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국시 미응시율 95.5% 이상 예상…‘공멸 직전’
6개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 한국 의료 대위기 상황 엄중 경고 전화위복의 국정운영, 상생 정치, 국민 안심 정치 필요해
의사 국시 미응시율이 최소 9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고려대 6개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한국 의료의 ‘공멸’을 엄중히 경고하고 나섰다.
6개 의대 교수 비대위는 7월 26일 성명을 통해 정부의 갑작스러운 의대정원 증원 추진 이후 대한민국 의료계는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수련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복귀는 아직도 요원하고, 수업 현장을 떠난 의대생의 복귀는 더더욱 가망이 없어 보이며, 과로에 지친 의대 교수들은 최소한의 소임마저 없어져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발표한 전국 본과 4학년생 3,0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2,903명의 95.5%인 2,773명이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국시) 응시에 필요한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의대들은 국시 실기 접수에 앞서 본과 4학년생들로부터 ‘개인정보제공동의서’를 받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졸업예정자 명단을 등록해야 하고, 명단에 등록된 학생들만 국시 응시자격을 얻는다.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학생은 실기 접수조차 불가능한 상황이고, 동의서를 제출한 학생 중에서 실기 접수를 하지 않을 학생까지 고려한다면 본과 4학년 중 국시 미응시자는 최소 95.5%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는 게 6개 의대 교수 비대위의 설명이다.
이는 지난 2020년 의·정 갈등 사태 속에서 실기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본과 4학년생이 2,700여 명이었음을 돌이켜 봤을 때 이번 사태를 대하는 학생들의 의지가 얼마나 결연한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6개 의대 교수 비대위는 “본인들의 진로까지 위태롭게 하는 의대생들의 항의와 행동을 ‘집단이기주의’라는 왜곡·편향된 프레임으로 재단하면 안 된다”라며 “교육부와 복지부의 온갖 대책에도 그들의 결심이 바뀌지 않는 이유를 진지하게 따져봐야 하고,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내년도 의사 배출이 극소수에 그치는 사태를 피하기 어렵다”라고 우려했다.
전공의들 역시 의대생들과 마찬가지로 본인들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여전히 강력하고 단호하게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6개 의대 교수 비대위는 “전공의 7대 요구사항과 의대생 8대 요구사항 중에 ‘집단이기주의’에 해당하는 항목은 없다”며 “오히려 진정으로 미래의료를 걱정하는 젊은 의사들과 예비 의사들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요청들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대 교수들은 ‘풍전등화’, ‘백척간두’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며 이제 한국 의료는 그야말로 공멸 또는 극적 타개의 기로에 서 있다고 절규한 6개 의대 교수 비대위다.
즉, 대학병원의 수련시스템이 한번 무너지면 가뜩이나 입지가 줄어드는 바이탈 진료과의 전공의 지원이 급감하고 전공의 수련 명맥이 아예 끊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
6개 의대 교수 비대위는 “과로에 시달리면서도 학생과 전공의를 가르치는 소임과 중증 환자 진료의 보람으로 버틴 의대 교수들의 참담한 심정은 이루 말할 길이 없으나 온몸으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잘못된 의료정책에 항의하고 있는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라고 읍소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6개 의대 교수 비대위는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들은 “이미 한국 의료는 끝났다고 절망하는 사람도 있고, 아직은 약간의 기회가 남아 있다고 사람들도 있다”며 “우리 의대 교수들은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다고 믿고 싶으니, 정부는 현재 의료계 상황에 대한 처절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대승적 결단을 통해 대화합의 타개책을 마련하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신규 의사와 전문의 배출이 없고, 전공의도 없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며 “정부는 포용적 조치를 통해 험난한 위기를 극복하는 전화위복의 국정 운영을 보여주고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 획기적인 전향적 정책전환으로 상생의 정치, 국민 안심의 정치를 보여줄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