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건강보험, 이대로 지속 가능한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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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건강보험, 이대로 지속 가능한가? [4]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1.04.1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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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감염병 등 향후 팬데믹 발생에 대비한 감염·응급·중증 분야 의료 공급 적정 여부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백신 접종비를 비롯해 코로나19 환자 치료비, 코로나19 검사비용 등이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원되고 있어 이로 인한 재정 고갈이 더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국민들이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착용한 덕에 건보재정이 2조 4천억원 절약이 된 만큼 코로나19 관련 비용을 건보재정에서 투입해도 어려움이 없다는 판단이지만 코로나19로 국민 소득이 대폭 줄어 건강보험료를 충분히 걷지 못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장기화가 지속된다면 건보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등 신종감염병의 등장이 빈번할 것으로 보여 향후 건보재정에서 이를 대비한 감염·응급·중증 분야 의료공급을 위한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감염병학회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감염병 재정확충이 필요하다면서도 더욱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감염병에 대한 맷집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감염학회 이미숙 보험이사(경희의대)는 “감염병은 앞으로 더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도 많다. 그렇다면 사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응을 위한 재정확충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지만 기본적인 감염병에 대한 맷집을 키워야 한다”면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감염사례를 통해 감염예방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돼 감염예방관리료라는 것이 지급됐지만 당시 우리가 원했던 비용에 비해서는 굉장히 낮은 수가, 물론 건보재정을 따져 봤을 때는 굉장히 많은 투자를 했지만 사실은 매우 제한된 수가로 감염예방관리에 참여한 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인건비 수준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숙 보험이사는 당시 감염관리 수가가 지금의 신종감염병을 대응하는 기본이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요양병원이나 중소병원에 대한 지원이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험이사는 “사실상 코로나로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요양병원의 고령환자, 코로나 관련 대응이나 진료 감소로 인해 중소병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감염예방관리료라는 게 이미 인프라가 부족하고 전담 내지 겸임할 수 있는 인력이 세팅되지 않은 요양병원이나 중소병원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감염 분야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이 아닌 국고지원 형태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다면서도 시설 구축 비용 등을 국가가 보전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보험이사는 “사실은 요양병원이나 이런 쪽에서도 앞으로 노인연령층 등에서 감염에 취약한 환자가 생길 것이고 감염 환자가 발생할 경우 그런 환자를 볼 수 있는 시설이 구축돼야 한다. 시설이 구축되지 않았으니 보지말라가 아니라 정부가 시설을 구축하고 지원을 해줄 테니 환자들을 봐야 하고 봐달라고 하는 게 순서에 맞다고 본다”면서 “기본적인 감염에 대한 관리나 예방을 위한 역량 강화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게 앞으로 수가 시스템을 개선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인프라를 지원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 보험이사는 “그 중 하나가 상급병원도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 취약한 작은 병원이나 요양병원에 시설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을 법적으로 하라는 게 아니라 지원을 하고 난 뒤 의료기관에서 유지 보수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것을 의료기관의 관리영역으로 둬야 한다”며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고 건보재정이 부족하면 나라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장성 강화에 대해선 시급하고 투자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강화가 보장성 강화라고 했다. 코로나나 중증외상이 생겼을 때 의료기관에 충분히 접근이 가능한 보장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보험이사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 감염성이 취약하기 때문에 사실은 음압병실과 같은 특수 목적의 병실이 필요한데 지금은 부족하고 병실을 병원에 강제하는데 이를 만들고 싶어도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 “유지가 되고 관리가 되기 위해서는 사실은 병실을 사용할 수 있는 기준도 완화가 돼야 하고 병원이 병실을 이용하지 않았을 때의 손실보상도 같이 들어가야 한다. 이런 부분이 궁극적인 보장성 강화다”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현재와 같은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이 오히려 건보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응급, 중환자, 취약계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응급의료 분야는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30% 이상 환자가 감소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환자에 대한 절차 강화로 업무강도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대한응급의학회 김기훈 보험이사(순천향의대)는 “감염성 질환은 언제나 코로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응급실 의료진의 업무 로딩은 3배 이상 늘어난 상태로 현재 응급실 수입은 많이 줄었지만 그렇다고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안도 없다”면서 “일은 일대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응급실 진찰료나 감염관리료를 확대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보재정이 활용될 부분은 응급, 중환자, 취약계층 이 3부분으로 건보재정에서 어느 정도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크게 국민들이 느낄 정도로 혜택이 주어지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김 보험이사는 “보장성 강화정책에 따른 비급여의 급여화로 일례로 MRI 촬영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일단 우리나라는 진단검사비 쪽이 수가에 비해 120% 정도 올라가 있는 상태인데 이를 줄이겠다는 정책이 거꾸로 건보재정을 갉아 먹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보건복지부는 굉장히 까다로운 기준을 만들어 촬영을 제한하겠다고 하는데 그 기준을 의사들이 만들 것인데 다 피해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보험이사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검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문제다. 또 정형외과, 신경외과에서 사용하는 소모품은 한도 끝도 없이 비싸도 전혀 손을 못 대고 있다”며 “이를 급여화 시킨다고 했을 때 국민들 부담은 적겠지만 건보재정은 분명히 바닥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응급, 중환자,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실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일하는 사람이나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나, 이용자든, 공급자든 이 부분은 크게 늘릴 필요가 있고 나머지 건보재정을 잡아먹는 부분은 하면 할수록 거꾸로 재정을 더 갉아먹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응급실에서의 선별검사에 대한 문제점도 언급됐다.

대한응급의학회 김인병 공보이사(명지병원)는 “응급에서의 선별검사가 거의 무료로 됐다. 병원에서 받는 선별검사는 수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편의성과 신뢰성 때문에 병원에 오는 것인데 국가에서 하는 것은 무료로 한다고 해도 병원까지 와서 검사를 받는 것은 수가체계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응급의료에 대한 국고지원에 대해서는 오히려 일시적인 지원만 되고 지속 가능성이 없다면서 반드시 수가 형태로 지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대한중환자의학회 곽상현 회장(전남의대)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에 필요한 건보재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사견을 전제로 곽상현 회장은 “건보재정이라는 것은 예상하는 부분에 대한 보험재정으로 위기 상황이나 코로나19처럼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따로 재정을 책정해야 한다”면서 “기존 건보재정을 가지고 대응을 한다면 일상적인 의료 부분도 다 커버하기가 어려운 만큼 코로나와 관련된 모든 것을 건보재정에서 활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중환자실 병상에서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경우 일반 중환자실에 비해 5~10배의 수가를 주는데 이를 모두 건보 예산에서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곽 회장은 “코로나 때문에 다른 의료 행위를 안하는 것도 아닌데 코로나 환자 치료로 인한 비용으로 비 코로나 환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국가방역과 관련된 부분은 국가에서 모든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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