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건강보험, 이대로 지속 가능한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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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건강보험, 이대로 지속 가능한가? [2]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1.04.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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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의료 이용량 확대 추이

통계청이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건강보험 진료비는 448만7천원이다. 이는 10년 전인 2010년의 283만9천원에 비하면 무려 58%나 증가한 수치로, 해마다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건강보험 진료비 규모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1인당 평균 진료비 152만6천원 대비 약 3배에 이른다.

고령자의 진료비 및 본인부담 의료비(자료,  통계청 2020 고령자 통계)
고령자의 진료비 및 본인부담 의료비(자료, 통계청 2020 고령자 통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OECD 보건통계 2020’을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2.7년으로 OECD 국가 평균 80.7년에 비해 2년이나 길고, 주요 질환 사망률 역시 OECD 평균보다 낮았다.

이같은 결과는 우리 국민은 물론이고 선진 외국도 부러워하는 전국민 건강보험제도 덕택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도입 당시부터 보험 가입자의 적은 보험료 부담과 낮은 혜택 수준으로 유지돼 왔는데 최근에는 보장성을 대폭 확대하면서 지난 40여 년간 운영돼 왔던 룰이 허물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노인 인구의 비중이 커지고 출생아수는 점차 줄어드는 전형적인 초고령사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노인 인구의 증가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총진료비가 1만5천원 이하일 때 본인부담금이 1,500원에 불과한 노인 외래정액제를 개편해 경증 노인환자의 의료접근성을 제한하려는 시도를 몇 차례 했지만 개원가와 가입자의 반발에 부딪혀 모두 무산됐다.

일부 노인 환자의 무분별한 의료쇼핑을 제한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 일부를 지킨다 하더라도 향후 건강보험 재정이 지속가능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엽적인 대책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대안, 즉 노인의료를 포함한 건강보험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미래의 불안은 접어두고,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시스템을 보면 자타가 공인하는 효율성과 비용효과성을 자랑한다.

반면,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았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OECD 평균을 훌쩍 상회하는 보건의료자원 규모 및 보건의료 이용횟수와 무관하지 않다.

첨단 영상진단장비라 할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와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 등 물적 자원 보유와 병상수가 OECD 평균을 훨씬 웃돈다.

또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이용 횟수도 연간 16.9회로 가장 많으며 병상수도 인구 1천명당 12.4개로 OECD 평균인 4.5개의 약 2.8배에 달했다. 입원환자 1인당 평균재원일수도 19.1일로 OECD 평균 8.1일의 2배를 넘었다.

이에 따라 국민 1인당 경상의료비와 의약품 판매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주요 의료인력인 의사와 간호사 수는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쳤다.

2018년 한의사를 포함한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는 인구 1천명당 2.4명으로 OECD 평균인 3.5명 대비 1.1명이나 모자랐다. 의대 졸업생 수도 인구 10만명당 7.5명으로 OECD 평균인 13.9명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우리나라 간호인력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포함해 인구 1천명당 7.2명으로, OECD 평균인 8.9명보다 1.7명 적었다.

외국과 비교할 때 장비와 시설은 초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운용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이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인력, 나아가 의료기관의 과부하에 전적으로 기댄 불안한 의료시스템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짧은 기간에 의료비 지출 규모를 대폭 늘렸지만 대도시 및 대형병원으로의 의료 수요 쏠림 현상과 경증 질환자의 높은 의료이용 빈도 등 재정의 비효율적인 지출로 인해 실질적인 건강수준 향상에는 기여를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본인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한국이 32.0%로 OECD 평균 67.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3%로 예측되면서 본격적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이 확실한 가운데 한정된 재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건보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노인환자에 대한 의료이용 효율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원장원 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노인인구와 노인환자가 인구증가율을 상회할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정된 의료자원의 효율화를 서둘러야 한다”며 “의료의 질을 높이면서 노인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의료비 절감에도 도움을 줄 통합의료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의료는 타 임상과목과 협력해 노인이 가진 다양한 질병에 통합적으로 접근하고 노인포괄평가를 통해 노인증후군 등 노인의 숨어있는 의료 문제를 발견, 의료의 질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추구하는 의료시스템이다.

원장원 이사장은 “한 분의 노인이 갖고 있는 질병은 한두 가지가 아니라 다양한데 현재의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진료 영역에 따라 각각의 임상의사가 별도의 영역에서 진료하고 있다”며 “진료와 검사는 물론 처방약도 겹치는 부분이 있어 노인환자의 경우 통합해 치료하는 절차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노인 암환자에 대한 방사선치료 시에 노인의학 전문의와 협진을 통해 노쇠평가를 하고, 정형외과에서 척추수술에 앞서 근감소증 검사와 교육을 한다면 예후에 큰 도움이 된다고 원장원 이사장은 설명했다.

또 노인 한 분이 갖고 있는 만성질환은 대체로 고혈압과 고콜레스테롤혈증, 당뇨를 함께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를 통합해 진료하면 복용 약물이 겹치지 않고 치료 효과도 더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의료비용을 절감함은 물론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의료의 질도 더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란 게 원 이사장의 생각이다.

원장원 이사장은 따라서 의과대학에 노인의학과를 별도로 개설하고, 타 임상과목과 협력해 노인의학 전임의 과정을 마련하는 한편 관련 수가도 신설하는 것이 증가하는 노인 환자에 대응할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노인인구 비중은 15년 뒤인 2036년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서고, 40년 후인 2060년에는 43.9%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5~64세의 생산연령인구에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를 나눈 노년부양비는 2030년 38.2에서 2060년이면 91.4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노인의료비 비중도 2018년 기준 전체 의료비의 40%를 넘어섰다. 2018년 건강보험 총 진료비 77조 9,104억원 가운데 노인의료비는 31조 8,235억원으로 전체의 40.8%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속도로 노인의료비 지출이 더 늘어난다면 건강보험료를 아무리 올려도 재정이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노인 외래정액제 등 접근성에 대한 문턱 낮추기 재평가와 함께 노인의료를 효율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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