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국립대병원, 정부 때문에 전공의 사직 지연 소송 당해

국립대병원이 의료대란에 따른 경영 위기에 이어 전공의들이 청구한 사직서 지연 처리 손해배상소송으로 행‧재정적 부담까지 악재가 겹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이 서울대를 비롯한 10개 국립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공의 사직처리 지연 관련 소송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57명의 전공의들이 국립대병원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인당 청구 금액은 1,500만원으로 전체 청구 금액을 합치면 총 8억 5,500만원이다.

소송을 제기한 전공의는 전남대병원이 16명(2억 4,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이어 서울대병원 11명(1억 6,500만원), 강원대‧충남대병원 각 8명(1억 2,000 만원), 부산대병원 6명(9,000만원), 충북대병원 3명(4,500만원), 제주대‧경상국립대병원 각 2명(3,000만원), 전북대병원 1명(1,500만원) 순이다. 경북대병원은 아직 소송을 제기한 전공의가 없었다.

병원이 부담하는 소송비는 강원대 5,800만원, 서울대 2,530만원 등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병원은 소송 대응 방안이 구체화 되지 않아 소송비용 산정이 어려워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전공의들은 의료법 제59조와 전문의수련규정 제15조에 따른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은 국민 보건의 중대한 위해 발생과 연관이 없고, 민법 제661조 및 근로기준법 제7조에 따라 위법을 주장하며 취업, 개원 등 제약에 따른 손해가 발생했다고 소송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병원들은 한 개의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한 전공의들과 다르게 동일한 사안임에도 각 병원은 각자가 제한된 예산 범위 내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모든 병원이 소송에 공동 대응하는 게 적절하나 병원별 의견 취합에 다소 어려움이 있고 개별 병원별로 대응할 경우에도 법원 판단이 각기 다르게 나올 수 있어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행정력 부담은 물론 소송 결과에 따라 수련병원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체 전공의 1만 3,531명 가운데 사직자는 1만 1,732명(86.7%)으로 소송 결과에 따라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우려가 큰 상황이다.

백승아 의원은 “병원이 소송에서 패소할 시 제2, 제3의 집단소송으로 이어져 병원 경영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병원은 정부 명령을 이행했을 뿐인데 정부는 뒷짐만 지고 지원은 일절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백 의원은 “의료대란과 전공의 소송은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크다”며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병원의 법적 분쟁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