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체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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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체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제언
  • 병원신문
  • 승인 2017.07.2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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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삼성서울병원 상근 고문
저출산, 고령화와 맞물려 우리 사회의 복지 수요와 요구는 급증하고 있으나, 저속경제성장 시대에 재정의 확충은 어려운 상황이다. 의료와 복지는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효율적인 복지체계의 운영을 위해서는 의료체계의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생각 된다.

의료체계의 가장 중요한 기둥인 의료보장 체계는 국민건강보험을 근간으로 하는 현재의 공적 보장 체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이를 운용함에 있어서는 시장의 경쟁 원리를 부분적으로 도입하여 그 효율성을 높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가 경영 현장에서 느꼈던 몇 가지를 기술해보고자 한다.


약가 (의약품 가격)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 증가 속도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편이며, 국민의료비 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국가에 비해 휠씬 높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 증가 속도를 적절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약제비의 관리가 중요하다.

약가 일괄 인하,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 의약품 사용량 약가 연동제 등 약제비 증가를 억제하는 여러 제도를 시행한 결과, 최근 전체 의료비 중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소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은 편이며, 의료 이용이 많은 노령인구가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약제비 관리의 필요성은 여전히 높다 하겠다.

현재 건강보험에서는 약품에 대해 실거래가 상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즉, 개별 의료기관이 품목별로 정해진 상환 금액 이내에서, 실제 구입한 가격으로 약가를 청구해야 하며, 청구한 금액만큼만 상환해주는 방식이다. 의료기관에게는 약 거래의 마진을 인정해주지 않으며, 심사평가원은 실거래가를 조사하여 보험의약품 상환 금액을 조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실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제네릭 약품의 약가 결정은 다음과 같다. 오리지날 제품이 그 약의 특허보전기간이 완료되면 곧 제네릭 제품이 출시된다. 제네릭 제품 출시 첫해엔 오리지날 제품은 최초 가격의 70%로, 제네릭 제품은 60%로 책정되며 1년후엔 오리지날, 제네릭 제품 모두 55% 수준으로 책정되어 진다.

이와 같은 약가책정 방법은 실제 약가의 대부분이 연구개발비 임을 감안하면 제네릭 약품의 마진이 다소 높은 상황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엔 현재 약 300여개의 제약사가 설립되어 있다. 이중 대부분의 제약사는 제네릭 약품의 생산과 판매에 의존하고 있으며, 성능과 가격에 의한 경쟁이 아니라 유통 과정에서의  과다한 마케팅 경쟁 (불법 리베이트 포함)에 의한 영업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병,의원에서는 약품의 구입을 도매상을 통하여만 구입할 수 있다. 따라서 약품 유통을 담당하는 도매상이 현재 약 2000여개(미국은 일부 대형병원이 제약사로부터 약품을 직접 구매하기도 하나, 대부분의 병원은 소수의 도매상을 통하여 저렴하게 약품을 구매한다) 설립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향후 약품 유통 과정에서 제약사와 병원 간 공개적인 경쟁의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개적인 가격 경쟁을 통해 병원에는 적정 수준의 마진을 보장해 주고, 제약산업과 유통 조직의 개편을 유도하고, 적정 약가를 유지하며 건강보험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음성적인 거래 관행을 없애고, 규제가 아니라 시장의 경쟁을 통해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다.


비급여진료의 수가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국민 건강보험은 빠른 시간에 전국민 의료보험을 달성하였으나 보장성이 취약하다는 (급여 범위가 좁고 본인 부담이 높음) 문제를 가지고 있다. 최근 10여년간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이다. 그 이유는 급여 대상을 늘리고 법정 본인 부담을 줄였지만, 비급여 진료비가 빠르게 증가한 탓으로 보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에서의 급여결정은 심평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식약처에서 안정성, 유효성이 검증된 약품이나 진료재료는 보험으로 등재가 되나 그중 일부를 보험급여를 하고 있다. 심평원에서 급여결정을 받지못한 약품이나 진료재료들이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다.

의료기관 이용자들은 비급여 진료에 대해선 그 비용을  본인이 모두 부담을 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민간의료보험이 비급여 진료비의 중요한 재원이 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취약하다 보니 많은 국민들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어, 현재 전 국민의 70% 이상이 가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2010년 이후에는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상품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손 의료보험은 의료기관 이용 시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 (비급여 진료비 포함)의 80∼90%를 상환해 준다.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지불한 비용에 대해 보험사에 청구하면 상환을 받게 된다.

실손 의료보험의 가입자가 보험사로부터 본인 부담 진료비의 상당 부분을 상환 받는다는 것을 아는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비급여 진료를 권유하기가 용이해지고, 진료비 부담이 줄어드는 가입자의 입장에서도 비급여 진료를 선택하기가 쉬워지게 된다. 결국, 실손 의료보험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비급여 진료비는 빠르게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비급여 진료의 수가는 병,의원이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으며,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의 수가를 공개하는 정도의 조치만 시행되고 있다. 비급여 진료비의 수가를 직접 통제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그보다 민간 보험사와 의료기관 간에 비급여 진료의 수가를 협상하는 구조를 도입하는 방안이 우선이라 생각된다.

현재는 의료기관과 보험사 간에는 직접 관계가 없고 가입자가 양쪽을 연결하고 있으며, 의료기관이 일방적으로 정한 수가에 따라 이용자가 신청한 금액을 보험사는 단순히 지불만 하고 있다 (간단한 심사가 있으나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심사는 아님).

향후 의료기관과 보험사가 비급여 진료비의 수가와 상환대상 범위를 협상하는 구조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하여 적정 수가를 설정하고, 부적절하거나 불필요한 진료를 억제하는 기전으로도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보험사의 민간의료보험 재무 상황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비급여 진료비의 상환 과정에 본격적인 심사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당장 비급여 수익이 줄어들거나 신의료 기술 도입이 위축된다는 우려가 있으나, 적정 의료를 유도 하여야만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의료보장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비급여 진료는 미국이나 서구의 사보험제도와 달리 급여진료의 보충내지 보완적 성격을 가진 제도이므로 이의 공개적인, 공정한 활용은 의료보험 재정을 안정되게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리라 생각된다.

노인 의료와 요양의 관리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고령화의 중요한 영향 중 하나는 의료비의 증가라고 할 수 있다.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평균보다 3배 정도 많은 의료비를 사용한다. 노인 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국민 의료비의 빠른 증가를 가져온다. 노인의 건강 문제는 의료기관에서의 적극적인 진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치료보다는 단순 요양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많다.

노인의  장기요양 수요의 증가와 관련 비용 증가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8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단순 요양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료보장제도와 복지제도의 중간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심신기능 상태에 따라 요양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노인에게 급여를 제공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이나 노인요양 공동생활시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설급여, 가정을 방문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급여 (주,야간 보호시설이나 단기보호 시설의 서비스도 포함), 가족 등으로부터 장기요양을 받아야 하는 수급자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가족요양비 등이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덕분에 많은 노인들이 요양시설을 큰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장기요양시설도 크게 증가하였다.

대부분의 노인은 다수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건강 상태가 악화되었다가 다시 완화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료기관 (요양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과 요양시설 (또는 재가 요양)을 오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의료기관(의료급여)의 관리는 심사평가원이, 요양시설(요양급여)의 관리는 건강보험공단이 각각 담당하고 있다. 노인 환자들은 병원과 요양시설을 반복적으로 오가는 상황인데, 병원과 요양시설 간에는 유기적인 연계가 없어 이용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으며 의료와 요양의 연속성이 보장되기도  어렵다. 양쪽을 관리하는 기관도 달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의료체계와 복지제도의 유기적 연계가 어렵고, 자원의 낭비와 비효율적인 제도 운영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향후 노인의 의료급여를 통합하여 관리하거나 양 관리 주체 사이의 유기적 연계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를 통해서 의료와 요양 서비스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고, 수혜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고, 노인 의료비와 요양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의료체계와 복지체계를 긴밀하게 연계시키는 초석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환자중심의 메디칼홈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는 1차 진료에 대한 지속적인 접근성을 높여 만성질환자를 관리함으로써 환자의 만족도를 높임과 동시에 의료비를 줄이고자 시도하는 오바마케어의 핵심정책중 하나이다.  얼마전 필자의 장모님이 세상을 떠나셨다. 95세의 나이다.

당뇨, 고혈압, 담도암 등 지병을 앓고 있었으며, 자주 낙상으로 골절이 생겨, 인근 대학병원의 응급실을 방문하셨다. 대학병원을 퇴원하면 이들 질환을 함께 관리해줄 일차 의료기관이 주위에 없었다.  결국 요양병원, 요양원, 대학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며 임종을 기다린 셈이다.

필자가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에 연수중, 그곳에서 시도하고 있던 메디칼홈 제도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노인의학을 공부한 일차 의료의와 전문간호사, 물리치료사가 한팀을 이룬다. 한명의 전문간호사는 (care coordinator)는 약 50명의 환자를 관리하는데 대개는 일차진료의의 환자중 여러 질환을 앓고 있는 중증 환 자를 대상으로 물리치료사와 같이 방문간호를 하고. 그 결과를 전자의무기록을 통해 의사와 소통하는 제도다.

대개 한 의사가 관리하는 환자중 약 10명의 환자를 보게 됨으로 한명의 간호사는 5명의 의사와 일을 하는 셈이다. 이는 맞춤화, 개인화된 만성질환 관리 제도로써, 적시의 위기대응이 가능하여 환자의 만족도를 높임과 동시에 합병증이나 사고를 미리 체크 함으로써 재입원을 줄일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를 가능하게 하자면 인력의 양성과 교육이 필요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일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중 가정의학과와 일반내과 의사중 일부를 전공의 과정중 교육하게 함므로써 가능하리라 생각되며 간호사는 임상간호전문대학원을 통하여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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