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급병실료 역전, 병의원은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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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상급병실료 역전, 병의원은 위기다
  • 병원신문
  • 승인 2018.06.1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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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진료할때마다 행위별수가제를 근본으로 하고 있다. 진찰료와 검사료, 처치료, 입원료, 약값 등에 따로 가격을 매겨 합산한 후 진료비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이때 가격은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를 곱한 수가로 결정되는데, 2007년 이전까지는 의과는 진료행위별로 똑같은 수가가 매겨졌었다. 여기에 의료기관 종별로 시설이나 인력 차이가 나는 점을 감안, 종별로 조금씩 더 얹어주는 가산으로 보정해 주었다.

그러나 개원가와 병원급 의료기관을 따로 떼어내 수가를 정하는 유형별 수가협상방식이 도입된 2007년 이후 이러한 공식이 깨져 이제는 인력이나 시설에서 앞서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수가가 의원급보다 낮아지는 ‘수가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진료비 증가폭이 큰 유형에게 다른 유형에 비해 수가인상률을 낮춰 진료비증가를 억제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이해는 가지만, 인력과 시설 등에서의 투자비용 차이를 보전받지 못하게 된 의료공급자나 동네의원에서 병원급보다 비싼 값에 진료를 받아야 하는 의료소비자 모두에게 불합리한 제도라는 것에는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수가역전 현상’이 이번에는 상급병실료에서도 발생했다.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2인실과 3인실 병실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게 됨으로써 동네의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2,3인실 병실료가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보다 비싸지는 ‘상급병실료 역전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수가역전 현상’ 때는 잠잠하던 개원가가 ‘상급병실료 역전현상’에는 거센 반발을 나타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반된 반응은 환자수요와의 밀접한 연관성 때문으로 보인다. ‘수가역전’ 때는 환자 본인부담금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데다 병원급 의료기관에 비해 검사 수가 적어 환자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반면, 병실료는 그렇지 않다는 판단인 것같다.

선택진료료 폐지와 상급병실료 역전으로 가격부담이 낮아진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중소병원이나 개원가 입장에서는 위기상황으로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평소 병상가동률이 높은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이라고 해서 상급병실 보험적용이 반길 일은 아니다. 병실료 하락으로 그만큼 손실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김용익 공단 이사장의 평소 지론이었던 의원급 병실 폐지와 중소병원 퇴출 전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질(質) 위주의 정책으로 가는 것도 좋지만, 적절한 손실보상이나 퇴로조차 없이 밀어붙이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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