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명랑만화 출간한 의대교수
해부학 일화를 유머로 푼 아주대 정민석 교수
2006-10-24 윤종원
"제 만화는 좀 야해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해롭습니다. 자녀들에게 선물을 하시려면 신중히 판단해 주세요"
일반인에게는 으스스하게만 느껴질 해부학을 소재로 한 이색 명랑만화책 "해랑선생의 일기"(디지인소호)를 출간한 아주대학교 의대 정민석(45.해부학교실) 교수는 23일 악동같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이 같은 농담으로 자신의 책 소개를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네 가닥만 겨우 남은 이 만화책 속 주인공 "해랑선생"은 실제로 머리를 박박 깎아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정 교수 자신을 캐릭터화한 것이다.
어린 시절 만화가 길창덕이 그린 "꺼벙이"에 푹 빠져 한때 만화가를 꿈꿨던 그가 직접 펜을 들고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의대 해부학 교수가 되고 난 뒤인 지난 2001년께부터다.
"해부학이란 게 사람 몸의 생김새를 다루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그림으로 풀이할 수 있어요. 강의노트를 토대로 제가 밑그림을 그리고 전문 만화가의 도움을 얻어 학습만화로 만들어 강의 부교재로 썼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자신감을 얻은 그는 2003년께부터 해부학 교수로 살며 겪는 일상을 재치있게 풀어내는 명랑만화를 직접 그려 대학병원 홈페이지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 일에는 정씨의 제자였던 아주의대 박진서 박사와 황성배 경북전문대 교수가 함께 참여했다.
이번에 펴낸 만화책 "해랑선생의 일기"는 명랑만화 해랑선생의 일기와 함께 강의 부교재로 썼던 학습만화를 내용에 맞춰 다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사이사이 관련 의학상식을 곁들여 한층 더 풍성하게 꾸몄다.
해부학을 배워야 하는 의대.간호대.미대생의 교육교재로는 물론 인체의 구조나 건강에 관심 있는 일반인의 눈높이에서도 읽기에 크게 부담이 없는 수준으로 만들어졌다.
의대생들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법한 재미있는 일화들을 그림과 글로 읽다보면 배꼽잡고 웃을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니다.
정 교수는 "의학 공부를 하는 의대,간호대,미대 학생들은 물론이고 병원과 의과대학의 속내가 궁금한 일반인들에게도 가까이 두고 읽을 만한 책이 됐으면 합니다"라고 희망했다.
"먼나라 이웃나라"로 유명한 이원복씨 같이 지식과 재미를 겸비한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정 교수의 필생의 꿈은 "고혈압", "신장질환" 식으로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임상만화전집을 그려내는 것이다.
그는 "해부학이라는 제 연구분야를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에 병원의 다른 과 선생님들을 괴롭히며 취재를 하러 다니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 책이 잘 안 팔리면 출판사 사장님이 새 책을 안 펴줄 텐데 걱정이네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