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되는데 늘어난 정원에 대한 교육을 지역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정부가 전공의 수련비용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수련비용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자원에 우선적으로 지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윤 교수는 “국립대 의대가 현 상태에서 지역이나 환자 중심적이라고 볼 수 없다. 코로나 환자를 국립대병원이나 민간병원에서 똑같이 보고 있고 지난해 의사 파업에서도 국립대병원 교수들이 파업을 후원하는 형태였다”면서 “지역 의료에는 관심이 없고 첨단의료, 연구, 대학병원에서의 진료를 우선하는 대학병원이나 국립의대를 더 양적으로 늘린다고 문제들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의료계의 거센 반대에 발목이 잡힌 보건복지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7월 여러 당정청이 의대정원 확대를 발표하면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던 만큼 현재는 의정협의체, 이용자중심 의료혁신협의체, 보건의료발전협의체 등 3가지 트랙에서 의료현안을 논의 중이다.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사인력 확충뿐만 아니라 의료인력 수급이 전반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 역시 인력양성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고 부처 간, 복지부 내부에서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금년에는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해 우리나라 보건의료가 한 단계 더 발전하고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이어서 “의대 정원과 관련해선 국립대 중심으로 해야 할지 권역별로 공급해야 할지 등 여러 가지 논의를 통해서 가급적 금년 상반기 중에 비전이나 로드맵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지난해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사회적 수용성이 국민적 공감대 차원에서 어려움이 많았던 부분을 감안해 진행하겠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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