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환산지수협상 ‘결렬’의 역사…의원 ‘10회’ 최다

2008년도부터 유형별 수가협상으로 전환…2024년도까지 총 17회 협상 진행 의원 유형, 절반 넘는 10회 결렬 선언한 바 있어…올해도 결렬 가능성 커 병원·치과 유형 각각 6회, 한의 유형 2회, 약국 유형 1회, 조산원 등 0회

2024-05-16     정윤식 기자
ⓒ병원신문.

올해도 어김없이 수가협상(요양급여비용계약)이라 불리는 환산지수협상 시즌이 돌아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병원·의원·치과·한의·약국·조산원 유형은 5월 16일부터 5월 31일까지 2025년도 환산지수협상에 돌입한다.

환산지수협상은 매년 5월 한 달간 진행되며 각 유형별로 조금이라도 더 높은 인상률을 차지하기 위해 눈치싸움을 하는 모습을 관전하는 게 백미다.

이 때문에 5월 31일 넘겨 6월 1일에 끝나는 경우가 잦다.

병원 유형 협상대표단은 대한병원협회, 의원 유형은 대한의사협회, 치과 유형은 대한치과의사협회, 한의 유형은 대한한의사협회, 약국 유형은 대한약사회, 조산원 유형은 대한조산사협회 등이 나선다.

환산지수협상은 2002년도에 시작돼 2007년도까지 단일 환산지수로 계약이 이뤄졌는데, 당시 2006년도를 제외하고 모든 해에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2008년도부터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으로 전환됐고, 현재(2004년도)까지 17년간 지금의 형태가 유지되고 있으며 2025년도인 올해가 18회 째다.

지난 17년 동안의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을 살펴보면 △1.94%(2008) △2.22%(2009) △2.05%(2010) △1.64%(2011) △2.20%(2012) △2.36%(2013) △2.36%(2014) △2.20%(2015) △1.99%(2016) △2.37%(2017) △2.28%(2018) △2.37%(2019) △2.29%(2020) △1.99%(2021) △2.09%(2022) △1.98%(2023) △1.98%(2024)로, 1.6~1.9%대에서 2.0~2.3%대를 넘나들었다.

즉,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이 1.6% 이하로 내려간 적 없을뿐더러 2.4% 이상을 넘긴 적도 없어 올해 2025년도 평균 인상률도 이 사이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할 가능성이 큰 것.

이 같은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을 토대로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는 그 해의 추가소요재정(밴드) 수준을 결정하며, 이때부터 유형별 협상단의 본격적인 수 싸움이 시작된다.

재밌는 부분은 특정 유형의 ‘결렬’은 남아있는 다른 유형의 인상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년 어떤 유형이 ‘결렬’을 선언하게 될지 지켜보는 것이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라는 점이다.

그간 총 17회(2008~2024년도) 진행된 환산지수협상 결렬 역사를 살펴본 결과, 의원 유형이 10회로 최다였다.

사실상 절반 이상의 환산지수협상에서 결렬을 선언한 셈이다.

연속 결렬도 많다.

의원 유형은 2008년도부터 2011년도까지 4회 연속 결렬, 2019년도부터 2021년도까지 3회 연속 결렬, 2023년도부터 2024년도까지 2회 연속 뼈아픈 결렬을 경험했다.

의원 유형의 결렬은 △2008년도 △2009년도 △2010년도 △2011년도 △2013년도 △2019년도 △2020년도 △2021년도 △2023년도 △2024년도로 집계됐다.

그 뒤를 병원 유형과 치과 유형이 각각 6회씩 잇고 있다.

병원 유형의 연속 결렬은 2021년도부터 2022년도까지 2회 연속 1번이며, 치과 유형의 연속 결렬은 2015년도부터 2016년도와 2021년도부터 2022년도 2회 연속 2번이다.

병원 유형이 결렬한 해는 △2008년도 △2010년도 △2012년도 △2016년도 △2021년도 △2022년도이고, 치과 유형의 결렬은 △2013년도 △2015년도 △2016년도 △2019년도 △2021년도 △2022년도에 있었다.

한의 유형은 2013년도와 2023년도 총 2회 결렬됐다.

특히, 약국 유형은 지난해인 2024년도 협상에서 17년 유형별 환산지수협상 역사 속 사상 최초로 결렬을 선언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끝으로 보건기관과 조산원은 결렬 경험이 없다.

때로는 협상단들이 정부에 대한 항의 목적 또는 애당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치스러운 최악의 인상률이 제시됐을 경우 ‘결렬을 위한 결렬’을 선택하기도 한다.

최대집 전 의협 회장 집행부 때인 2019년도, 2020년도, 2021년도 3회 연속 결렬이 그랬다.

이번 임현택 회장 집행부도 앞서 5월 3일 건보공단·단체장 상견례 자리에 불참했고, 연일 환산지수협상의 불합리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 볼 때 올해 결렬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반면에 결렬을 선언할 경우 해당 유형에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도 이처럼 결렬이 흔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결렬한 유형은 건보공단이 제시한 최종 인상률 수치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이후 강제로 받아들이는 구조다.

한편, 올해 2025년도 환산지수협상의 1차 협상은 5월 16~17일, 2차 협상은 5월 23~24일, 최종(3차) 협상은 5월 31일로 예정돼 있다.