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오늘의 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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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오늘의 사건사고
  • 윤종원
  • 승인 2006.03.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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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초상, 오늘의 사건사고

영화 팬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주는 일본 영화가 잇달아 개봉하고 있다. "오늘의 사건사고"도 그런 영화 중 하나.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젊은 배우들이 꽤 등장해 친숙함을 더한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호흡을 맞췄던 쓰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지즈루가 출연하며 "피와 뼈"의 가시와바라 슈지, "우부메의 여름"의 다나카 레나 등이 영화를 푸릇푸릇하게 채워간다.

여성작가 시바사키 도모카의 동명 소설을 영상에 옮긴 이 영화는 "젊은 날의 초상"이라는 "관용어"를 떠올리게 한다. 젊은 시절의 하루에 다분히 영화적 어법을 통해 일상성을 부여했다. 묵중한 의미보다는 우리가 늘 만나는 이웃을 대하는 가벼운 접근을 통해 젊은이들의 꿈과 고민, 갈등과 희망을 담아냈다는 것이 이 영화의 따뜻한 장점이다.

교토의 한 시골집에 젊은이들이 모인다. 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꿈과 고민을 안고 있다.

영화감독 지망생 나카자와, 마음에 꼭 들었던 스커트를 사지 못한 아쉬움을 두고두고 털어내지 못하는 천상 "여자"인 그의 여자친구 마키, 나카자와의 소꿉친구이면서 두 사람을연결시켜준 게이토는 교토의 대학원에 다니게 돼 이사한 마사미치의 집들이에 간다.

마사미치는 집이 멀어져 마음마저 멀어질 것 같은 여자친구 때문에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토라진 여자친구가 못내 걱정되는 가와치 역시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유치하지만 자신들에게는 심각한 문제로 우울하다.

여기에 세상에 별 걱정이 없어보이는 니시야마, 언제나 유쾌한 친구 야마다까지 가세한다.

이들의 소소한 대화와 단순한 행동 속에 은근한 삶의 무게가 전해져 온다. 8명의 젊은이를 보여주는 가운데 이들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막바지에는 상관관계가 설명된다) 두 가지 에피소드가 불쑥불쑥 튀어나와 웃음과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한다.

창문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42㎝ 벽 사이에 갇힌 남자와 느닷없이 출현한 고래. 방송을 통해 이 두 사건은 "뉴스"로 전해지면서 동시간에 벌어지는 상관없는 일들이미지의 대중에게 일상으로 다가온다. 방송 화면은 공통의 화제를 생산하지만, 또 결코 해결되지 않은 채 다른 "뉴스"로 넘어가는 일회성의 한계를 보여준다.

드라마틱하지도 않다. 절정의 순간도 없다. 그럼에도 그네들의 일상을 관조하듯 바라보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들의 삶에 빠져들게 만든다.

삶은 늘 요동친다. 그러나 요동치지 않는 삶은 삶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다행이라는 안도감도 함께 느끼게 된다.

4월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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