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병원 휴폐업률 3년래 최고치

100병상 미만 병원 11.9% 기록...의료전달체계 붕괴

2008-08-06     윤종원
지난해 국내 전체 병원의 휴ㆍ폐업률이 8%로 3년새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올해 들어서는 소위 잘 나가는 병원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의 성형ㆍ피부ㆍ안과 등에서조차 방학특수가 실종돼 이 같은 경영난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 병원 휴ㆍ폐업률 3년새 최고 = 6일 의료계와 중소병원협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소병원의 휴ㆍ폐업률은 8%로 각각 5.6%를 기록했던 지난 2005년과 2006년에 비해 2.4%포인트 높아졌다.

중소병원은 30~499병상 사이의 병원을 말한다.

휴ㆍ폐업률을 병상 규모별로 보면 ▲100병상 미만이 11.9%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100~199병상 6.4% ▲200~299병상 4.3% ▲300병상 이상 1.2%다.

병원의 종별로는 요양병원의 휴ㆍ폐업률이 9.6%로, 일반병원(9.1%)과 종합병원(1%) 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협의회는 이처럼 휴폐업이 크게 늘어난 데 대해 국내 의료전달체계가 실질적으로 붕괴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OECD 가입국 및 의료선진국들 어디에도 우리나라에처럼 대형 대학병원에서 진료받기가 쉬운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중병협 김상일 경영이사는 "1차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상담 및 진찰을 받은 다음 위중한 환자나 정밀 검사가 추가로 필요한 경우에만 2, 3차 의료기관으로 전원 돼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2차 의료기관에서 진료가 가능한 단순 질환도 3차 의료기관에서 치료받고 입원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3차 의료기관에서 정밀하고 어려운 진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제대로 입원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의료비의 비용-효율적 측면에서 크게 잘못된 의료비 운용 방식 때문에 2차 병원에 해당하는 중소병원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경기불황 속 피부과ㆍ성형외과ㆍ안과도 매출 급감 = 고유가와 증시폭락, 물가급등 등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비급여 시술이 대부분인 성형외과와 피부과는 물론 안과 등도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성형외과와 피부과, 안과 등은 의대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과목이다.

특히 여름방학은 피부과와 성형외과의 알짜배기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데도 올해 피부과와 성형외과에는 이 같은 성수기가 거의 실종됐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K피부과 K원장은 "경기가 안 좋고 물가가 많이 올라서인지 무좀이나 피부병 환자 등 급여 환자는 늘었지만 미용 시술 환자들이 크게 줄었다"면서 "올 초부터 이런 현상이 벌어지면서 매월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7~8월 휴가 시즌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K피부과는 올 상반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0% 가량 줄었고, 여름 예약 건수도 전년 대비 20%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사실 피부과의 경우 성형외과에 비해서는 "여름특수"가 적은 편이다. 철저한 자외선차단이 중요한 레이저 시술의 경우 자외선이 강한 여름철에는 "시술 후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불경기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서울 강남에서 부유층 단골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J 피부과의 경우 6월 매출이 작년 대비 60% 정도에 그친 것으로 분석했다.

대학생들의 방학과 여름휴가가 시작된 7월에는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그래도 지난해에 비교하면 턱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 병원 K 원장은 "우리 병원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류층 단골고객이 많은 곳인데도 불경기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면서 "불경기를 타개하기 위해 단골 고객에게 사은품이나 무료 쿠폰 등을 나눠주고 환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R성형외과 K원장도 "워낙 봄철 매출이 떨어진 상태라 휴가시즌을 맞아도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올 상반기 매출이 작년 대비 30% 정도 떨어졌고, 여름 수술 예약건수도 작년에 훨씬 미치질 못해 봄철 추락한 매출을 메꾸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안과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흑자를 유지해온 유명 K안과가 지난달 처음으로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는 등 급감하고 있는 환자 때문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 안과 원장은 "설립 이후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K안과가 적자를 본 것은 그만큼 안과병원들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면서 "특히 시력교정술에 초점을 맞춘 일부 안과병원들은 환자가 크게 줄어 문을 닫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