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의 야심작?…‘지역공공필수 한정 의사면허제’

한의대 교육 6년+추가 교육 2년+국시 통과=지역공공필수 한정 의사면허 의대정원 증원보다 효율적이고 당장의 의사 수급난 해결할 수 있어 윤성찬 회장, “의협 설득 자신 있어…한의대와 의대 교육과정 75% 유사”

2024-09-30     정윤식 기자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가 한의과대학 교육 6년에 의과대학 추가 2년 교육을 받은 후 국가시험을 통과하면 의사면허를 부여해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한의사를 통해 의사들도 기피하는 지역공공필수의료를 공급하겠다는 것인데,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하지만 한의협은 정부와 국회를 비롯해 의협마저 설득할 자신이 있다며 해당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의협은 9월 30일 여의도 인근 식당에서 ‘한의사 추가 교육을 통한 의사 부족 조기 해결방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역공공필수 한정 의사면허제도 신설’ 방안을 제안했다.

한의협이 제안한 방안은 한의대 교육 6년에 추가 2년의 의학교육을 받게 한 후 이들을 위한 별도 국시를 거쳐 의사면허를 부여하자는 내용이다.

단지, 해당 면허는 지역·공공·필수 분야에 한정하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한의협은 의학교육을 추가로 이수할 수 있도록 한의대와 의대가 모두 개설된 경희대·원광대·동국대·가천대·부산대에 우선 적용하면 연간 300~500명 배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공공필수의료 한정 의사면허제도의 실행방안과 기대효과

특히 이미 공중보건한의사 등 군 복무를 마친 한의사들은 추가 의학교육 2년에 전문의 과정 5년 등 7년 만에 지역공공필수의료 분야에 근무할 수 있다며 2025학년도 의대 입학생들이 전문의 과정을 거쳐 군 복무를 마치는 데 소요되는 최소 14년보다 7년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한의협이다.

필수의료 과목에 한해 전문의 과정을 수료한 경우 공공의료기관에서만 일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는데, 이렇게 하면 지역에서 부족한 응급의학과·소아청소년과·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 공공의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성찬 회장은 “우리나라는 의사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지역공공필수의료 분야의 의가 부족한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의사들에게 2년간 추가 교육을 실시해 제3의 면허를 주고 의사가 부족한 지역·공공의료기관에 의무 투입하는 방안이 의대정원 증원을 늘리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역설했다.

즉, 정부와 의협이 의사 수 증원과 관련해 서로 양보할 뜻이 없는 상황에서 원만한 합의는 당분간 요원하니 최대 14년까지 걸리는 비효율적인 방법으로는 당장 시급한 지역공공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윤성찬 회장은 “전공의들의 파업으로 인해 전문의 배출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을 늘려도 14년 뒤에야 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의사를 활용하면 추가 교육을 통해 4~7년을 앞당겨 지역공공필수 의사 수급난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한의협 주장의 근거는 한의대와 의대 교육 커리큘럼이 유사하다는 데 있다.

의사 배출 소요기간 비교

윤성찬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한의대와 의대 교육의 커리큘럼은 75% 이상 유사할 뿐만 아니라 이미 한의대생들은 해부학, 진단의학, 영상의학, 방사선의학, 병리학, 생리학 등의 교과과정을 통해 의대생들과 마찬가지로 실습까지 하고 있다.

윤 회장은 “현재 한의대에서 강의하지 않는 내용들을 2년간 교육받으면 의대 교육의 대부분을 배우게 된다”며 “공감대만 형성된다면 한의대 및 의대 교육기관과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윤 회장은 제도의 효율성을 고려할 때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 등 정부, 여야 국회, 심지어 의협마저 설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윤 회장은 “한의대 학장들 및 지역 한의사회와는 공감대를 이뤘고 의협에서도 의대정원을 많이 늘리는 것보다 나은 방안이기에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며 “오늘 공개한 ‘지역공공필수 한정 의사면허제도’를 정부와 국회 모두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보건의료제도가 이원화돼 있어 한 직역의 정원이 늘어나면 다른 직역에 영향이 미친다”며 “여야의정협의체에 한의계를 참여시켜 ‘여야한의정협의체’로 주체를 넓혀 논의하면 좀 더 수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한의협은 이번 아이디어와 의료일원화는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윤 회장은 “의료일원화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한의사들에 한해 국시를 통과하고 합격하면 지역공공필수 의사가 되는 길을 열어주자는 의미”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