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병원과 디지털 헬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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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병원과 디지털 헬스 (2)
  • 병원신문
  • 승인 2017.11.2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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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삼성서울병원 상근고문
▲ 이종철 상근고문
현재는 IT 시스템 중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은 우리가 만든 시스템과 데이터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디지털과 물리적 영역이 융합되는 시대에는 디지털 영역의 보안 문제가 곧 물리적인 위협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즉 디지털 영역과 물리적 영역이 융합되고 상호 작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 주변의 사물 인터넷 기기가 공격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 실제 현실에서도 공격을 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기본적인 보안 아키텍처는 안전한 내부망과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외부망으로 경계를 구분하고, 그 경계 사이에 다수의 보안 솔루션을 겹겹으로 쌓는 형태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병원 밖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각각의 다양한 단말들이 연결될 것이고 이 단말에서 수집된 정보가 모이고, 각종 단말에 명령을 전달하는 플랫폼이 생성될 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이를 이용하는 기업 사용자가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정보통신망을 통한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과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 정보처리자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여러 정보처리자가 동일한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개인정보처리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질 수 있으며, 빅데이터 기반의 정보 활용으로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 가능성이 커지고, 시장 참여자간의 협업 증가로 개인정보 공유 및 국외 이전이 빈번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단말과 플랫폼, 비즈니스 영역별로 각각에 맞는 보안 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강대국간 사이버 공방이 심화되면서 분산저장기술인 블록체인은 이론에서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이에 따라 보안 취약점을 스스로 분석해 치유하는 능동형 자기방어기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상거래 탐지기술 등 지능형 보안 기술은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을 아우르는 핵심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두 번째로 효율성 측면도 고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다양한 건강관련 데이터들의 수집과 연결, 분석을 통해 펼쳐질 미래 의료의 모습은 ‘Precision Medicine(정밀의료)’과 ‘Population Health Management(집단 기반 건강관리)’ 두 가지 영역에서 그 진가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먼저 잘 알려진 Precision Medicine, 정밀의료는 병원 진료 정보, 유전 정보, 생활 습관 등 개인 건강 정보를 모두 통합 분석해 이를 토대로 개인적 특성에 최적화된 진단과 치료를 적용하는 헬스케어 패러다임이다. Precision Medicine을 통해 개인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최상의 치료 결과와 최소한의 부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정밀의료, 맞춤형 의료라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최상의 진료일 수도 있겠으나, 사회적으로 더 큰 고비용 구조에 빠질 수도 있다. 실제로 개별적인 병원 외 자원까지 투입이 된다면, 1인 1치료법이 필요한 극단적인 상황까지 도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Population Health Management, 즉 한 집단 속에서의 최적의 치료가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Population Health Management는 한 병원, 혹은 의사가 진료하는 환자 집단이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전체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정확한 패턴 분석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도 결국 의료의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과정들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높은 기대를 가지고 현재까지 수많은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와 서비스가 제시되고 있고 그 기술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환자의 사용은 미미하고 지속적인 사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닐슨이 5천명의 안드로이드와 iOS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앱마켓마다 올라와 있는 앱은 각각 100만 개 이상임에 비해 소비자가 월 평균 사용하는 앱 개수는 26개 가량이었다고 한다 . 실제로 구글이 2008년‘구글헬스’를 통해 메이요클리닉과 협업형 모바일 서비스를 기획했으나, 모바일기기 사용편의성 부족과 의료기관간의 협업 부족으로 시장에서 사장된 사례도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먼저 디지털 헬스케어의 수요자인 환자들의 필요 정보가 무엇인지 정확한 기대를 파악하고 충족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서비스 개발 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사용자 경험은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 제품,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지각과 반응, 행동 등 총체적 경험을 의미하며, 단지 기술을 효용성 측면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이해하려는 새로운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사용자 경험만 고려해서는 여전히 많은 제한이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에 대한 고려도 필수적일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병원은 환자만의 병원이 아니라 환자와 의료진의 바람직한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현장의 의사들이 서비스 내용에 대해 동의하지 않거나 공감하지 못할 경우엔 실제 현장에서 쓰여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의료진의 서비스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그 내용이 최신의 의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과학적 타당성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또한 과학성을 갖추면서도 실제 적용될 현장의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조건을 고려해야하고 다양한 임상사례에 따라 임상전문가가 판단할 재량을 고려하는 유연성을 갖추어야 현장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의료현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서비스가 개발된 것을 알고 있지만 이용하기 어려운 주요 원인은 서비스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임상현장의 제한들이 많기 때문이다. 즉 인지여부와 무관하게 제대로 활용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증적인 연구에 따르면 진료지침이 개발된 것을 알고 있는 비율에 비해 실제 임상현장에서 친숙함을 느끼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이러한 요인이 진료지침을 실행하는 단계에서 가장 큰 장벽이 되고 있다고 밝혀진 바 있다. 즉 서비스가 구현될 수 있는 현장여건을 면밀히 검토해 서비스가 실제 이용 가능하도록 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은 무궁무진한 발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기술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전 1세대 User experience design은 제품 중심의 사용자 환경에서 실용성을 기반으로 했었고, 2세대 UX는 상호작용 중심의 편의성 확대, 3세대 UX는 ‘감성’으로 발전해 오고있다. 하지만 이제는 4세대 UX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과거 기술은 사람이 기술로 다가가는 기계 중심이었다면 미래 기술은 기술이 사람에게 다가오는 인간 중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래병원에서는 의사의 역할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는 암울한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그 동안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환자의 치료와 관련한 주 결정자였던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병원과 의료인의 역할 변화에 어색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위협이자 새로운 기회라고 일컬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맞이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미래 의료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의료인이 인공지능에 종속되지 않고 의료현장에서 주도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미래 정밀의료를 선도하고 보다 나은 미래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실제로 미래병원의 궁극적인 역할은 효율성 극대화를 통해 오히려 환자에게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진료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기존에는 의사가 환자의 정보를 입력하고, 수집 및 분석하는 일까지 다 맡았다. 환자를 치료하기 전에 많은 시간을 정보처리에 쏟았다면, 정밀의료가 상용화되면 이 과정이 사라진다.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분석하니 이런 처방들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면, 의사는 어떤 치료법이 최선일까 고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과 교감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의학적 정보뿐만 아니라 경제적 상황, 생활습관 등 다양한 정보를 얻어 진료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의 의료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다.

정밀의학이 발전하면 소통·공감능력이 더 중요한 자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창출하고 다루는 데 있어서도 의료인의 역할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정밀의료가 그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실 세계의 헬스케어 서비스 프로세스 상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에 있는 자료를 활용한 결정이 아니라 실제 더 나은 방법, 새로운 방법들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양적인 처리는 인공지능이 대체해줄 수 있는 부분이 어느 정도 있겠으나, 질적인 부분은 인간만이 할 수 있으며 그 중심에 의료진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인간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은 개발자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료현장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할것이다. 또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인문사회의 여러 전문가들도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미래병원의 디지털헬스는 단순히 자료를 모으는 수단 중 하나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적은 인력을 가지고도 환자의 삶 하나하나를 매만져 줄 수 있고, 의료진의 삶의 질 또한 고려해 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환자와 의료진을 누구의 희생도 없이 연결해주는 역할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미래병원의 지향점이 첨단 기술로 구성된 사이버 병원이 아니라, 환자뿐아니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더욱 존중 받고 인간적인 가치들이 우대받는‘따뜻한 병원’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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