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프레리 홈 컴패니언

로버트 알트먼의 프레리 홈 컴패니언

2006-10-12     윤종원

메릴 스트립, 케빈 클라인, 린제이 로한, 토미 리 존스, 우디 해럴슨….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을 수 있는 감독이 얼마나 될까. 그것도 저마다 비중이 작은 역할을 주고서.

"고스포드 파크" "플레이어" "숏컷" "내쉬빌"의 백발 거장 로버트 알트먼은 이들 쟁쟁한 스타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사라져가는 것들의 마지막 모습을 자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물감이 느껴진다는 단점을 안고 있는 "프레리 홈 컴패니언"은 실제 미국에서 30년 넘게 인기를 끌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 제목이다. 1974년 이래 미국 전역 558개 라디오 방송국을 통해 방송되며 지금까지 장수하고 있는 게리슨 케일러 진행의 버라이어티 라이브 쇼.

영화는 실제로는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쇼가 없어진다는 가정 아래 그 마지막 방송의 풍경을 포착했다. 실제 진행자인 게리슨 케일리가 이야기를 썼고, 영화에서도 직접 진행자로 출연해 허구와 실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방송의 현장에는 복잡한 감정이 오간다. 하지만 매회 마지막 방송이라 여기고 최선을 다했던 이들은 끝나는 순간까지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와중에 이 방송을 애청하다가 죽은 여자가 천사가 돼 방송 현장에 나타난다.

이 영화의 가장 매력은 스타들의 노래 솜씨. 컨트리 뮤직과 가스펠을 자유자재로 소화해내는 스타들의 노래 실력은 "억" 소리가 날 만큼 놀라운데, 특히 메릴 스트립의 목소리가 압권이다. 다분히 미국적인 방송의 풍경이 낯설게 다가오지만 등장인물들이 선사하는 노래 메들리가 어느 정도 그러한 생소함을 상쇄해준다.

알트먼 감독은 "마지막"을 그리면서도 슬픔이나 감상에 젖어들지 않았다. 냉정하다 싶을 만큼 별다른 동요 없이 마지막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면면을 포착했다. 그래서 오히려 어색하기도 할 정도. 하지만 어차피 모든 살아 있는 것은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그 역시 생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1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