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글로벌 선진경영 벤치마킹 연수(뉴욕·보스턴)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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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글로벌 선진경영 벤치마킹 연수(뉴욕·보스턴)를 다녀와서
  • 병원신문
  • 승인 2018.07.2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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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택 동아대학교 의료원장
▲ 허재택 의료원장
우리 일행은 지난 6월24일 인천을 출발해 약 14시간의 비행 끝에 뉴욕 JFK공항에 도착했다. 1991년 9월부터 1992년 8월까지 일년간 뉴욕 Columbia Presbyterian Hospital에서 교환교수로 지냈던 나에게 뉴욕은 낮선 곳이 아니었다.

이번 연수로 또 다른 뉴욕 병원들을 방문하게 된 것은 나에게 설레임과 기쁨 자체였다. 그동안 여러 차례 뉴욕과 보스턴을 방문했지만 미국병원들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오게 된 이번 연수는 나름대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2018 글로벌 선진경영 벤치마킹 해외연수’는 4차 산업혁명이 의료계에 초래할 변화들을 미리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기에 기대가 됐다.

도착하자마자 시차적응을 위한 훈련에 돌입했다. 청명한 하늘 따가운 햇살을 맞으며 자유의 여신상을 방문했다. 꿈을 이뤄가는 자유의 땅을 상징하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와 세계 각지에서 방문한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뉴욕에 온 것을 실감했다.

저녁식사 후 우리 일행은 링컨터널을 지나서 뉴저지 포트리에 있는 힐턴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1991년 내가 살았던 지역이 바로 호텔인근 지역이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다음 날 우리 일행은 퀸스병원을 방문했다. 관계자들을 통해 병원현황을 소개받고 병원 내부를 둘러보았다. 퀸스병원은 11개 뉴욕 시립병원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병원으로 ‘On Demand’라는 주문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Mobile Stroke Treatment Unit’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위한 맞춤화된 구급차도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이러한 형태의 진료들을 제공하고 있어서 그리 색다른 느낌은 없었다.

그러나 9.11 이후 미국에서는 대형재난에 대한 시스템 구축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으며, 이 병원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특이한 점은 재난 발생시 컨트럴타워가 지정되면 아무리 높은 직책의 사람도 컨트럴타워의 지시에 따르도록 해 업무에 혼선을 방지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날 오후도 우리 일행들은 시차적응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Metropolitan Museum을 방문했으며, 전 세계에서 수집된 많은 유물들을 보면서 인류역사와 인간들의 삶의 족적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연수 셋째 날인 화요일 오전은 뉴욕 맨하탄에 위치한 Bellevue Hospital을 방문했다.

병원 입구에 1898년 제조된 미국 최초의 앰블란스인 마차가 전시되어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병원은 성인과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의학 분야에서 유명하다고 한다.

입원병실들은 대부분 일인실로 많은 인력들이 필요로 하는 구조였다. 병원 소개와 함께 원내 환자안전 시스템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이 병원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의사를 치료한 병원으로, 그 당시 미국 전역에서 에볼라 감염치료를 배우기 위해 많은 의료진들이 내방했다고 한다.

이날 오후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95번 하이웨이를 타고 북으로 달렸다. 고속도로 정체로 6시간 이상 걸려서 보스턴 북쪽에 위치한 쉐라톤호텔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보스턴을 향해가는 오후 내내 우리 일행 대부분이 시차로 꿀잠을 자는 가운데, 나는 독한 마음을 먹고 고속도로 주변 풍경을 감상하면서 옛날 미국 연수당시 여행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름대로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연수 넷째 날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운전기사의 실수로 길을 잘못들어 약속시간에 한시간 정도 늦게 Tufts Medical Center에 도착하며 관계자들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Tufts Medical Center는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병원으로, 보스턴 항구에서 1894년부터 소아병원선(Floating Hospital for Children)을 운영하고 있으며, 1931년 어린이병원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기금을 지속적으로 수혜받으며, 연방 연구기금을 받는 상위 15%의 미국 사립대학 중 하나이다.

관계자들의 안내로 응급의료센터, 입원병실, 병원 관제센터 등을 둘러보고, 컨퍼런스룸에서 병원현황과 의료시스템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하면 EMR, Precision Medicine, Telemedicine, Dr Watson, Robotic surgery, Geriatric medicine들에 관한 얘기들이 오고 갔다.

이 병원에서 EMR을 시작한 것은 오래지 않으며, 병원마다 각각 시스템이 다를뿐더러 지역이 방대하고 대부분 사립병원들이라 다른 병원들과의 정보교류는 매우 힘든 구조라고 했다. Precision Medicine은 관심을 갖고 진행하고 있으며, Telemedicine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장애환자나 거동이 어려운 노인환자들에게 매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Dr Watson과 Robotic Surgery에 대한 병원 책임자의 솔직한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Dr Watson은 Disaster라고 표현했으며 IBM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Robotic Surgery는 Laparoscopy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수술이 가능한데 굳이 비싼 Robotic Surgery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이 솔직한 답변에 한편으로는 쇼크를 받았으며, 다른 한편은 매우 정직한 미국 사람들을 바라보는 순간이었다.

이날 오후 하버드대학에서 열리는, 이번 탐방의 하이라이트인 ‘i2b2 tranSMART Foundation Havard Symposium’에 참석했다.

강의실에는 이미 초만원으로 이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었다. 가까스로 안으로 들어가 빈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오후 6시까지 진행된 심포지엄에서는 정밀의학데이터 오픈소스, 의학빅데이터의 공유와 활용, HMS국제보건 혁신, 질병예측 및 환자치료관련 데이터베이스 언어 및 프로그래밍 언어 소개, 유전체 해석에 관한 세션 등이 소개됐다.

앞으로 전개될 의료계의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얼마나 큰 폭으로 진행될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현재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으며, 이런 기분을 느끼려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연수에 참가한 것이 잘한 결정이었다고 느껴졌다.

연수 5일째는 EarlySense라는 회사를 탐방했으며, 환자 Monitoring system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이 제품의 특징은 환자의 방에서 실시간 생체 신호정보 및 동향을 알 수 있으며, 기기의 단순함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bedside unit이었다. 이러한 제품은 이미 우리나라 삼성에서 비슷한 제품을 상품화해 시판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오후에는 보스턴 컴먼, 퀸시마켓 등 현지 문화체험을 하려고 했으나, 이날따라 많은 비가 내려 우리의 즐거움을 앗아가 버렸다. 하지만 저녁 만찬의 맛있는 중화요리가 우리의 아쉬움을 달래줬다.

연수 6일째 우리 일행들은 보스턴을 출발해 뉴욕을 향했다. 중간에 우드베리라는 쇼핑몰에 잠시 들러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구입하는 시간도 가졌다.

마지막 날인 금요일 저녁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을 관람했는데 비몽사몽간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재밌었다. 이번 연수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깊어져 갔다.

이번 연수의 또 다른 즐거움은 연수에 참가한 좋은 분들과의 만남이었으며, 같이 지내는 동안 많은 얘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연수를 기획한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러한 좋은 프로그램은 한국 의료계의 발전을 도모하고 국가경쟁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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