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는 의료영리화 찬성론자 같은 것 아니다”
장성인 건강보험연구원장…건보노조 및 시민단체 반발·지적에 적극 해명 국가가 주도하는 효율적·효과적 건강보험 지속시키는 게 목표이자 고민 ‘충분한 의료비’ 조달 가능 방안 구체화된 선택지 만드는 게 연구원 역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제가 의료영리화 찬성론자 같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성인 신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장이 그간 지적받은 ‘의료영리화 찬성론자’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해명을 시작으로 공식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심사평가정책연구소가 있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는 건강보험연구원이라는 싱크탱크가 있다.
그만큼 건강보험연구원이 지향하는 연구는 대내·외적으로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지난달 30일 공식 취임한 장성인 연구원장은 채용 이전부터 과거 의료영리화를 찬성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 노동조합 및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심지어 건보노조는 장성인 연구원장의 취임 저지 운동을 벌이겠다는 입장까지 보인 바 있다.
그런 장성인 연구원장이 취임 직후 병원신문과 만나 ‘의료영리화 찬성론자’ 등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이야기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내놓았다.
건보노조와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의료영리화 바라는 사람 아무도 없을 것으로 생각해
우선, 장성인 연구원장은 의료영리화를 찬성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장성인 연구원장은 “건보노조를 비롯해 여러 시민단체에서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보건의료가 영리적 수단으로 이용돼 국민들이 필요한 의료를 이용하지 못하고 그 결과 건강하지 못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과 결과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의료영리화를 찬성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자신 또한 이 외에 무엇이 되든 국가나 기업,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건강이 희생·이용되는 모든 것을 반대한다는 것.
장성인 연구원장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의료영리화 찬성론자 같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건강보험이 도입되고 나서 지금까지처럼 국민들이 더 좋은 의료를,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비용으로, 앞으로도 지속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장 연구원장은 “물론 그 과정에서 같은 방법과 수단이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것은 목표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지, 이루고자 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은 아닐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건강보험을 통해 국민들이 더 나은 의료를 받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국민을 만족시켜서 건강보험을 계속 신뢰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국가가 주도하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건강보장 시스템을 지속시키는 방안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장 연구원장은 “임기 3년 동안 기회가 되면 건보노조와 자주 만나 서로 이해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며 “서로 이해하는 자리를 거쳐 필요하다면 변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의 가장 큰 위기는 지속가능성
의료이용 못하게 하는 것은 선택지 아냐
충분한 의료비 조달가능 방안 고민할 때
이날 인터뷰에서 장성인 연구원장은 건강보험의 가장 큰 위기는 누가 뭐래도 재정으로 인한 지속가능성이라고 내다봤다.
장성인 연구원장은 “건강보험의 위기까지 시간이 너무 적게 남아있다는 일각의 예상이 있는데, 이를 한 가지 방법으로 풀 수 없기에 해결하려면 모든 방법이 검토돼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쉬운 방법이자 가장 하면 안 되는 방법은 국민이 필요한 의료 이용을 못 하게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다시 말해 국민의 건강이 대한민국 그 자체이기 때문에 의료 이용을 통제하는 것은 국가와 대한민국 의료보장의 중추인 건강보험이 선택할 수 있는 답지가 아니라는 게 장성인 연구원장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국민이 충분한 의료비를 쓰도록 하려면 어떤 방법을 강구해야 할까.
장 연구원장은 ‘충분한 의료비’를 어떻게 해야 ‘조달 가능한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 주목했다.
장 연구원장은 “충분한 의료비를 조달하려면 국민들이 의료비로 어느 정도를 지출하겠다고 결정하도록 하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과정도 포함되지만, 결국 우리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자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은 증가하는 고령 인구와 낮아지는 경제성장률, 높아지는 국민의 건강에 대한 기대수준 등으로 인해 현재의 재정 충당 구조로는 지속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에 따른 의정갈등으로 촉발된 의료공백 및 수가 보전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고, 건강보험료율을 2년 연속 동결함에 따라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비록 장 연구원장의 인터뷰 내용에 정부의 잦은 건강보험 재정 사용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은 아니나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구체화된 선택지를 만드는 게 건강보험연구원이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재정 고갈에 대한 전문가들의 걱정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그는 “건강보험이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되고 쓰이도록 하느냐, 중장기적인 재정 건전화를 위해 의료비를 얼마나 쓰는 것에 국민이 동의하도록 하느냐,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하도록 국민을 설득하느냐 등에 지속가능성이 달려있다”며 “이에 대한 구체화된 많은 선택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건강보험연구원이 해야 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간의 건강보험 연구들 고도화 및 유지할 예정
향후 50년 지탱할 국가중심 의료보장 체계 준비
현실문제에 대답 해주는 건강보험연구원 만들 것
아울러 장성인 연구원장은 임기 3년간 집중할 연구 방향에 대한 대략적인 가이드도 공개했다.
일단 건강보험연구원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중요한 연구들의 기존 큰 틀을 안정적으로 고도화하고, 우리나라의 의료보장과 보건의료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강조한 장성인 연구원장이다.
단, 그가 가장 주목하는 연구는 국가중심의 건강보험 체계의 효과적인 유지다.
장 연구원장은 “건강보험연구원장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은 향후 언젠가 건강보험의 위기가 현실이 될 때 앞으로의 50년을 지탱해 줄 현재와 같은 국가 중심, 건보공단 중심의 효과적·효율적 건강보험 및 의료보장 체계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강보험연구원은 정부, 건보공단 본부, 건보공단 지사, 일반 국민에게 의료의 질, 이용, 재정 등 보건의료와 관련된 현장 문제에 대답을 해주는 곳이 돼야 한다”며 “모든 현장에 답이 있긴 하나 현장의 상황만으로 해결되지 못할 때는 건강보험연구원이 문제의 중요성, 심각성, 크기에 따른 우선순위를 정확히 파악해 논리적인 근거를 창출한 후 합리적인 방향, 방안,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부언했다.
단순히 자료를 조사하고, 통계표를 작성하고, 학문적 공부만 하는 건강보험연구원이 아니라 현실문제에 대한 대답을 해주는 싱크탱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문제와 상황에 기반한 현실적인 거시 정책을 만들고 제안해 대한민국 보건의료 정책을 이끌어 나가는 건강보험연구원이 돼야 한다”며 “정부 정책의 추진에서도, 국민보건의료의 질적 향상과 재정 운영의 문제에 대해서도 근거에 기반한 인사이트와 대답을 제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