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숙소 제공 ‘아니다’…소아암 환자 ‘안전’ 위한 것
국립암센터, 소아암 양성자치료 환자 및 가족 위한 ‘4P 하우스’ 착공식 김주영 교수, “소아암 환자 치료 환경 좀 더 나아지는 계기 되길 바라” 지방에서 치료받기 위해 이동하는 환자들 선정해 편안한 안식처 제공 소아암 환자 정서적 케어하는 ‘차일드 라이프 스페셜리스트’ 필요성 강조
“4P 하우스는 소아암 양성자치료를 받는 지방 환자들을 위해 제공하는 단순 숙소의 개념이 아닙니다. 사회적 배려의 차원이 아닌 환자안전을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치료 과정 중 하나이자 연장선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작은 시작이지만 뜻깊은 한걸음이 시작됐습니다.”
김주영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교수(전 양성자치료센터장)가 ‘4P 하우스’가 지닌 의미에 대해 설명하며 강조한 첫 마디다.
원거리 지방에서 소아암 양성자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와 가족을 위한 편안한 쉼터가 탄생한다.
국립암센터는 7월 16일 ‘소아암 양성자치료 환자 가족을 위한 안식처인 4P 하우스 착공식’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국립암센터는 2007년 국내 최초로 양성자치료기를 도입했다.
양성자 치료 장점은 정상 세포를 보호하는 기능으로, 성인과 달리 앞으로 오랫동안 삶을 살아가는 소아에서 더 중요한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양성자 치료는 기존 방사선치료보다 소아암 환아의 성장과 신경인지 기능 및 청력, 내분비 기능에서의 합병증을 현저하게 낮춰준다고 알려져 있고 특히 소아 고형암 치료에서 성장 및 발육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치료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국립암센터 양성자 치료 대상 소아암 환자들의 거주지 분포를 조사한 결과, 전체 환자의 55%가 지방 등 원거리 지역에서 힘겹게 이동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같은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8년 전부터 쉼터 개설을 추진한 김주영 교수는 “양성자치료를 받는 소아 암환자들 중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들은 매일 단 5분간의 치료를 6주간 받기 위해 주변 모텔과 고시텔 등을 이용해야 했다”며 “부모와 환자 모두 가정에서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고,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4P 하우스를 개설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4P 하우스란 ‘Place for Paediatric cancer Patient who need Proton Therapy House’의 약칭으로, 외국에서는 기업의 후원을 받아 병원 인근에서 흔하게 제공하고 있는 쉼터다.
선진국의 경우 장기 입원 및 원거리 거주 소아암 환자와 가족들이 병원 인근에서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쉼터 운영의 필요성이 대두돼 적극적으로 운영 중이다.
대표적으로 RMHC(Ronal McDonald House Charities) 재단은 2021년까지 전 세계 68개국 368개소의 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국립암센터는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소아암 환자 가족을 위한 4P 하우스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건물은 지상 2층 총 연면적 209.98㎡ 규모로, 환자가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국립암센터 주변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 형태로 건립된다.
소아암 환자와 가족이 머물 수 있는 필수시설이 포함되고, 외래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휴게시설도 구비된다.
완공일은 2024년 9월이며 10월부터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고, 한국소아백혈병협회와 협업해 국립암센터에서 양성자 치료를 받는 소아암 환자들이 치료받는 약 6주 동안 무료로 제공된다.
최대 네 가족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될 예정이며, 조리시설 등을 마련해 소아암 환자와 가족들이 집처럼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게 특징이다.
이용 대상은 양성자 치료를 받는 소아암 환자와 그 가족이고 신청자 중 양성자치료를 받으면서 의학적 치료가 동시에 필요한 소아, 거주지가 먼 소아, 함께 올라온 가족 수가 많은 소아 등을 우선적으로 배정하며 운영위원회를 통해 공정한 선정기준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국립암센터다.
쉼터 마련 기금은 김주영 교수가 국립암센터발전기금 조성을 추진했고 김주영 교수 부부 2,000만 원, 월드비전 5,100만 원, 중앙이앤알 3,100만 원, 기타 기부자 1억2,000만 원 등 총 2억2,200만 원이 모금됐다.
김주영 교수는 “양성자 치료를 받는 소아암 환자가 1년에 50~60명 정도이기 때문에 이번 4P 하우스로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작게라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며 “앞으로 관리자 고용 등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국립암센터발전기금 비용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책임과 본분을 지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암 치료 이상의 암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 등 사회적 가치를 구현해 나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4P 하우스는 단순히 소아암 환자를 위한 사회적 배려의 차원이 아닌 소아암 환자의 안전을 위한 치료 과정 중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한 김 교수다.
아울러 해외에는 흔하지만, 국내에는 없는 개념인 ‘차일드 라이프 스페셜리스트’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차일드 라이프 스페셜리스트’란 소아청소년이 스트레스를 느끼고 두려워하는 소아암 및 희귀질환 병원치료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정을 돕는 전문가를 말한다.
김 교수는 “4P 하우스는 단순한 숙박의 개념이 아니라, 동정심에 저소득층 사람들을 돕는 사회적 배려 차원의 개념이 아니라, 소아암 환자 치료 과정의 중요한 요소이자 환자안전을 위한 치료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며 “환자가 이동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고, 장기 치료로 인한 환자와 가족의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4P 하우스는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과 다른 환자 가족들 간 상호지지 및 정보 교환을 통한 대처 능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외국처럼 기부 문화도 활성화되고 차일드 라이프 스페셜리스트 등도 널리 알려져 소아청소년 암환자 및 희귀질환 치료가 좀 더 수월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