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간이식 수술에서 생체 공여자 간 크기 및 부피 자동 계산
삼성서울병원 연구팀, 간이식 AI 모델 개발
인공지능(AI)의 활용이 의료계 전반에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간이식 수술에서도 큰 기대감을 주고 있다. 생체 간이식에서 중요한 공여자 간의 크기와 용량을 측정하는 데 유용한 AI 모델이 발표된 것.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유진수·오남기 교수, 영상의학과 정우경·김재훈 교수 연구팀은 국제외과학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IF 15.3) 최근호에 생체 간 공여자의 간의 크기와 용량을 CT 영상에 기반해 자동 측정이 가능한 ‘간이식 AI모델’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이식외과 의사가 CT 영상을 기반으로 공여자의 간을 해부학적 구조에 따라 분할한 다음, 일일이 손으로 크기와 용량을 계산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사람이 직접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릴 뿐 아니라, 의사마다 주관적 판단에 따른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한계였다.
공여자의 간은 기증 후 최소 30% 이상은 유지해야 기증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고, 수여자 역시 자기 몸무게 대비 이식받은 간의 무게가 0.6~0.8%는 되어야 간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만큼 공여자, 수여자 양쪽 모두에 안전한 적정선을 찾는 게 중요하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고자 2022년 4월부터 2023년 2월 사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공여자로 수술받은 환자 114명의 데이터를 이용해 간이식 AI모델을 만들었다. 이들 중 103명의 자료는 간이식 AI모델의 학습용으로, 나머지 인원의 데이터는 예측값과 수술 후 실제 측정값을 비교하는 검증용으로 썼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CT영상 검사 결과를 3D모델로 만든 다음, U-Net 기반 딥러닝 모델을 설계했다. 환자 데이터 샘플 4개당 한조로 250차례에 걸쳐 학습을 반복해 최적화를 거쳐 만든 간이식 AI 모델은 검증에 쓰인 환자의 데이터와 맞아 떨어졌다.
기존 의료진이 직접 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유사도(Dice Similarity Coefficient)는 우엽에서 94%, 좌엽에서는 91%로 나타났다. 간의 용량 차이도 간이식 AI모델과 의사가 직접 측정값의 차이도 평균 9.18ml로 낮았다.
환자 간의 용량 크기에 대한 변동성을 예측하는 결정계수(R²)를 비교한 값에서는 오히려 간이식 AI모델이 앞섰다. 간이식 AI모델의 결정계수는 0.76으로 의사가 직접 하는 경우 0.68을 웃돌았다. 그만큼 AI모델이 실제 환자의 간의 용적이나 크기 등을 잘 구분해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간이식 AI모델의 가능성을 초기단계에서 확인한 만큼, 이를 발전시켜 보다 정교한 범용 서비스로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내 시장에 주로 쓰이는 3D모델링 기반 수술계획 소프트웨어 시장을 주도하는 일본을 역전할 가능성도 AI모델에 있다고 연구팀은 기대했다.
유진수 교수는 “간이식 수술 이전 잘 준비된 계획이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 “생체 간 공여자의 숭고한 뜻을 살리고, 환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간이식 AI모델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적 관심과 지원 역시 함께 주문했다. 최근 이식외과 의사 1명이 담당해야 하는 환자수가 증가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간이식 AI모델의 도움으로 수술에 집중할 자원과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환자의 수술 결과는 물론 안전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하고 있다.
유 교수는 “한국은 전세계에서 간암 수술이나 간이식 수술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나라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뒤처져 있다”면서 “연구 당시보다 모델의 정확도는 더 올랐다. 수술의 안전성을 높여주는 신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수가 등의 지원을 받아 일본이 주도하는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은 자체 개발한 간이식 AI모델을 기반으로, 이 모델을 탑재한 수술 계획 소프트웨어를 서지컬마인드와 함께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