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의정사태는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
국민과 환자들 생각해 의정 협상테이블 앉아야 정부도 의료계도 한걸음 물러서는게 진정한 용기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 위해 전남대병원 새병원 건립 필요 정신 전남대병원장, 정년 후 의료봉사 및 필수의료 담당하고파
“현재의 의정사태는 흡사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와 비슷한 상황이다. 국민과 환자들을 생각해 양쪽 모두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취임 100일을 맞은 정신 전남대학교병원장이 병원신문과 만나 지금의 의료상황을 이같이 평가하며 정부도 의료계도 한걸음 물러서는게 진정한 용기라고 조언했다.
지난 1월 29일 제34대 전남대병원장으로 취임 후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정부가 2월 1일 의대정원 2,000명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취임 100일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병원경영에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정 병원장이다.
취임 100일에 대한 소감을 묻자 오히려 그는 의료공백 장기화로 병원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들과 병원 의료진 및 직원들에게 송구하다는 말부터 전했다.
정 병원장은 “취임한 후 의료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해결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며 “힘든 상황이지만 지역거점병원이자 국립대병원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의료공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전남대병원 직원들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5개월 이상 지속 중인 의료사태로 인해 병원경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전남대병원이다. 비상진료체제로 대응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지난해와 동 기간 대비 누적 손실액이 약 631억원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 병원장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고강도로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황의 장기화로 하반기부터는 비상경영을 더욱 고도화해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한숨 지었다.
그러면서 이번 의료사태가 정부와 의사 간의 신뢰가 깨지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국가 전체적인 의료문제에 대한 의사들의 진정성을 무시하고 의사들의 의견을 정부가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갔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정 병원장은 “현재까지 출구를 찾을 수 없는 강대강의 대치 국면으로 국민과 환자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이제 비상진료체제로 병원을 운영하는 것도 한계에 이르렀다. 필수의료는 어떻게든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집단 휴진에 따른 외래진료와 수술 일정이 변경으로 인한 연쇄적인 파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재의 의정사태를 “흡사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와 비슷한 상황으로 국민과 환자들을 생각해 양측 모두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면서 “또 미래의료를 위한 상설 대화체가 조속히 마련돼야 하고 정부도 의료계도 한걸음 물러서는 게 진정한 용기”라고 조언했다.
한편, 전남대병원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새병원 건립사업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전남대병원 새병원 건립사업은 지난 2022년 12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된 이후 지난해 2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예비타당성조사에 착수, 현재까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정 병원장은 “2022년 예타 신청 시 사업비 1조2,146억원 등으로 새 병원 건립계획을 세웠지만, 예타 과정에서 사업비 1조1,438억원으로 규모를 축소했다”면서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에 대한 자체 용역 결과 그 비율이 1을 넘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지역거점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지역의 필수의료를 책임지게 하고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의료정책 방향이 맞고 그런 의미에서 광주·전남지역 거점국립대병원인 전남대학교병원의 신축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정부의 정책적 방향을 고려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면서 “예타를 통과하면 새 병원은 2단계에 걸쳐 신축해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으로 1단계로 동관 건물을 2030년까지 완공한 후, 2단계로 서관 건물을 2034년까지 완공할 예정이지만 가능하다면 최대한 일정을 당겨서 조기에 완공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막대한 금액의 신축 비용에 대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원이 요구된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정 병원장은 “정부가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역 거점국립대병원을 서울의 ‘빅5’ 병원 정도로 키우겠다는 정책에 적극 찬성한다”며 “이런 연장선에서 지난 4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대병원을 방문해 ‘지역 균형 발전을 하려면 의료 인프라가 튼튼해야 하기에 병동 신축 비용 7,000억원 전액을 지역 필수 의료 특별회계로 지원하겠다’고 그 자리에서 약속한 것과 마찬가지로 광주·전남지역 거점국립대병원인 전남대병원 신축 비용도 이에 상응하는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국토균형발전과 지역형평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합리적인 기대”라며 “정부가 앞으로 신설하겠다고 밝힌 지역의료발전기금 등을 통해 지역거점병원 인프라 개선 및 지역 특성을 반영해 장기적인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과감하게 재정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36년 동안 국립대병원 의사로 활동한 정 병원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해보지 못한 일들을 정년퇴직 이후 하고 싶은데 무엇보다 개발도상국의 의료봉사와 의료진 교육을 위해 많은 시간 해외 의료봉사를 하고 싶다”면서 “아울러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고 있는 소도시에서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지역 필수의료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싶다”고 소박한 꿈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