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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집] 건강보험 이대로 지속가능한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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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집] 건강보험 이대로 지속가능한가? [1]
  • 병원신문
  • 승인 2021.04.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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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료 8% 상한선 규정 개정해야 할 시점
적정 의료서비스 유지되는 세밀한 기전 갖춰야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장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장

사회보험제도로서의 건강보험제도는 접근성·효율성·형평성·지속가능성과 같은 4대 원칙 하에 운영되는 것이 보편적인 흐름이다.

이 가운데 접근성은 건강보험 급여를 경제적 문제나 지리적 장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지불능력과 상관없이 보장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근거하고 있다.

효율성은 투입 대비 결과의 의미로 주어진 제한된 자원에도 불구하고 적절히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평성은 건강보험료 부담 및 급여혜택에 있어서 건강보험 가입자 간 소득수준 및 부담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분담되고 필요에 따른 의료이용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네 번째 원칙인 지속가능성은 다른 무엇보다도 재정의 안정적 유지 여부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재정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서는 현재 상황에서 수지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건강보험제도의 4대 원칙에 비추어 볼 때 대한민국의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어떠한가?

최근 대한민국은 저출산·고령화 라는 초유의 인구구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2020년에는 출생아수가 27만여명에 불과해 약 30만명인 사망자수에 비해 출생아수가 적어 인구가 줄어드는 소위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러한 데드 크로스와 더불어 가파른 고령화 현상은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뿌리부터 위협하고 있다. 출생아수가 줄어들고 사망자가 늘면 일부에서는 소위 ‘적정 인구론’에 따라 인구밀도가 높은 대한민국의 구조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출생아수가 적어 건강보험료를 지불할 수 있는 미래의 건강보험 가입자는 줄어드는 대신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가 넘쳐나는 상황은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이렇게 되면 불가피하게 근로계층에 있는 젊은 세대가 보험료를 과도하게 부담하면서 ‘세대간 심각한 갈등’ 이 사회문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리나라 경상의료비 증가속도가 예사롭지 않은 점이다. 다음 그림에서 보듯이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국가 가운데 지난 10여년간 대한민국의 의료비 증가속도가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OECD 국가의 최근 평균 증가율이 2.4% 인 것에 비해 대한민국의 증가속도는 그 3배에 가까운 7.3%에 달한다. 이 빠른 증가속도는 무슨 원인일까? 

고령화는 우리나라만 경험하는 현상은 아닐 것이고 소득수준의 향상이 의료이용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데 이 부분도 다른 OECD 국가와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대한민국의 의료비 증가 속도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림> OECD국가 1인당 경상의료비 증가율 (2008년~2018년)

Source: OECD Health at a glance 2019, https://doi.org/10.1787/4dd50c09-en

 

일반적으로 사회보장의 양적, 질적 확대와 소득수준의 향상이라는 변수는 의료수요에 대한 다양한 변화를 일으킨다. 다양한 변화라 함은 기존에 보장받던 의료서비스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구매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임을 뜻한다.

이 단계에서 각 나라의 의료시스템이 어느 정도 조정기전을 갖추고 있는가가 다른 중요한 요인이다.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은 우리 국민들의 다양한 의료서비스 구매욕구에 어떻게 반응하는 제도인가?

OECD 관계자들의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권고는 크게 두 방향하에 제시되곤 한다. 한 가지는 문지기(gate keeper)역할을 하는 일차의료 기능의 강화이다. 다른 하나는 지나치게 행위별 수가제 (fee for service)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보수지불제도의 다양화이다.

두 가지 권고안 모두 의료이용량의 지나친 증가와 의료전달체계의 미작동에 따른 중복 이용과 대형병원으로의 편중을 우려하는 내용이다.

가뜩이나 빠른 고령화로 인해 의료이용량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대한민국이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미비한 점은 건강보험제도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주요 기능중 하나는 체납건강보험료와 기타징수금의 결손처분에 관한 의결 기능이다. 체납된 건강보험료 등의 체납자 관리과정에서 납부능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어 탕감하려는 사례가 적절한지를 평가하는 업무이다.

사업장 파산 등이 주요한 체납이유인데 그 사례를 읽어가다 보면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어려움에 처한 빈곤층이 적지 않음을 절절하게 느끼게 된다.

여러 형평성 연구 등에 따르면 빈곤층일수록 건강의 문제도 동반하게 되며 적시에 치료 받지 못해 병을 키워 합병증이 심해진 상태에서 병의원을 방문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보험제도가 지속가능하여야만 사회적 갈등요인을 줄여나갈 수 있다. 앞서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우리 사회에서 사회갈등요인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듯이 건강보험제도가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저소득층을 비롯한 건강위험계층에게 충분한 보장성을 제공하지 못해 또 다른 사회갈등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러한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느 정도 기여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아마도 그 시험대는 국민건강보험법이 정해 놓은 건강보험료 8.0% 상한선 규정을 개정해야 할 시점에서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민건강보험법 제73조제1항에 따르면,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은 1천분의 80의 범위에서 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2021년 현재 우리나라 직장가입자 기준 건강보험료는 6.86%이다. 독일의 약 15.8%, 일본의 약 10.0%, 프랑스의 약 13.0% 수준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가파른 증가속도로 인해 법령이 정해 놓은 8.0%에는 곧 다다를 전망이다. 그러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 개정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건강보험제도는 가입자(국민), 보험자(보험운영자), 공급자(의료제공자)의 3대 축으로 운영된다.

이상적으로는 가입자가 판단하는 적정부담의 정도와 공급자가 느끼는 적정 수익의 정도가 일치하는 지점이 건강보험료로 결정되면 논쟁은 비교적 간단하게 종료될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자기 자본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하는 대한민국 의료공급체계의 특성상 공급자의 적정 수익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건강보험가입자는 지역가입자의 경우 전적으로 본인이 건강보험료를 지불하는 반면 직장가입자는 사업주와 50%씩 보험료를 분담하는 구조이다.

이 경우 지역가입자는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해 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전체 대상자 가운데 지역가입자의 비율은 26.8% 수준이고 직장가입자는 70.4% 수준인데 상대적으로 지역가입자가 더 영세하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직장가입자는 사업주의 부담여건이 관건이다. 건강보험료를 비롯한 4대 보험의 부담이 높아질수록 고용을 줄이려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유럽사회가 경험하고 있듯이 이렇게 되면 실업률 증가 등으로 인해 또 다른 사회 갈등요인이 유발될 수 있다.

처음에 기술했듯이 건강보험의 운영원칙 중 한 가지는 효율성이다.

투입 대비 효과가 적절하려면 투입을 담당하는 가입자에게는 그에 따른 편익인 보장 범위도 적절하게 제시되어야 하며 동시에 공급자에게도 적절한 동기부여 기전이 작동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관리운영자인 보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단일보험자로 하여 운영되는 체계이다. 이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정부가 실질적으로 국민건강보험제도를 관장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정부와 보험자가 세련된 관리운영자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의료비 지출양상과 패턴을 정교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의료의 적정 수준 서비스 질이 유지되는 세밀한 기전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만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갖고 건강보험 가입자인 우리 국민들이 담담하게  큰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은 이러한 상황이 주어질 때 비로소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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