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KAMC,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결단

의대생 자율적 휴학 인정, 의평원 독립성 유지, 정원 재논의 등 전제 조건 제시 이진우 회장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의료 붕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2024-10-22     정윤식 기자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의료계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첫 참여 의사로, 8개월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의료대란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의학회(회장 이진우)는 10월 22일 KAMC(이사장 이종태)와 함께 입장문을 내고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의학회와 KAMC는 “국민과 환자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때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인한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전공의 수련 교육을 책임지는 의학회와 의과대학 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KAMC는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동안 진행된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한다며 올바른 의료를 위한 젊은 의사들의 충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전제한 의학회와 KAMC다.

그런데도 협의체 참여를 결정한 것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정책들이 의료계를 배제한 채 추진되고 있으며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큰 희생을 하는 현실에서 하루빨리 대한민국 의료가 정상화되길 바라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라는 게 두 단체의 입장이다.

단, 두 단체는 협의체 참여 원칙으로 △의대생 휴학계 협의체 발족 전 각 대학의 자율적 의사로 허가 △2025년 및 2026년 의대 입학정원 논의 △의사정원 추계 기구 입법화 구체적 시행계획·로드맵 설정 △의대생 교육, 전공의 수련기관의 자율성 존중 △교육·수련 내실화를 위한 국가 정책 수립·지원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독립성·자율성 확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개편 △의료계가 인정하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책 결정의 장 운영 등을 제시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

이들 단체는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책임지는 전공의 수련과 의대생 교육 당사자로 무한한 책임을 느끼는 만큼 정부와 여야 역시 진정성을 갖고 협의에 임해주길 다시 한번 간절히 촉구한다”며 “그동안의 많은 의정협의체 실패의 전철을 재차 밟지 않기 위해 상호 간 신뢰를 회복하고 그를 바탕으로 건설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해당 성명에 앞서 이진우 의학회 회장은 학회 임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그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진우 회장은 “그동안 의학회는 대한의사협회 중심의 하나 된 목소리를 강조하면서 힘을 보탰으나 진전이 없는 상태”라며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 회장은 “의학회 전임 회장들 및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한 끝에 여야의정협의체에 KAMC와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며 “이사들에게 미리 말하고 일일이 상의하지 못함을 미안하게 생각하나 의정사태 해결을 위한 어려운 결정을 했다는 점에서 이해하고 지지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의학회는 그동안 의료계에서 한목소리로 협의체 참여에 반대 목소리를 내 오다가 입장을 선회한 만큼, 비난을 감수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번 결정 이후 여러 가지 비난이나 의학회 입장이 어려워질 수도 있음을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충분히 고민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부디 이번 결정이 의정사태 해결의 한 알의 밀알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환영한다”

의협, “결정 존중하며 신중해 달라”

의학회와 KAMC의 협의체 참여가 알려지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SNS를 통해 환영의 뜻을 보였다.

한동훈 대표는 “여야의정협의체에 대한 의료계 참여를 환영한다”며 “여야의정협의체가 오랫동안 국민들에게 불편을 준 의료상황을 해결할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어 “좋은 의료진 양성을 위해 의대 학사운영과 의평원의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의료계 의견을 존중한다”며 “국민의 건강만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료계 결단에 깊이 감사하다”고 부언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소식을 접한 즉시 입장문을 내고 의학회와 KAMC의 결정을 존중하며 부디 의료계 전체의 의견이 잘 표명될 수 있도록 신중함을 기해달라는 부탁을 전했다.

의협은 “사전에 의학회, KAMC와 소통을 하면서 협의체에서 신중한 논의를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며 “참여 의도를 이해하고 동의하는 부분이 있지만, 의료계의 의견에 반하는 논의는 제외할 것을 부탁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즉, 의학회와 KAMC가 상급종합병원들의 시스템 왜곡이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로 진행되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의협이 이에 공감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의협은 “현시점에서 의협은 협의체 참여가 여전히 어렵다”며 “의학회와 KAMC가 전공의 및 의대생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의료계 전체의 의견을 고려한 협의를 이뤄내길 기대한다”고 부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