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지원사업 대상자 선정 요양병원에 맡겨야
요양병협, 요양병원 환자평가표 기준으로 대상자 선정 방식 적합 시범사업 통합판정 도구, 환자평가표와 항목 중복…인력‧자원 소모 가중 복지부, 시범사업 기간 충분한 의견 수렴…요양병원협회 의견 적극 수용
대한요양병원협회가 간병지원사업 대상자 선정을 요양병원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시범사업 통합판정 도구가 요양병원 환자분류군을 결정하는 요양병원 환자평가표와 중복되는 항목이 많아 동일 환자에 대한 필요 이상의 평가로 병원의 인력 낭비와 자원 소모가 가중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김남희‧김윤‧박희승‧이수진 의원과 국민의힘 백종헌‧조정훈 의원은 11월 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간병제도 정립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날 이운용 대한요양병원협회 대구협회장(제일효양병원장)은 ‘국내 간병제도 현황 및 문제점’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간병지원 시범사업 대상자 선정 방식으로 요양병원 월별평가표(필요시 표준도구 추가) 활용해 병원에서 자체 의료진이 선정하고 추후 모니터링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간병지원 대상자 선정은 의료필요도와 요양필요도가 모두 높은 환자로 의료‧요양 통합판정방식으로 선정하고 있다. 문제는 시범사업의 통합판정 도구가 요양병원 환자분류군을 결정하는 요양병원 환자평가표와 중복되는 항목이 많아 불필요한 중복이 많다는 것이다.
이운용 대구협회장은 “현행 환자평가표에서는 이미 의료필요도와 더불어 간병필요도를 판단할 수 있는 인지기능, 신체기능, 배설기능 등에 대한 항목들도 함께 평가되고 있다”며 “현재 요양병원의 환자분류군을 결정하는 요양병원 환자평가표(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문위원회에서 개발)를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판정은 신청 후 판정까지 한 달, 장기요양등급은 2년마다 평가 등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요양병원은 환자평가표를 활용해 환자분류를 매달 바꾸고 있다”면서 “환자평가표는 의료진이 충분히 평가해 대상자를 선정하는 평가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간병지원사업과 통판정시스템 모두 시범사업인데, 왜 지금 통합판정시스템을 적용하는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명한 이운용 대구협회장이다.
또한 간병비가 연간 최대 180일까지만 지원하는 것도 문제라고 꼽았다. 시범사업에서는 의료고도 환자의 경우 연간 최대 180일까지, 의료최고도 환자는 기본 180일에 최대 120일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이운용 대구협회장은 “이번주 금요일이면 기간이 모두 끝나지만 이와 관련해 정부가 어떻게 할지 발표가 없다”며 “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대상자를 선정할 수도 없고 시범사업을 반납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간병인의 교육 및 관리 역시 대한요양병원협회가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운용 대구협회장은 “간병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크고 대부분이 파견된 간병인으로 간병에 대한 교육 및 관리가 굉장히 어렵다”면서 “간병사들이 대부분 60대로 한 달 만에 절반이 퇴사하고 간호인력들도 고도환자가 많아 모두 힘들어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그는 “환자가 많을수록 병원이 손실을 보는 사업으로 180일이 지나면 시범사업을 그만둬야 할지 심각히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거듭 언급했다.
안병태 대한요양병원협회부회장은 시범사업 모델 설계부터 문제가 있다면서 정부가 현장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병태 부회장은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요양도 필요하고 의료도 필요하기 때문인데 대상자 다수가 심사과정에서 탈락되고 또 일부는 180일 이후 탈락되면 사적 간병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그런데 정부는 재원 타령만 하면서 미루고 있는데 이것은 차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현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애초에 시범사업은 한계를 가지고 있고 시범사업을 하면서 보완해 나간다고는 하지만 입원환자의 대부분이 생애말기 환자들인데 이들에게 180일만 간병비 지원을 주고 간병을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를 폄훼하는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안병태 부회장은 “시범사업 실시에 있어 통합판정은 제외돼야 하고 180일 제한 규정은 철폐해야 한다. 또 간병인 수급도 부족하고 외국인 간병인 수입도 전혀 준비가 안됐다”면서 “본인부담률도 늘려야 한다고 하는데 문제는 국민 입장에서는 간병비 지원 받다가 사적 간병으로 가면 간병 포기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간병의 질은 저하될 것이다. 현장에 답이 있는 만큼 요양병원협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이같은 통합판정체계와 재원일수에 대한 요양병원협회의 문제 제기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는 3년간의 시범사업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면서도 현장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먼저 한은정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연구실 장기요양수요연구센터장은 “노인의 욕구를 중심에 두고 의료와 요양과 돌봄의 욕구를 포괄적으로 평가해 노인에게 적정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판정하는 것이 통합판정체계”라며 “2022년 건보공단 빅데이터로 분석을 해봤을 때 181일 이상 입원하신 분이 약 40%로 이 가운데 40%는 이미 장기 요양 등급을 갖고 있어 사실상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높은 비율이 장기간 돌봄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요양병원 간병을 제도화하는 입장에서는 간병의 우선순위를 요양, 롱텀케어를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 먼저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한은정 센터장은 “왜 요양병원 간병만 요양병원 기관에서 별도의 서비스 제공자가 평가를 해야 된다는 것도 형평에 맞지 않다”면서 “이 때문에 통합판정체계에서는 장기요양 필요뿐만 아니라 의료필요가 높은 자로 판정을 하고 있고, 그리고 간병의 대상은 장기요양시설에 입수할 정도의 수준인 대상자로 판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려하시는 부분에 대해선 조금 더 수용을 하는 방향으로 해서 좋은 제도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박혜린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적정한 대상자들이 적정한 수요와 욕구에 따라서 올바르게 사회적인 자원을 잘 배분해서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며 “다만 대상자 제한과 재원 일수에 대한 고민 없이 제공을 하게되면 사회적 부작용도 같이 양산을 하기 때문에 우리가 적정 기준을 잡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양병원협회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의료 최고도와 고도로만 한정하고 180일까지는 기준이 현재 고정된 기준은 아니라고 했다.
박혜린 과장은 “기준에 대한 논의는 할 수 있지만 어떤 기준이 없이 그냥 운영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요양병원협회가 제안한 협회 차원에서의 교육 프로그램 제공에 대해선 굉장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며 요양병원협회와 논의를 해보겠다면서 시범사업 3년 이후 제도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충분한 의견을 듣고 제도 개선을 하고 사업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