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The Lancet’에 한국의료 위기 기고문 실려

저수가 및 형사처벌로 의사들 고통…젊은의사들은 건강보험 제도 개혁 원해

2024-06-15     정윤식 기자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된 젊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건강보험 제도를 재정비하기 위한 열망으로 시작됐다는 취지의 해외 기고 논문이 나와 주목된다.

윤주흥(Jooheung Yoon)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최근 국제 의학학술지 ‘The Lancet’에 ‘위기에 처한 한국의 의료시스템(The South Korean health-care system in crisis)’이라는 제목의 기고문(Correspondence)을 게재했다.

윤주흥 교수는 한국의 잘못된 의료시스템을 바로 잡기 위해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반발했지만, 되려 정부는 이들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등 인권유린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 교수는 “한국 정부는 젊은 의사들에게 행정권과 사법권을 행사해 구금 조사를 실시하고 사직을 유지하면 의사 면허를 정지시키겠다고 위협했다”며 “의사들이 사직할 법적 권리가 없다고 하는데, 현 상황에서 의사들의 헌법상 직업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현재 한국의 젊은 의사들의 시위는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건강보험 제도를 재정비하고 의사들의 기본권과 안전을 되찾기 위한 절박한 요구로 보인다”며 “한국 정부가 시행한 건강보험 제도는 과감한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심각한 저수가와 외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한국 의사들을 향한 형사 고발 비율도 한국 의료시스템의 심각한 결함으로 꼽은 윤 교수다.

즉, 한국 의료의 전국적인 혼란은 극도로 낮은 저수가로부터 시작됐다는 것.

윤 교수는 “한국의 중환자실은 사용한 자원의 약 60%를 환급받는데, 결국 병원은 40%의 손실을 입게 되는 구조”라며 “이런 낮은 환급으로 인해 많은 병원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안은 채 운영될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한국의 의사들은 의료 과실로 인한 형사 고발 비율이 불균형적으로 높은데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의사의 형사 고발률은 일본의 약 15배, 영국의 566배에 달한다”며 “2020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4명의 신생아가 사망했고 의료진이 의료과실로 형사고발된 충격적인 사례는 젊은 의사들에게 고위험 전문 분야를 기피하라는 경각심을 일깨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