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의료 질 평가체계의 구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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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의료 질 평가체계의 구축〈1〉
  • 병원신문
  • 승인 2018.04.0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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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홍모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본부장
▲ 구홍모 본부장
‘의료기관 인증제도’의 개선 방안을 논하기에 앞서, ‘의료기관 인증제도’를 포함한 의료기관 대상의 의료 질 평가체계가 가져야 할 올바른 방향성과 운영 방안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의료 질 관리가 단지 의료기관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라면, 의료기관 스스로 의료 질 관리의 노력 여부와 정도를 결정하고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면 된다.

하지만, 의료 질 관리는 의료기관 자체에만 맡길 사항이 아니라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만 하는 영역이다. 그 이유는 의료행위 자체가 질병이라고 하는 신체와 정신에 대한 위험 또는 침해를 예방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유익한 행동이라는 구명성(救命性)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의료인이 행하는 진단부터 검사, 처치, 수술 등의 모든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는 의료인이 그 대상인 환자의 몸에 일정한 접촉 또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해를 가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를 사회적으로 일정 부분의 용납 또는 허용하고 있고, 의료행위의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에도 사회적 비난이 적다. 그러므로 의료기관은 사회적 허용에 따른 권한을 스스로 제어하는 책임과 그에 따른 행동을 수반하여야 하며, 전문성(專門性)을 가진 의료행위는 접근과 정보 습득, 그리고 이에 대한 해석 등의 측면에서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한쪽 기울임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이 모든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을 신뢰할만하고 권한을 부여받은 제3자가 공정하고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감독하여야 한다.

즉, 부실한 의료 질 관리는 의료기관의 생존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안전과 국민건강에 직결되고 사회경제적 비용의 증가를 야기하는 등 사회적으로 중대한 불안 요소 중 하나이므로 국가가 이를 적극 개입하여 관리해야 한다.

이상적인 의료 질 평가는 어떠한 시점에 제공된 서비스의 실제적인 질적 수준을 측정하는 질 평가(Quality Assessment)와 그 측정결과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발견하여, 새롭고 나은 방법을 실행에 옮기는 활동인 질 향상(Quality Improvement, QI)이 모두 포함되는 질 보장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 질 관리를 위한 접근 방법의 가장 대표적이고 고전적인 모형은 구조-과정-결과 모형(Structure-Process-Outcome model)이다. 구조, 과정, 결과는 각각 측정과 해석에 있어 특징이 있고 어느 한 영역으로 완벽히 의료의 질을 측정하거나 해석할 수는 없다. 다만, 구조는 측정이 용이한 편이나 의료의 질을 직접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고, 과정과 결과는 해석이 용이하나 측정에 있어 주의를 요한다.

구조(Structure)는 의료의 자원 및 환경으로, 일반적으로 시설, 장비, 재원, 인력, 조직 등이 포함된다. 의료를 구성하는 구조와 과정 사이의 관계는 일정하지 않고, 어떤 경우 모순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구조만 평가하는 경우에는 질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이루어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좋은 구조적 틀 가운데 의료제공이 이루어졌다면 그 결과는 좋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과정(Process)은 의료제공자와 환자 간에 일어나는 행위이고,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태도도 포함된다. 즉, 환자가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과정은 결과에 비해 적시에 측정이 가능하고, 민감하며, 구체적이라는 특성이 있어 질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과정 평가에 관심을 갖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결과(Outcome)는 현재 및 과거에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은 개인, 집단 및 지역사회의 실제 또는 잠재적 건강상태에서 바람직하거나 그렇지 못한 상태로의 변화를 말하는 것으로, 보건의료체계 및 의료제공자들의 책임과 연계된 건강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결과는 어떤 사건이 일어난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한 뒤에 측정되며, 덜 민감하고, 덜 구체적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진료에 대한 환자 자신의 기여도뿐만 아니라 임상적 판단과 기술 등 앞서 시행한 모든 의료행위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결과 측정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통계학적으로 타당할 정도로 그 수가 충분히 커야 한다. 또한 정책 변화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해석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제대로 측정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결과가 갖는 속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

첫째, 결과는 의료의 성과를 직접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구조와 과정의 질에 관한 추론을 허용할 뿐이다. 즉, 결과가 좋다는 것은 그 의료가 우수한 질을 가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단정적으로 그 의료가 양질이었다고 확실하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결과를 측정하는 것은 의료의 과정을 측정하는 것에 비해 대중이 이해하기가 더 쉽다. 하지만, 결과는 문제 발생의 다발적 원인이 이해되지 않으면 대중에게 오히려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와 과정 사이의 인과관계는 의료 외의 요인들에 의해 변화될 수 있으므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요인들에 대해 적절한 중증도보정 등의 방법으로 효과를 보정해야 한다.

셋째, 결과는 통합적인 특성을 가지며, 과정과 결과의 관계는 확률적이므로, 좋고 나쁜 결과 발생시 그 특정 원인을 분명하게 분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처음에는 과정 분석, 그 다음에는 구조 분석이 필요하며, 이러한 분석이 이루어진 후 비로소 개선 과제를 선별해 낼 수 있다.

넷째, 결과 측정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 간격이 필요하다. 특정 결과를 초래하는 요인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결과로 드러나게 되는데, 적절한 시간이 경과되기 전에 평가가 이루어지면 관련 요인들의 영향을 제대로 밝힐 수 없고 평가가 부정확하게 된다. 즉각적으로 발생되는 결과는 진료의 모니터링을 통해 진료의 개선이 즉각 이루어질 수 있지만, 발생이 지연되어 나타나는 결과들은 후향적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구조, 과정, 결과가 가지는 속성들로 인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질 평가를 한다면, 구조, 과정, 결과의 자료를 상호 통합하여 살펴봐야만 한다.

이러한 이론적 배경에서 우리나라의 의료 질 평가체계를 살펴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각기 다른 법적 근거에 따른 목적과 결과활용을 위해 약 19개 종류의 ‘의료기관 인증제도’를 포함한 의료기관 대상 평가제도가 각기 다른 부서 및 평가 주체에 의해 시행되고 있으며, 별도로 1의료법2과 1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2 제21조 및 1의료질평가지원금 산정을 위한 기준2에 따라 의료질평가지원금 산정을 위한 종합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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