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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길)'를 걸으며 안식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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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길)'를 걸으며 안식을 얻다
  • 병원신문
  • 승인 2017.07.1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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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삼성서울병원 상근고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와서'
▲ 이종철 삼성서울병원 상근고문
아내가 파리의 아침 잠을 깨웠다.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의 첫날이라 아침부터 흥분이 일었다. 지난 밤 아내는 호텔 주변을 살펴본 모양이다. 앞으로는 세느강이 흐르고, 조금만 걸어가면 미라보 다리가 있다고 했다. 밖은 안개가 깊었고,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내는 아폴리네르의 ‘미라보다리’란 시를 읖조리고 있었다.

‘미라보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아내가 아폴리네르의 가슴 아픈 얘기를 해줬다. 유명한 화가이던 마리로랑상과 아폴리네르는 사랑하는 사이였다.

어느날 루불 박물관에 도둑이 들어 유명한 그림을 도난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도둑은 그림에 조예가 깊던 아포리네르의 의견을 듣고자 훔친 그림을 들고 찾아왔지만 그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고 깜짝 놀란 도둑은 그 자리를 피해 도망쳤다.

이로 인해 아포리네르는 죄를 뒤집어쓰게 되었고 마리로랑상과도 헤어지게 되었다. 나중에 무죄로 판명되었으나 이미 세월히 한참 흐른 뒤였다.

그의 시 ‘미라보다리’는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세월과 지난 날 사랑의 아픔이었다. 아내는 고등학교때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의 감회에 사로잡힌 듯 했다.

나는 “고맙게도 지금은 우리의 시간입니다. 역경이 도처에서 다가오는 이 시간, 인간이 내디딘 발걸음 중 가장 길고 긴 발걸음을 우리가 내딛기 전에는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을 역경이, 이제 모든 일은 영혼의 규모가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업은 신에게로 가는 탐험이지요”란 글귀를 떠올렸다.

그랬다. 순례의 길을 통해서 더 깊은 믿음을 찾고 싶었다. 내가 이번 여행을 결심한 이유다.

무엇보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여행은 아내와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우리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잘 이겨낸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며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곤 했다. 이따금씩 힘든 일을 해야할 때 아내는 “68세의 할머니가 돼서”라며 어려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이번엔 선뜻 따라 나서 주니 감사했다.

최근 몇 년은 나에게 엄청난 변화를 안겨 주었다. 지난 5년 사이에 일곱 번이나 이사를 한 것부터 그렇다.

더욱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낯선 미국땅 중부 로체스터에서 동부 발티모어로, 또 다시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돌아와서도 세번의 이사를 했다. 환갑이 다 지난 아내에겐 너무나 미안한 일이었다.

당시 나는 대학교수로서 정년을 앞두고 있었다.

나는 임상가로 출발하였지만, 뜻하지않게 많은 시간을 병원경영에 매달리게 되었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낀 시간이었다.

우리 병원의 현실이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그 해결책은 없는지, 더욱이 사회가 급속히 노령화되는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했다.

늦은 나이에 미국 연수를 결심한 계기였다. 오랜 고민의 답을 찾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이는 나와 아내를 단단하게 한 시기가 되었다.

미국 연수를 끝내고 무사히 귀국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심사평가위원장의 직을 맡으며 새로운 환경에 안착했다.

우리는 프랑스 남부 생장피드포르에서 출발하여 산티아고로 가는 800Km의 코스를 택했다.

프랑스 남부 피레네 산맥과 스페인 서북의 갈리시아 산맥으로 연결되는 길이다. 여행의 처음 삼분의 일은 육체를 단련하고, 다음 삼분의 일은 정신을, 마지막 삼분의 일은 영혼을 단련한다고들 한다.

나는 하루하루를 걸으면서 육체와 정신의 발란스를 유지하고자 하였다.

힘들때는 쉬어가는 여유를, 목적지에 도착하면 정신적 안식을 찾는 성취감과 균형을 이루기를 바랐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영적인 목적을 찾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든 산길을 걸으며 마을에 들러서 만나는 성당마다 꼭 기도를 했다. 하나님과의 대화를 통해 외롭지 않은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내 마지막 삶은, 아니 또 다른 삶의 선택은 하나님, 당신께서 가르치신 당신의정의와 공의를 위해 살겠노라 다짐했다.

마이클 샌들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매우 공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기록임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다시 질문해본다. 정의란 무엇인가?

나는 감히 얘기하고 싶다. 정의란 인간의 잣대로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나는 나다”라고 하신 하나님의 공의는 변하지 않는 잣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나님과의 대화를 통하여 스스로 추구해야 할 정의와 공의를 알고 싶다면, '까미노'를 걸으라고. 더욱이 삶 속에서 슬픔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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