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2024년 한 해 동안 병원계에 무슨 일이? (1)
다사다난·희로애락 2024년 1~3월 병원계 이모저모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면 병원계에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았지만, 2024년은 의대정원 증원 2,000명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으로 인해 병원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그 이상으로 힘든 시기를 겪은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계는 국민과 환자 곁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전심전력(全心全力)했고,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울러 대한병원협회의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해이기도 하다. 2024년 한 해 동안 병원계는 어떤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겪었는지 돌아봤다.
<1월> 대한병원협회, 의사인력 증원 6개 조건 제안
1월은 대한병원협회가 정부 측에 의사인력 증원 이전에 충족돼야 할 6개 조건을 제안한 달이다.
의사인력 확충이 온전히 그 취지와 목적에 맞게끔 증원되려면 적절한 조건들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이미 2024년 첫 달부터 강조했던 것.
당시 병협의 제안을 살펴보면 우선, 현장의 의료수요와 의료환경 변화 등에 따른 과학적 인력 수요 추계와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의대 교육역량을 감안해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준에서 의사인력 증원이 결정돼야 한다는 게 첫 번째 조건이었다.
두 번째로 병협은 필수의료분야 의료사고 부담 경감과 진료지원인력 활용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세 번째로 병원급 의료기관의 필수·중증 분야에 대한 수가의 대폭 인상 및 입원 진료에 대한 보상 강화, 신속한 처치가 필요한 진료과의 대기 자원에 대한 운영비 지원 등을 비롯해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인 병·의원 수가역전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병협이다.
네 번째로 수련·교육 체계 개선인데, 의사면허 취득 후 임상과정을 수련하지 않고 진료행위를 하는 일반의 증가로 필수의사 양성체계가 무너지고 있으므로 환자안전과 필수진료 역량을 갖추는데 적절한 임상수련 과정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다섯 번째 조건은 의료기관 종별 기능 재정립과 지역 종합병원 육성을 통한 지역 완결적 의료전달체계 정립이었다.
마지막으로 필수의료 확충방안 마련을 위한 국무총리실 산하의 ‘(가칭)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이 여섯 번째로 제안됐다.
<2월> 정부, 의대정원 2,000명 증원 확정 발표
병협의 적극적인 제안 노력에도 불구하고 2월은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기습적으로 발표한 달이다.
그 수는 무려 1년에 2,000명.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학년도 대학입시 의대 입학정원이 기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된다고 밝혔다.
조규홍 장관은 “필수의료가 벼랑 끝 위기에 놓인 가운데 정부는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절박함으로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담대한 의료개혁을 추진하려 한다”며 “2005학년도부터 19년 동안 묶여 있던 의대정원을 확충해 국민 생명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어렵게 이룩한 의료시스템을 지키겠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어 “그간 정부는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130차례 이상 소통을 했고 2023년 1월부터 대한의사협회와 의료현안협의체를 발족해 총 28회 소통했으며 대한병원협회 및 종별 병원단체 등 병원계, 대한전공의협의회 등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했다”며 “10년 뒤인 2035년 수급 전망을 토대로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늘어나는 정원의 대학별 배정은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집중 배정한다는 원칙하에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역량, 소규모 의과대학의 교육 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의료 지원 필요성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하고 비수도권 의과대학에 입학 시 지역인재 전형으로 60% 이상이 충원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한 조 장관이다.
조 장관은 “의료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해 모든 국민들이 사는 지역에서 제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를 반드시 구축하겠다”라며 “만에 하나 의료계가 불법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면 정부는 법에 부여된 의무에 따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라고 경고했다.
<3월> 전공의 집단사직 장기화로 병원경영 ‘빨간불’
3월은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추진으로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병원경영에 빨간불이 본격적으로 켜진 달이다.
병원들은 병동을 축소해 운영하거나 직원들에게 무급휴가 시행했고, 부산대학교병원의 경우 환자 수가 줄어들면서 1천172병상의 가동률이 50%까지 떨어지자 유사 진료과 병동을 통합 운영하기도 했다.
충북대학교병원은 간호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환자 수가 적은 입원 병동 2곳을 폐쇄하고 환자들을 다른 병동으로 옮겼으며, 전공의 94%가 이탈한 제주대학교병원은 간호·간병서비스통합병동을 2개에서 1개로 통폐합한 것으로도 모자라 내과 중환자실 운영 병상 수를 대폭 축소했다.
당시 병협이 8개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긴급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단 8일동안 진료 수입이 전년대비 최대 20%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8개 주요 상급종합병원의 병상가동률은 전년 동기간 대비 23.5%가량 급감했다.
수도권 A 상급종합병원장은 “의정갈등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적자 폭이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며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서울의 B 상급종합병원장도 “월급조차 마련하지 못해 금융권 대출까지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상진료체계에 따른 특단의 조치가 시급히 이뤄지지 않으면 병원들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